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vol.58 | 뮤지컬 편] 60대 여성 킬러가 온다 外

2024.03.09 | 조회 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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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극장 허시어터

여성주의 공연 큐레이션 뉴스레터 허시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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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3월 둘째 주 위클리 허시어터는 뮤지컬 공연으로 인사드리고요, 저는 에디터 한보은입니다. 금요일 발행됐어야 할 레터인데 날짜 예약 설정을 잘못 하는 바람에 하루 늦어졌습니다. 여성의 날 무대 위 여성들이 활약하는 공연들을 소개해드릴 수 있었던 멋진 기회를 어이없는 이유로 날려버렸네요. 출발이 민망하게 됐습니다만 이번 호도 흥미로운 공연 소식이 가득하니 민망함은 잊어주시면 감사하겠니다.

이번 호에서는 다섯 편의 뮤지컬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신작이 한 편, 나머지는 모두 재연작들인데요, 우선 재연으로 돌아온 1인극 <더 라스트 맨>은 두 번째 시즌도 홍일점 구도를 유지합니다. 창작하는 타루의 소리극 <두아: 유월의 눈>과 콘텐츠플래닝의 <난설>, 뉴프로덕션의 <웨스턴 스토리>도 관객들과 다시 만나고요. 그리고 지난해 신작 제작 소식으로 팬들을 들뜨게 했던 <파과>가 페이지원 제작으로 드디어 초연이 올려집니다.

봄꽃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꽃샘 추위가 매서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한 주간 즐거운 관극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4월 둘째 주 더 흥미로운 공연 소식과 함께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한보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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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맨>이 재연으로 돌아옵니다.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류가 멸망한 아포칼립스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는 지하 방공호에서 버티며 좀비들과 생존 대결을 벌입니다. 흔치 않은 소재에다 뮤지컬 공연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1인극이라는 형식도 눈에 띕니다. 공연 이력도 특이합니다. 2021년 서울예술단이 주최한 청년예술가 웹뮤지컬 창작 콘텐츠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웹뮤지컬로 첫 선을 보였고, 이후 낭독 공연을 거쳐 초연을 올리는 플랫폼 실험이 병행되었습니다.

21년 초연과 이듬해 웰컴 대학로 공연에서는 네 명의 배우진을 여성 배우 한 명과 남성 배우 세 명으로 구성했다가, 이번 재연에서는 남성 배우를 한 명 더 늘려 여성 배우 한 명에 남성 배우 네 명으로 구성했습니다. 여성 배우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진 셈인데요, 홍일점 배우 홍나현 씨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졌습니다. 인류 멸망 후 생존을 이야기하는 무대에서 여성 배우의 생존을 많이들 응원해주시면 좋겠네요.

일시 03.05 ~ 05.26 |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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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하는 타루의 소리극 <두아: 유월의 눈>가 국립정동극장 창작ing 선정작으로 올려집니다. 원나라 작가 관한경의 잡극 <두아원(竇娥寃)>이 원작으로, 원작 제목을 직역하면 ‘두아의 원한’이라는 뜻입니다. 소리극에서 부제로 붙인 ‘유월의 눈’은 1838년 영역본으로 서양에 알려질 때 ‘Snow in midsummer(오뉴월에 내리는 눈)’으로 번역된 데 기인합니다. 이 영역본 제목은 1919년 상하이에서 왕용춘의 연출로 공연될 때 ‘유월설참두아(六月雪斬竇娥)’라는 제목으로 변형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2003년 TV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인기 있는 작품입니다.

두아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두천장의 슬하에서 자라다가, 일곱 살 때 수도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아버지를 떠나 이웃집에 민며느리로 들어갑니다. 13년 뒤 남편이 죽자 두아는 시어머니 채씨 노파와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남편과 아들 없이 지내는 과부 고부의 삶은 매우 고단합니다. 고리대금업으로 살림을 꾸리던 채 노파는 돌팔이 의원 새노의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위협을 당하고, 마침 지나는 길이던 장려아 부자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납니다.

그러나 진짜 위협은 장려아 부자였는데요, 두아와 채 노파의 사정을 알게 된 장려아 부자는 자신들을 남편으로 맞으라고 협박하고, 두아가 거절하자 장려아는 앙심을 품고 채 노파를 독살하려 합니다. 그러나 죽음을 맞은 것은 채 노파가 아니라 장려아의 아버지이고, 장려아에게 범인으로 허위 고발을 당한 두아는 형장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3년 뒤 감찰어사가 되어 돌아온 두천장 앞에 두아의 혼령이 나타나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원한을 씻어달라고 호소합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혼령이 관에 호소하여 원한을 푸는 이야기 구조는 한국 고전소설 『장화홍련전』 등에서도 익숙한 패턴인데요, 이 오래된 두아의 비극을 타루는 어떤 소리극으로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일시 03.12 ~ 03.22 | 장소 국립정동극장 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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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 삼연이 드디어 옵니다. 2019년 초연을 올리고 이듬해 바로 재연을 만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삼연까지는 4년이나 걸렸습니다. 허난설헌으로 잘 알려진 시인 허초희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옮긴 것으로, 극은 허초희와 스승 이달, 동생 허균이 등장하는 3인극으로 전개됩니다. 극은 허초희가 이미 세상을 떠나고 난 뒤인 광해군 10년, 역모죄로 옥에 갇힌 허균을 이달이 찾아오고 두 남자는 허초희와 그의 시에 대해 회상하기 시작합니다.

남편의 존재가 지워진 데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결혼 후의 남편과의 불화나 시집살이 등은 생략되고 시인으로 성장해가는 결혼 전의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남편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허초희의 음악과 의상의 변화 등을 통해 불행한 결혼생활을 짐작케 하는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이기쁨 연출, 옥경선 작가, 다미로 작곡가가 의기투합했고, 허초희 역에는 초연부터 무대를 지켜온 정인지 씨, 재연에 이어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르는 김려원 씨, 이번이 난설 첫 무대인 최연우 씨가 함께합니다.

일시 03.12 ~ 06.02 | 장소 예스24스테이지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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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스토리>가 재연으로 돌아옵니다. <사의 찬미>를 만든 성종완 작가, 김은영 작곡가, 홍유선 안무가가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2022년 3월 초연 후 그해 연말 온라인 상영으로 또 한 번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1886년 미국 서부개척시대가 배경이며, 애리조나 주 그린밸리에서 술집 다이아몬드 살롱을 운영하고 있는 제인 존슨은 운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묘수를 짜냅니다. ‘OK목장의 결투’로 유명한 세 명의 인물 와이어트 어프, 조세핀 마커스, 조니 링고에게 엄청난 현상금이 걸려 있다는 걸 알고 그 현상금 사냥에 나서기로 한 겁니다. 제인은 그들을 유인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살롱을 매물로 내놓은 뒤 주변에 철도가 놓인다는 루머를 퍼트리지만, 그가 노리는 세 인물보다 앞서 술집에 나타난 것은 ‘OK목장의 결투’에서 아버지를 잃은 총잡이 빌리 후커였습니다. 술집 주인, 보안관, 총잡이 등이 현상금을 둘러싸고 벌이는 소동극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제인 존슨 역에는 주다온, 전민지, 조영화 세 배우가 트리플캐스팅되었는데 모두 이번 공연이 첫 번째 무대입니다.

일시 03.13 ~ 06.06 |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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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기대작 <파과>가 드디어 개막합니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로 옮긴 것으로, 원작은 40여 년간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아온 60대 여성 킬러 조각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한국 소설사의 가장 강력하고 새로운 여성서사라는 찬사와 함께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2013년 첫 출간 후 11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책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 출판사가 바뀌어 재출간되었습니다.

제목의 ‘파과’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부서지고 흠집 난 과일, 다른 하나는 여성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의미합니다. 구병모 작가는 우리 우리 모두 깨지고 상하고 부서져 사라지는 ‘파과(破果)’임을 받아들일 때, 주어진 모든 상실도 기꺼이 살아내리라 의연하게 결심할 때 비로소 ‘파과(破瓜)’의 순간이 찾아온다고 이야기합니다. 출판사는 책을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뜨거운 찬사’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공연은 이지나 연출과 장혜정 작가, 이나영 작곡가가 연출과 대본(이지나 연출과 장혜정 작가의 공동작업), 음악을 맡고, 주인공 조각 역은 차지연, 구원영 씨가, 어린 조각 역은 유주혜, 이재림 씨가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일시 03.15 ~ 05.26 | 장소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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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 셸리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 ( ~ 03.17)
  • 체공녀 강주룡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 ~ 03.17)
  • 여기, 피화당 플러스씨어터 ( ~ 04.14)
  • 넥스트 투 노멀 광림아트센터 BBCH홀 ( ~ 05.19)
  • 마리 앙투아네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 ~ 05.26)
  • 브론테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 ( ~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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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베카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03.16 ~ 03.17)
  • 레베카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03.23 ~ 03.24)
  • 레베카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 (03.30 ~ 03.31)
  • 레베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04.06 ~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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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

여자의 죽음으로 사랑을 다시 읽는다

[책 속으로] 소설과 달리 실제 연인은 자신과 헤어진 후에도 부유한 귀족의 구애와 함께 코르티잔으로서는 드물게 정식 결혼을 하고 조의를 표하는 사교계 명사들에 둘러싸여 눈을 감았다는 사실을 소설에서라도 부인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 같은 소설을 쓴 마음 한편에 열등감이나 복수심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만약 마리 뒤플레시가 펜을 들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썼다면 오늘날 우리가 책으로 읽거나 무대에서 보는 이야기와는 매우 다른 이야기를 만났으리라는 사실이다. 이 ‘자전적 이야기’의 또 다른 당사자이기도 한 뒤플레시가 이 소설을 읽었다면 ‘자전적 이야기’라는 데 고개를 끄덕였을까. 현대에서 《춘희》를 다시 만나는 우리가 듣는 것이 마리 뒤플레시의 목소리도, 마르그리트 고티에의 목소리도 아니라는 데 이 ‘자전적 이야기’의 함정이 있다. - Part 1. 미치거나 병들어 죽는 여자들 ‘죽은 연인이 예술에서 되살아날 때 _ 마르그리트’ (뒤마 피스 《춘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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