공연예술

[vol.84 | 리뷰&뉴스 편] 여성의 몸, 예술이 되다 外

2024.09.28 | 조회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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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허시어터

여성주의 공연 큐레이션 메일링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9월 넷째 주 위클리 허시어터는 공연과 관련된 리뷰와 뉴스를 모아 전해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라이브러리컴퍼니의 <사운드 인사이드>,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장녀들>, 프로젝트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2024 실패를 위한 실험실의 두 작품 OH명의 <언니의 언니의 언니>와 독거청년들의 <K연극전공 망해라!(죄송합니다)>, 신촌극장 기획공연 <상자들의 지평선>, 극단 적의 <몰타의 유대인>의 리뷰를 소개합니다. 초연작 혹은 개정작이라 혹시 예매가 망설여지셨다면 전문가 리뷰를 참고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기사로는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폴리냑 부인으로 열연한 배우 리사 씨의 인터뷰와 여성 주역 커플을 선보이는 라벨라오페라단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소식, 그리고 불가리아 출신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의 서울대 성악과 교수 임용 소식을 준비했고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을 비롯해 하반기 미술계에 화두로 떠오른 여성 주제의 전시 소식을 모아 소개합니다.

깊어가는 가을날,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여성들의 발자취를 뒤따르며 예술 속에서 여성은 어떻게 재현되어 현실의 우리와 연결되는지 확인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허시어터는 10월에도 더욱 흥미로운 공연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장 윤단우 드림

인간의 내면의 소리를 들려줄 섬세한 2인극, 국내 초연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이숙정 기자, 민중의소리, 24.09.19

이 작품은 주인공인 벨라의 독백으로 전개된다. 관객들은 벨라의 대사를 통해 그녀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다시 벨라가 있는 무대 위로 돌아가 보자. 벨라는 위암에 걸렸다. 하지만 그녀는 환자가 되는 대신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살아가는 것을 택했다. 그녀는 요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 대해 학생들과 수업 중이다.

어느 날, 벨라의 연구실에 예약도 하지 않은 한 학생이 느닷없이 찾아온다. 학생의 이름은 ‘크리스토퍼’다. 수업 시간에 크게 존재감이 없었던 크리스토퍼는 똑똑하지만 어딘가 미스터리해 보인다. 최고급 사양의 노트북을 갖고 있지만 메일 사용을 싫어하고 전동 타자기로 글을 쓴다는 이 학생. 벨라는 그의 건방진 태도가 신경 쓰이면서도 크리스토퍼와 대화가 나쁘지 않다. (중략)

연극의 제목처럼 인간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길고 지루한 과정이다. 나의 내면도 버거운 현대인에게 타인의 내면을 보는 것은 모험처럼 느껴질 수 있다. 무대 위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닿기 위해서는 촘촘하게 잘 짜인 대사와, 모험과 같은 여정을 이끌어갈 배우의 연기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몇 가지 무대가 보여주는 마법이 있다면 더 좋다.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는 이것들을 잘 조합해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고독함과 타인과 연결되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욕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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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평등’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프로젝트아일랜드 <장녀들> 주하영 공연비평가, 아르코예술극장 심층리뷰, 24.09.03

2017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14퍼센트를 넘어서면서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의 “부모 돌봄의 수요 증가”와 “돌봄의 책임이 ‘K-장녀’에게 맡겨지는 실정”을 공연 기획 의도로 삼고 있는 맥락에서 보면, 1부 「집 지키는 딸」과 3부 「퍼스트레이디」의 연계가 더 밀접하고 적합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부 「미션」 또한 암 투병으로 고통을 겪는 엄마를 6년간 돌본 딸 ‘요리코’의 과거를 담고 있고, 부모 돌봄은 힘들어하면서 타인의 돌봄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돌봄의 현실과 무게, 책임, 의무에 대한 사유로의 연결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2부 「미션」은 인간의 수명이 자연수명보다 두 배 이상 길게 연장된 현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의학’의 기본 목적과 방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그리고 부모 돌봄과 노화, 수명을 핵심에 가져다 놓을 때 고찰할 필요가 있는 ‘순환과정으로서의 자연적 죽음’을 주목하게 된다는 점에서, 보다 폭넓은 사유로의 확장이 가능해진다.

각 3부는 ‘장녀들’이라는 큰 제목으로 함께 묶여 있는 만큼 부모 돌봄에 있어 책임과 의무, 무게가 ‘맏딸’ 혹은 ‘유일한 딸’에게 가중되고, 딸들 역시 그로 인한 부담과 억압, 죄의식, 우울, 좌절에 시달리게 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특히 이혼했거나 아직 미혼인 ‘비혼(非婚)’ 딸들에게 집중되는 돌봄 의무에 대한 강요와 억압이 도사리고 있는 문화에 집중하는데, 가부장 체제 속 이전 세대의 가치와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여성에게 전이되며, 발전된 사회를 이루었음에도, 여전히 질식을 낳는 부담과 짐으로 작용하는 ‘여성에게 더 강요되는 돌봄의 의무’라는 맥락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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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라 쓰고 ‘가능성’이라고 읽는 프로젝트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2024 실패를 위한 실험실(실.실.실) OH명 <언니의 언니의 언니> X 독거청년들 <K연극전공 망해라!(죄송합니다)> 장윤정 연극평론가, 연극in, 24.09.12

극장에 들어서면 세 명의 언니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첫째 언니’를 맡은 섬(배우 김섬)과 ‘둘째 언니’ 소희(배우 박소희), ‘셋째 언니’ 소정(배우 박소정)이다. 환대의 분위기와 함께 객석으로 이동하자, 좌석에는 배우들이 직접 촬영하고 인화한 사진엽서 한 장이 놓여있었다. 그 뒷면에 적힌 소소한 손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음향과 조명을 다루는 장치와 스태프들은 객석 곁에 자리했다. 그러니까 <언니의>는 꾸밈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놓는 세계였다.

1부는 셋째 언니 소정의 무대로 구성되었다. 소정은 드라마 <꾸러기 천사들>과 <뻐꾸기 둥지>의 장면을 연기했다. 무대 정면의 스크린에 드라마 장면이 펼쳐지고 영상 속 배우들의 목소리가 울리면,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대사를 소정이 그대로 발화하며 연기하는 방식이다. 스크린에는 연기하는 소정의 모습이 투사되어 등장인물들과 마주보는 형태로 나타남으로써, 마치 소정과 인물이 대화하는 구도가 연출되었다. (중략)

사실 앞선 정량적 관점에서 나아가면 소정의 공연은 더 풍부하게 읽힌다. 스크린 속 소정은 기술적 한계로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종종 어색하게 서 있는 모습이 연출되곤 했다. 그럴 때면 마치 세계 속에 함께 존재하는 듯하면서도 그 속에 편입되지 못하고 주변부에 놓인 관찰자처럼 보이곤 했는데, 그 순간 관객은 극으로부터 이탈하여 현존하는 소정을 인식하게 된다. 동시에 아토 퀘이슨이 『미학적 불안감』에서 언급한, “장애의 재현이 미학적 영역과 윤리적 영역 사이를 불안하게 오락가락”하는 ‘미학적 불안감’이 발생한다. 드라마의 장면으로 인지하던 세계에 일상의 현실로서 비장애중심 사회 속 소정의 모습이 틈을 내며 개입하는 것이다. 관객은 드라마 내의 소정, 그곳에서 관찰자인 소정, 무대 위의 소정 사이를 횡단하며, 재현과 현실 간의 복합적 층위를 감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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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넘어 같이 움직여볼까 신촌극장 <상자들의 지평선 X 이여진> 성수연(요다) 연극이론 연구자, 연극in, 24.09.26

<상자들의 지평선>은 이렇게 구성된 젠더 역할과 여성인물의 재현에 대해 의심하고 비판한다. 배우 A, B, C는 세 희곡에서 젠더 역할이 얼마나 납작하게 그려졌는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를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과장된 연기 방식을 사용한다. 흔히 말해 여성인물을 ‘여성스럽게’, 남성인물을 ‘남성스럽게’ 연기한다. 희곡 속의 여성인물들을 연기하는 배우 B의 목소리는 고조되어있고 연기 또한 신파극의 배우처럼 다소 과장되어 있다. 배우 B는 그가 상상하는 옛 여성들의 톤과 움직임 또는 그 당시 희곡이 연기되었을 법한 방식으로 인물을 구현한다. 이러한 과장된 연기는 배우의 몸에 입혀진 현재와 과거의 시차를 가시화한다. 감지된 시차로 인해 관객은 인물과 거리두기를 하게 되며 시대에 따라 변하는 젠더의 표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상자들의 지평선>은 원치 않게 젠더 역할을 굳히기도 한다. ‘여성’ 배우인 B는 연기 워크숍 중 여성인물을 담당하여 연기하고 희곡에 내재한 여성혐오에 대해 화를 낸다. ‘남성’ 배우인 C는 배우 B에게 페미니즘에 대해 ‘맨스플레인’을 하는 ‘오빠’를 연기를 한다. 배우들은 패싱되는 젠더에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장면은 배우들이 각자 패싱되는 젠더에 부여되는 역할의 상자를 뒤집어쓰고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과 ‘여성’ 배우의 당사자성에 기대어 연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중략)

연극에는 ‘중립’이라는 단어가 있다. “어떤 배역이 되기 위해 배우의 신체에서 개성과 특이성을 제거하고 ‘중립’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2) 하지만 그게 정말 가능할까? 인물은 배우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신체를 통해서만 존재한다. 작가가 그려낸 개념적 인물로만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현실 또한 그렇다. 누구든 보여주는/보이는 정체성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존재에게든 그것을 벗어나는 미끄러짐과 다양한 층위가 섞여 있다. 따라서 그것은 하나의 방식으로만 ‘연기’될 수 없다. 각자의 상자 밖으로 움직여봄으로써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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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고전이 전하는 돈과 혐오의 이야기, 연극 ‘몰타의 유대인’ 이숙정 기자, 민중의소리, 24.09.24

2024년 셰익스피어가 아닌 크리스토퍼 말로의 ‘몰타의 유대인’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시작부터 거창하게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바라바스의 등장은 이 작품이 철저하게 코미디로 재해석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에서 시작된다. 몰타는 튀르키예에 조공금을 바쳐야 하지만 나라의 재산을 다 모아도 조공금을 마련할 수 없다. 몰타의 총독은 이방인이면서 몰타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바라바스의 재산을 몰수해 조공금을 마련하게 된다.

자신의 피와 살 같은 재산을 몰수당한 바라바스는 몰타를 상대로 복수극을 시작한다. 먼저 딸을 이용해 숨겨놓은 재산을 되찾은 바라바스는 아름다운 자신의 딸, 아비게일을 이용해 총독의 아들을 죽게 만든다. 바라바스는 튀르키예 출신 노예 이싸모어를 사들여 자신의 복수에 이용한다. 한편 아비게일은 바라바스를 배신하고 기독교로 개종해 수녀가 되고 바라바스는 자신의 딸 아비게일과 수녀원에 함께 머물던 다른 수녀들까지 모두 독살하고 만다. 복수는 다시 복수로 이어지고 바라바스의 악행은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꼬리를 무는 살인과 복수가 막장으로 치닫고 서서히 바라바스의 악행이 들통나기 시작한다. (중략)

이방인에 대한 혐오를 무기 삼아 권력을 휘두르는 총독이나, 돈 앞에서 믿음도 신념도 가볍게 던져버릴 수 있는 교회의 수사나, 돈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자 우리 사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연극 ‘몰타의 유대인’은 돈으로 시작해 혐오를 부추기며 다시 돈으로 파멸되는 이야기다.

잔인하고 잔혹한 무대 위 이야기는 코미디이지만 순간순간 우리의 마음을 뜨끔하게 만든다. 바라바스의 마지막 대사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돈을 꺼낼 때마다, 만질 때마다, 쓸 때마다, 거기 달라붙은 바라바스가 보일 것이다. 그의 집착과 중독이. 그리고 그로 인해 무너진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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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악역으로 응원받아 뿌듯…K뮤지컬 인기도 체감" 김현식 기자, 이데일리, 24.09.26

‘베르사유의 장미’는 집안의 명예를 이어가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여장남자 근위대장이 되는 오스칼의 이야기와 프랑스 혁명 과정을 통해 사랑과 자유, 인간애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폴리냑은 귀족 사회의 어두운 면과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캐릭터. 리사는 권력의 상징인 초대형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압도적인 초고음 넘버로 이목을 사로잡는다. 극의 주된 줄기와 동떨어져 있는 캐릭터임에도 폴리냑을 관객의 뇌리에 각인시키고 있다.

리사는 “마냥 권력만 탐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눈살이 찌푸려질 수 있으니 폴리냑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때 안쓰러움이 느껴지게끔 연기하려고 했는데 그 점이 공감을 산 것 같다”고 말했다. 폴리냑의 넘버 ‘내가 사는 세상’ 음역대를 자진해서 높였다는 비화를 밝히면서는 “더 처절하게 절규하듯이 불러야 캐릭터성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리사는 “N차 관람객들이 ‘처음엔 못 된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감정이입이 된다’는 평을 남겨주고 계셔서 뿌듯하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창작 뮤지컬은 다소 아쉬운 지점도 있기 마련인데 오랜 준비 과정을 거친 ‘베르사유의 장미’는 티켓 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다채롭고 풍성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느낀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현장 분위기를 전하면서는 일본 관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말도 꺼냈다. 리사는 “한국의 제작사가 일본 만화를 뮤지컬화한 것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안고 극장을 찾으시는 것 같다”며 “K뮤지컬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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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악가가 로미오…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이예슬 기자, 뉴시스, 24.09.21

라벨라오페라단이 벨리니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을 110분으로 압축한 갈라 콘서트를 공연한다.

라벨라오페라단은 오는 10월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024 라벨라 시그니처 시리즈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2024 라벨라 그랜드 갈라'를 공연한다고 21일 밝혔다.

이탈리아 소설 작가인 루이지 다 포르타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벨리니의 오페라다. 벨리니는 '로미오' 역할을 남성이 아닌 여성 메조소프라노가 맡게 작곡해 어린 소년의 미성을 살리도록 했다.

메조소프라노 방신제, 소프라노 최윤정, 테너 이재식, 베이스 양석진·금교동이 출연한다. 최윤정은 2014년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 이 작품의 같은 역으로 데뷔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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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고의 디바가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쇄신의 길’ 열릴까 조동균 기자, 한국경제, 24.09.23

국내 최고의 음대로 꼽히는 서울대 성악과. 올 가을 학기가 시작되며 캠퍼스가 술렁였다. 불가리아 출신 메조 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59)가 정교수로 채용돼 수업을 시작하면서다. 특별 채용으로 서울대 교수직을 맡은 카사로바 교수는 헨델과 모차르트 등 바로크 오페라에 정통한 성악가로 취리히와 빈 국립오페라극장 등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오페라 가수다. 유럽에서도 여러 차례 교수직 요청이 있었지만 번번이 거절했던 그는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생애 최초로 교단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임용은 단순히 해외 유명 성악가가 한국에서 스승의 길을 걷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10년 여간 서울대 음대에 드리웠던 각종 비리와 사건 사고의 그늘에서 벗어나 '쇄신의 길'을 갈 수 있을 지 상징하는 것이어서다. 서울대 음대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교수들이 정년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2011년 제자 폭행으로 파면된 소프라노 김인혜, 2014년 개인교습 제자를 성추행해 파면된 테너 박현재 사태가 남기고간 파장이 여전하다.

지난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서울대 입학본부와 음악대학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음악대학 입시 비리 의혹을 조사하는 명목이었다. 서울대 뿐 아니라 경희대, 한양대, 숙명여대 등입시 심사와 관련해 심사를 맡았던 교수들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 대대적으로 이뤄진 수사였다. 하지만 결과는 불법과외를 중개한 브로커 한명, 경기도 소재 음대 교수 한명의 구속으로 끝났다. 업계에서는 "꼬리자르기식 수사였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수사를 진행했던 경찰, 수사를 받았던 음대 중 어느 한곳도 명백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결말이 난 것은 씁쓸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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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된 '여성의 몸'…고정 관념을 허물다 서지혜 기자, 서울경제, 24.09.23

“창조는 반드시 파괴를 수반한다.”

필리핀 여성 작가 아그네스 아렐라노는 자신의 1987년 작품 ‘풍요의 사체’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풍요의 사체’는 한 여성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여성의 배는 세로로 길게 찢겨져 있고 배 안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빼꼼 얼굴을 내민다. 작가는 1978년 제왕절개로 딸을 낳을 당시 자신의 몸을 상상하며 이 작품을 제작했다. 그는 “제왕절개는 가모장제가 파괴되고 가부장제로 나아가는 포문”이라며 “몸 속에서는 뱀의 화신과 풍요의 상징인 쌀의 신이 나오며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지지만 여성의 몸은 찢겨진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풍요의 사체’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3일부터 서울관에서 열고 있는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전 2부에 소개된 작품이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신체성의 관점에서 1960년대 이후 주요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여성의 몸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은 아시아 11개국 주요 여성 미술가들과 함께 여성의 신체가 가지는 소통·접속의 가치에 주목하고 아시아 여성 미술이 가지는 동시대적 의미를 새롭게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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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도 이어지는 '여성' 화두…주목할 여성작가 전시들 황희경 기자, 연합뉴스, 24.09.22

올해 국내 미술 전시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여성'이다.

상반기 호암미술관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불교 미술품을 소개하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열면서 여성에 초점을 맞췄다. 불교미술품 전시는 자주 있지만 불교미술에 재현된 여성상과 불교미술을 후원하고 제작했던 여성 등 여성을 주제로 내세운 전시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렸던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은 여성의 취미 정도로 취급받았던 자수(刺繡)를 현대 미술의 영역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로 크게 호평받았다.

하반기 전시에서도 여성이 두드러지는 전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미술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내년 3월 5일까지 이어지는 '접속하는 몸 - 아시아 여성 미술가' 전은 아시아 11개국 주요 여성 미술가들의 1960년대 이후 작품 160여 점을 통해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작가들을 소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여성 작가들에 주목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천경자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전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은 천 화백과 함께 동시대 여성 작가 22명을 함께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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