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vol.68 | 리뷰&뉴스 편] 여배우는 무대에 오를 수 없다 外

2024.05.24 | 조회 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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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허시어터

여성주의 공연 큐레이션 메일링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5월 넷째 주 위클리 허시어터는 리뷰와 뉴스 편으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국립극단의 <천 개의 파랑>,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모던정동>, 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까지 네 편의 공연 리뷰를 준비했습니다.

뉴스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흑인 줄리엣을 비롯한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과 ‘블랙페이스’에 대한 시대적 흐름을 확인하고, 여배우라는 이유로 <고도를 기다리며> 앙코르 공연에서 하차하게 된 배우 박정자 씨 소식을 통해 무대 위 성차별을 다시 짚어보았습니다.

배우 최정원 씨가 헤르메스 역을 맡아 주목받고 있는 뮤지컬 <하데스타운> 소식,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주역으로 열연한 이지혜 씨와 <다시, 봄>의 주역진 왕은숙, 문희경, 황석정, 예지원 씨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음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지멘스상을 수상한 작곡가 진은숙 씨와 브람스 소나타로 내한한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의 인터뷰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다섯째 주인 다음 주에는 레터가 발행되지 않으니 참고하시고 말일에 다이얼로그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위클리 허시어터는 6월 첫째 주 연극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한보은 드림

알고리즘 시대, 연극의 과제 - 국립극단 <천 개의 파랑> 이경미 연극평론가, 연극in, 24.05.16

김도영의 각색을 거쳐 장한새가 연출한 연극 <천 개의 파랑>은 각색이나 연출, 연기 모두 원작을 존중하고 있었다. 동시에 제한된 기술적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인간배우가 중심인 무대를 인간, 비인간의 경계를 지운 SF적 공간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힘쓴 흔적들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콜리를 소설의 지면으로부터 무대 위로 소환하기까지 창작진들이 쏟은 고민과 시도가 돋보인다. 콜리 외의 다른 로봇들은 인간배우들을 통해 재현되었는데, 기계에 대한 도구적 모방과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인간과 기계의 이분법을 지우고 있었다.

그러나 주체적인 연극적 해석이나 개입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원작이 이미 확보한 안정적 기반에 기대어 따라가는 느낌이랄까.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소설의 내용을 재확인하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연극의 밀도는 뒤로 갈수록 이완된다. 앞서 나름 들뢰즈나 해러웨이 등등을 끌어들여 ‘기계’, ‘사이보그’ 운운했지만, 그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생각일 뿐, 원작도 그렇고 연극도 그렇고 결과적으로 인간들의 “따스한” 이야기, “착하고 귀여운” 로봇 이야기로 수렴되는 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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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전 정동을 만나러 가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모던정동> 윤단우 공연칼럼니스트 <댄스포스트코리아> 24년 5월호

<모던정동>의 창작진은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전통예술과 서구문화가 뒤섞이며 근대의 문화적 용광로로 불렸던 ‘정동’이라는 역사성과 장소성에 주목했다. 정동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 위해 현대의 인물이 백 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슬립 콘셉트를 차용해 당대를 재현했다. 2024년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의 인물인 유영은 한국무용을 전공한 취업준비생으로, 어느 날 정동길을 혼자 산책하다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1920년대 정동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기생 화선과 연실을 만나 당대의 격동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중략)

안경모 연출은 당대의 열망을 보여주는 인물 군상이 여성으로 표현되어야 했던 이유에 대해 전근대에서 근대로 이행하며 여성들은 큰 간극을 경험했고, 그들이 전통적인 유교사회와 가부장제를 벗어난 새로운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생인 화선과 연실이 당대의 열망을 대표하는 인물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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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에 갇힌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이 희미할 정도의 파격 구교범 기자, 한국경제, 24.05.12

작품은 ‘베로나 인스티튜트’를 배경으로 한다. 기관이라는 뜻을 지닌 인스티튜트(institute)라고 불리는 이곳이 정신병원인지, 학교인지, 수용소인지 모호하다. 원작의 핵심인 두 귀족 가문 간의 대결 구도도 과감히 덜어냈다. 그 자리에는 대신 관리자와 시설에 갇힌 이들 사이의 갈등이 두드러진다. (중략)

이들은 ‘어른’들이 사라지는 순간 자유로워진다. 유니폼을 벗고 서로를 유혹하며 관능적인 춤을 추기도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상처로 뻣뻣해진 몸이 서로 만나면서 부드러워지고 힘이 넘친다. ‘가장 긴 키스’라고 불리는 장면에서는 서로를 껴안고, 계단을 오르며, 바닥에 뒹굴고, 난간에 매달리며 쉬지 않고 격정적으로 입을 맞춘다.

이들은 통제와 억압의 상처를 결국 극복하지 못한다. 교도관은 두 동성애자 애인을 희롱하고 괴롭힌다. 이들은 입은 상처로 고통스럽고 폭력적인 몸짓으로 고통을 표현한다. 줄리엣은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로 환각을 보고 로미오를 죽인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깨달은 그는 스스로를 칼로 찌른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피투성이가 된 시체가 돼 나란히 눕는다. 마지막에 함께 누워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수미상관을 이뤄 완성도 높은 연출력이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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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상상으로 만들어낸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작품, 창작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이숙정 기자, 민중의소리, 24.05.17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는 바로 여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살한 그 시점을 극 속으로 끌어들여 죽음과 소설 이면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다. 극 속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최고의 작가로 사랑받는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으로 재탄생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속 가상 인물 ‘조슈아’와 ‘애들린’은 가상과 실존 인물로 만나게 된다. (중략)

2인극 뮤지컬이지만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곡들은 세련됐다. 익숙한 선율과 익숙한 흐름은 초연 작품에 안정감을 준다. 무대 배경으로 최근 많이 사용되는 영상기술도 눈에 익숙하다. 이 기술은 다양한 배경을 세트로 만들었던 예전과 달리, 영상을 활용해 실제와 다름없는 배경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빠른 무대 전환을 가능하게 해서 극의 속도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런던 거리에서 강가로 순간 이동이 가능한 것도 바로 이 영상기술 덕분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실존 인물인 버지니아 울프는 그녀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몰라도 이름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과 이 작품이 연장선에 있음을 한 번에 알아채기는 어렵다. 극이 전개되는 내내 애들린과 버지니아 울프를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관객이 그리는 버지니아 울프와 작품이 보여주고 싶은 버지니아 울프의 간극이 어떻게 좁혀지는지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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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줄리엣·백인 춘향…왜 안 되나요? 임석규 기자, 한겨레, 24.05.14

흑인의 줄리엣 연기는 새삼스럽거나 특별히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니다. 20세기 후반 이후 피부 색깔이나 인종에 얽매이지 않고 배역을 맡기는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이 일반화됐다. 이미 영국과 미국의 여러 연극과 뮤지컬에서 흑인 배우가 로미오 또는 줄리엣을 연기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에서 피부색과 무관하게 배역을 소화한다. 한국 성악가들이 유럽과 미국의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을 맡게 된 것도 이런 흐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흑인이 줄리엣 배역을 맡았다고 인신공격을 퍼붓는 등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움직임도 여전하다. 오는 23일 영국 런던에서 개막하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흑인 배우 프란체스카 아메우다-리버스가 줄리엣 배역에 캐스팅되자 인종차별적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톰 홀랜드가 로미오 역을 맡아 더욱 화제를 모은 연극이다. 에스엔에스(SNS) 등에서 아메우다-리버스에 대한 공격이 끊이지 않자 배우 800여명이 아메우다-리버스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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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앙코르 공연서 박정자 빠진 이유 “여배우라서” 장지영 기자, 국민일보, 24.05.08

신구(87), 박근형(83) 등 원로배우의 열연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앙코르 공연 중이다. 지난달 26일~5월 5일 서울 국립극장을 시작으로 10개 지역 극장에서 투어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앙코르 공연에선 ‘고도를 기다리며’의 한국 공연 역사상 첫 여배우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박정자(82)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저작권을 가진 ‘사무엘 베케트 에스테이트’의 요구 때문이다. (중략)

오경택이 연출한 이번 한국 공연은 원래 고고에 신구, 디디에 박근형, 포조에 김학철, 럭키에 박정자, 소년에 김리안을 캐스팅했다. 박정자는 제작사인 파크컴퍼니에 직접 출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파크컴퍼니는 소년 역으로 여배우 김리안을 캐스팅했다. 제작사인 파크컴퍼니가 처음 캐스팅 자료를 베케트 에스테이트에 보냈을 때 여배우 출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었던 만큼 예정대로 무대에 올라갔다. 실제로도 박정자와 김리안은 이번 작품에서 여성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경택 연출가는 지난해 공연을 앞두고 “‘고도를 기다리며’는 인간의 보편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만큼 성별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다시 올릴 때는 여배우 캐스팅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앙코르 공연부터 박정자와 김리안이 빠지고 럭키 역의 조달환과 소년 역의 이시목이 새롭게 합류했다. 베케트 에스테이트 관계자가 공연 관람 후 ‘여배우 출연에 따른 럭키와 포조 사이의 에너지가 작가의 의도와 달리 부족했다’고 판단, 앙코르 공연부터 럭키 역을 남자 배우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소년 역할 역시 굳이 여배우가 할 필요가 없다는 게 베케트 에스테이트의 판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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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데스타운’은 왜 최정원을 헤르메스로 내세웠을까 박정선 기자, 데일리안, 24.05.24

국내 공연계에서 성별에 관계없이 배역을 정하는 ‘젠더프리’ 캐스팅, 한 배우가 고정 배역 없이 여러 캐릭터를 돌아가면서 연기하는 ‘캐릭터프리’ 작품이 등장하면서 배우들에겐 기회의 폭을, 관객들에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국내 초연한 뮤지컬 ‘하데스타운’도 올해 7월 12일 재연을 통해 헤르메스 역에 최정원을 내세우면서 젠더프리 캐스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잇는 한국 최초 여성 헤르메스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헤르메스의 선창으로 시작하며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도입부 넘버 ‘로드 두 헬’(Road to Hell)은 무대 위 모든 캐스트를 소개해야 하는 만큼 객석을 압도하는 매력이 필수인 넘버다. 그래서 초연 당시 작품의 시작과 끝을 알리며 오르페우스에게 지하세계로 가는 길을 인도하는 헤르메스 역은 최재림, 강홍석 등 남자 배우들의 몫이었다.

그런데 재연을 맞아 이 역할에 초연 당시 이 역을 맡은 최재림, 강홍석과 함께 여자 배우인 최정원이 캐스팅된 것이다. 업계에선 걱정보단 기대하는 분위기가 크다. 이미 최정원은 36년의 무대 경험으로 쌓인 내공과 ‘맘마미아!’ 1000회 이상 공연, ‘시카고’ 전 시즌 참여 등 철저한 자기관리로 자신의 기록을 깼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컴프롬어웨이’ ‘멤피스’ 에 참여하는 등 새로운 도전에도 거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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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이지혜 "마리 앙투아네트 과몰입…마그리드 미웠다" 박주연 기자, 뉴시스, 24.05.05

뮤지컬 속 마리 앙투아네트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이다. 사치와 허영의 대명사로 알려졌지만 그녀에 대한 소문은 대부분 실체가 없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유명한 말은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 중 한 구절이지만 마치 왕비의 말처럼 선전됐고,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의 경우 재판을 통해 진범이 가려졌지만 아무도 왕비를 믿지 않았다.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가 왕비와 대척점에 서 군중들을 선동한다. (중략)

이지혜는 "이 작품의 주제는 사실 늘 삶에 존재하는 이슈"라며 "진실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아무 것도 모르고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저는 차가워보이지만 사실 덤벙대고 웃긴 사람이에요. '친해지면 저에 대해 알텐데'라는 속상함이 있죠. (악플에 대해서도) 호소하고 싶지도, 호소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요. 이제 그런 각인이 오히려 좋아요. 그 인식을 바꿀 여지가 충분한 거잖아요."

배역에 너무 몰입하다보니 힘든 점도 많았다. "극의 마지막으로 가며 왕비가 재판 받고, 수레를 타고 단두대로 끌려갈 때 군중들이 손가락질을 하는데 군중역을 하는 배우들의 눈빛, 표정을 보며 저도 모르게 과몰입해서 울게 되더라고요. 마그리드도 미웠어요. 진실은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도 들으려 하지도 않고 귀를 닫고 있잖아요. 배우들과 주고받는 그런 에너지가 너무 커요.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귀여운 것, 고양이를 생각하며 마음을 환기시켜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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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의 중년 여배우들 “이건 내 얘기” 백승찬 기자, 경향신문, 24.05.20

영화나 드라마, 연극이나 뮤지컬을 막론하고 중년 여배우는 줄어드는 배역에 고민이 깊다. <다시, 봄>엔 7명의 여배우와 1명의 남배우가 등장한다. 김덕희 예술감독은 “7명의 여배우가 모두 주인공이 되도록 병렬식 쇼뮤지컬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개발 당시 곡에 배우를 맞추는 게 아니라, 배우에 맞게 곡을 작곡했다. 연리목 작곡가가 초연 배우와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들은 뒤 그들의 음색에 맞게 다양한 장르의 곡을 만들었다. 김솔지 작가는 배우들의 생애사에 대해 오래 인터뷰한 뒤 캐릭터를 만들었다. 배역이 초연 배우에게 ‘맞춤옷’ 같아서 재연 배우들은 다소 고생을 했다. 김덕희 감독은 “삼연부터는 어떤 배우가 와서 연기해도 롱런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문희경은 “재연 때는 좀 힘들었지만, 삼연부터는 내 얘기 같다. 어떤 여배우가 와도 자기 얘기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봄>은 배우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듯 보인다. 황석정은 “어릴 때부터 엄마를 너무 싫어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얼마 전 공연 끝나고 엄마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보내고 나서 나도 놀랐는데, 이 작품 영향 때문인 거 같다”고 말했다. 문희경은 “작품 하면서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친구들을 만난 것 같다. 누군가 아프거나 해서 소리가 부족하면 모두 쌍심지 켜고 채워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예지원은 “아는 드라마·영화 감독님을 다 초대하고 있다”며 “분명 <다시, 봄>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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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이 다 우주" 음악계 노벨상 탄 작곡가 진은숙 김지수 작가, 조선일보, 24.05.20

─한류의 맥을 그렇게 본다면, 클래식 작곡가 입장에서는 좀 외로울 것 같습니다.

“네. 한국 출신 창작자의 딜레마가 있죠. 유럽에서 전 이방인입니다. 수용되고 인정받기까지 갖은 애를 써야 해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도 홈그라운드의 튼튼함이 없어 좀 쓸쓸하지요(웃음).”

클래식 연주자는 대중의 관심을 받지만 작곡가는 접근도가 떨어지니 더 힘들다고 했다. (중략)

─작곡가로서 어떤 소리를 추구하세요? 매번 작품이 야심만만하고 스펙터클해서 에너지 소모가 크겠구나 싶었습니다.

“전에 없었던 다른 구조, 다른 세상을 추구합니다. 완벽하다는 착각으로 곡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난 늘 불완전해요. 그런데 그게 또 나의 문제입니다. 음 몇 개로 사이즈가 작은 소품을 쓰면 내가 나를 인정을 안 해요. 항상 맥시멈을 다해 소리를 질러야 내 존재를 알아주는 그런 세상을 살아오다 보니…

그런데 이번 통영 페스티벌에서 비올리스트 앙투안 타메스티가 연주하는 걸 들으니 한음 한음에 우주가 다 들어있더라고. 창작도 저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날 좀 봐달라’는 아우성으로 웅장한 스케일이 나왔다는 거죠?

“그런 셈이죠. 유럽이 대개 그렇지만, 독일 사회도 외국인에게 관대하고 포용적으로 보여도 어느 수준에 이르면 여기까지 라고 선을 그어요.”

암스테르담, 폴란드에서는 80년대부터 위촉을 받고 영국, 프랑스, 미국 세계 각국에서 90년대부터 작업하고 CD를 냈어도…35년 살았던 독일에서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언제 그 선을 넘어 인정받았다고 느꼈나요?

“몇십 년 동안 서서히 그렇게 됐어요. 오랜 세월에 걸쳐서. 지금은 나아졌지만, 아시안이 유럽의 주류 음악계에서 활동하고 인정받는 건 쉽지 않아요. 그들의 자긍심에 도전하지 않는 카테고리 예를 들어 민속적인 장르라든가, 여성 작곡가로서의 스토리텔링 같은 이슈로 맞추길 바라죠. 그런데 나는 그 길을 거부하고 그냥 음악으로 정면돌파했어요.”

자신들의 고유 영역에 거침없이 새로운 음표를 꽂아 넣는 아시아 여성, 그것도 소품이나 액세서리 정도가 아니라 소리의 근본을 꿰뚫어 현대적인 대작을 내놓는 진은숙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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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한 “여성은 기준에 맞춰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백승찬 기자, 경향신문, 24.05.07

“여성은 어떤 기준에 맞춰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보이는 저의 일상적인 모습은, 한편으로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으며 현명하고 힘 있는 사람 또한 평범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여성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한은 “물론 난 멋지게 차려입고 자신을 치장하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는 언제나 완벽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차이를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이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한 ‘#100daysofpractice’ 프로젝트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은 100일 동안 이어진 자신의 연습 모습을 공개했다. 무대 위에서 완성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연주자가 실수 많은 연습 과정을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다. 한은 “이 프로젝트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관한 것이었다”며 “늘 연습하고 사는 한 연주자의 100일이라는 시간을, 공연하거나 작업하는 것을 뽐내기 위함이 아닌 작업을 하는 과정을 나누는 것이었다. 또 음악가의 삶을 살아가며 어느 시점의 100일에서든 회복을 위하는 과정을 찾는 것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은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통하지만 베토벤, 번스타인, 바버 등 풍부한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그래미상을 3차례 수상했다. 국내외에서 폭넓은 팬층을 보유한 스타 연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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