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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3월 호린 명상다회에 초대합니다.

호린 인문학

타인의 운명을 '읽는' 능력은 어떻게 가능한가?

'운명전쟁49'가 던진 질문에 영성인문학이 답하다

2026.0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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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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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YN

Spiritual But Not Religious

구독자님은 혹시 '운명전쟁49'를 보셨나요? 지난 2월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신들린 화제성'을 몰고 왔습니다. 무당, 타로마스터, 역술가, 관상가 등 49명의 운명술사가 각자의 능력으로 점사를 겨루는 초유의 '샤머니즘 서바이벌'이었죠.

공개 직후 디즈니플러스의 월간 이용자 수는 한 달 만에 89만 명이 급증했고,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10위권에 올랐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출연자들은 하루아침에 셀럽이 됐고, 예약은 2029년까지 마감됐습니다. 

물론 순직 공무원의 사인을 맞추는 미션에서 '고인 모독' 논란이 터지기도 했죠. 제작진이 공식 사과하고 재편집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남긴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사람들은 방송을 보며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들은 진짜 남의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는 건가?'

저 역시 마지막 회까지 정주행한 뒤 똑같은 질문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래서 저희 호린 크루들은 모여서 이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과학으로 명쾌하게 증명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요.


구독자님, 이번 뉴스레터는 이런 내용으로 준비했어요!

  1. '운명을 읽는 힘'을 가진 영적 스승들
  2. 명상가, 종교인, 무속인을 관통하는 공통점
  3. 자의식을 끄면 열리는 두 가지 능력
  4. 벼랑 끝에 서야 깨어나는 또 다른 의식

 

'운명을 읽는 힘'을 가진 영적 스승들

 

운명전쟁49를 보면서 단연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었던 것은 무속인들이었습니다. 사진 한 장과 생년월일만으로 망자의 사인을 맞추고, 처음 보는 사람의 수술 부위를 짚어내고, 눈앞에 없는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읽어내는 모습은 분명 충격적이었죠.

그런데 조금 더 시야를 넓히면 이런 능력은 비단 무속인의 전유물만은 아니었습니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거의 모든 종교의 창시자와 영적 지도자들은 이와 비슷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호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기율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부처님도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 가장 먼저 뜬 것이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보는 눈이었어요. 불교 경전에서는 이것을 '숙명통(宿命通)', 천안통(天眼通)이라고 합니다.
예수님도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 중 누가 자신을 배신할지를 이미 알고 계셨죠. 대부분의 역사 속 종교지도자들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어요.“

 

실제로 기독교의 선지자들은 신의 계시를 통해 미래를 예언했고,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는 미래에 대한 수많은 예측을 남겼습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달라이 라마의 환생자를 찾을 때 전생의 물건을 알아보는 능력을 검증하죠.

고대 그리스의 델피 신전에서 무녀 피티아가 국가의 운명을 점쳤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운명을 읽는 행위는 특정 종교나 무속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 문명 전반에 걸쳐 존재해온 가장 오래된 영적 전통 중 하나인 셈입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와 논란을 낳았던 샤머니즘 서바이벌 운명전쟁49
최근 뜨거운 화제와 논란을 낳았던 샤머니즘 서바이벌 운명전쟁49

 

명상가, 종교인, 무속인을 관통하는 공통점

 

이전 뉴스레터에서 다뤘던 '영성지능(Spiritual Intelligence, SQ)'을 기억하시나요? IQ가 논리적 사고 능력이고 EQ가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라면, SQ는 삶의 의미와 본질을 꿰뚫어보는 능력입니다. MIT와 하버드에서 공부한 다나 조하(Danah Zohar)가 처음 제안한 이 개념은 '인간의 궁극적 지능'으로 불리죠.

운명전쟁49 출연자들은 이 영성지능이 극도로 높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Q가 높은 사람이 복잡한 수학 문제를 직관적으로 풀어내듯, SQ가 높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정보를 직관적으로 읽어냅니다. 자신이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냥’ 하는 것이죠.

기율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음악적 재능이나 수학적 재능이 유전으로 대물림되듯이 영성 재능도 대물림된다고 봅니다. 그중 하나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읽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무속에서 대대로 신내림을 받는 집안이 있다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종교 지도자, 명상가, 무속인,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의식을 내려놓는 수행'을 한다는 것입니다. 무속인들은 춤과 음악, 반복적인 의식을 통해 자아를 비웁니다. 무속에서 가장 많이 하는 기도가 "인간의 마음이 아닌 신의 마음으로 말하게 해달라"라는 것도 그 때문이죠.

명상가들은 호흡 집중을 통해, 수도자들은 기도와 묵상을 통해 같은 상태에 도달합니다.

 

샤먼의 '신들린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런데 이 '자의식을 내려놓는 상태'가 실제로 뇌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과학적으로 관찰한 연구가 있습니다. 특히 샤먼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특별한 변화였죠.

2015년 하버드 대학교 MGH/HST 마틴노스 센터(Martinos Center for Biomedical Imaging)의 마이클 호브(Michael Hove) 연구팀은 막스플랑크 인지뇌과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Human Cognitive and Brain Sciences)와 함께 역사상 최초로 샤먼의 트랜스 상태를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로 촬영하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출신의 숙련된 샤먼 수행자 15명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에서 연구팀은 샤먼들이 반복적인 북소리를 들으며 트랜스 상태에 들어갈 때 뇌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첫째, 트랜스 상태에 들어가자 뇌의 세 영역에서 네트워크 연결성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자전적 기억과 자기참조적 사고를 담당하는 후대상피질(PCC), 주의를 어디에 집중할지를 결정하는 '조종석' 역할의 전대상피질(dACC), 그리고 신체 내부 감각과 타인의 감정을 자기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뇌섬엽(Insula)이었습니다. 이 세 영역이 마치 삼각편대처럼 강하게 연결되면서 내면으로 향하는 의식이 극대화된 것이죠.

 

둘째, 이와 동시에 외부 감각을 처리하는 청각 경로의 연결성은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지각적 분리(Perceptual Decoupling)'라고 명명했습니다. 뇌가 바깥에서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의도적으로 차단하기 시작한 것이죠.
눈을 감아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서 청각마저 내부적으로 꺼버리면 자의식이 '나'를 유지하기 위해 쓰던 외부 재료가 끊깁니다. 내가 누구인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던 뇌의 피드백 루프가 멈추면서 자의식의 볼륨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는 것입니다.

 

불교의 목탁처럼 단순하고 반복적인 자극이 뇌의 모드를 바꾼다
불교의 목탁처럼 단순하고 반복적인 자극이 뇌의 모드를 바꾼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반복적 북소리의 역할이었습니다. 호브 박사는 "북소리가 너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뇌가 추가적인 청각 처리를 거의 하지 않게 되고, 이것이 역설적으로 샤먼이 외부 환경에서 이탈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강한 자극이 아니라 단순하고 반복적인 자극이 뇌의 모드를 바꾸는 것이죠. 무속의 징과 꽹과리, 불교의 목탁, 기독교 수도원의 반복 성가가 어쩌면 같은 원리로 작동할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죠. 전 세계의 영적 전통이 발견한 '뇌를 내면으로 전환시키는 기술'이었던 셈이죠.

 

자의식이 사라진 상태에서 무엇이 열릴까?

 

그렇다면 이렇게 외부 감각이 차단되고 자의식의 볼륨이 낮아진 상태에서는 무엇이 열릴까요? 기율님은 두 가지가 열린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는 엄청난 공명 능력이에요. 자의식이 사라지면 나와 남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남의 아픔이 내 아픔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앞서 말한 뇌섬엽의 활성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뇌섬엽은 타인의 고통을 마치 자기 몸의 고통처럼 느끼게 해주는 영역이거든요. 자의식이 낮아지면서 이 영역이 강화되니, 상대방의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깊이 공명하는 능력이 극대화되는 것이죠.

운명전쟁49의 결승전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이 바로 이것을 보여줬습니다. 무속인 설화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의뢰인의 아내와 깊이 공명하며 그녀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죠. 설화는 단순히 정보를 '읽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고통 속으로 자신을 완전히 내던졌습니다.

자의식이라는 벽이 사라진 상태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죠. 가족도 내 아픔에 온전히 공감하기 힘든 세상에 나보다 더 절절히 공감해주고 “살아있는 게 용하다”며 내 깊은 고통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 존재만으로 의뢰인은 엄청난 위로와 치유를 받았을 것입니다.

또 하나, 자의식이 사라지면 생기는 두 번째 능력은 무엇일까요? 기율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종교전통에서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통찰이 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자의식이 낮아지면 '지금, 여기'에 갇힌 인식이 풀리면서 과거와 미래, 여기와 저기를 관통하는 더 넓은 의식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라디오 주파수에 비유하면 자의식이라는 잡음이 줄어드니 평소에 들리지 않던 주파수를 잡아내는 것이죠."

 

남다른 통찰의 힘을 보여준 무속인 이소빈
남다른 통찰의 힘을 보여준 무속인 이소빈

 

하버드 연구팀도 이와 유사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트랜스 상태에서 인지 통제 네트워크가 내면 의식의 초점을 조절하면서 동시에 외부 감각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며, 이것이 트랜스 상태에서 보고되는 내면적 각성과 통찰의 향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이것이 꿈이나 환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꿈을 꿀 때도 내면으로 빠져들지만 그것을 통제할 수는 없는 반면 샤먼 트랜스는 내면으로 깊이 빠져들면서도 의식의 조종간을 쥐고 있는 상태, 그래서 선명하고 구체적인 통찰이 가능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결승에서 3위를 차지한 무당 이소빈의 마지막 말이 바로 이 통찰의 힘을 보여줍니다. 그녀가 선택한 내담자의 상태가 불안정해 결국 의식이 중단됐지만 이소빈은 결과를 받아들이며 "저는 다시 선택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합니다.

 

서바이벌에서 이기지 못할 것을 이미 알면서도 그 길을 가겠다는 것. 이것은 논리적 판단이 아니라, 자기 삶의 전체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사람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나'라는 자의식의 볼륨이 낮아지니 이기고 싶은 욕심 대신 자신이 가야 할 운명의 길이 선명하게 보였던 것이죠.

 

강력한 능력에 따르는 가혹한 대가

 

그러나 이토록 강력한 능력에는 가혹한 대가가 따르는 것일까요. 운명전쟁49 출연자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여러 번 경험하고, 사회의 편견 속에서 고립됩니다.

재능을 갖고 태어나면 그것을 뽐낼 무대에 올라갈 환경이 자연스레 만들어집니다. 춤을 잘 추고 노래를 잘하면 무대에 수없이 불려나가죠. 영성재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성재능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무대는 바로 '역경과 고난'입니다.

어려움이 있어야 이들의 감춰진 진면목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또는 벼랑 끝에서 인간의 힘으로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살기 위해 숨겨져 있던 더 큰 의식이 깨어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무속에서 이것을 '신병(神病)'이라고 합니다. 신을 받기 직전에 겪는 극심한 고통의 시기죠. 칼날 위에서 뛰어다니고 목숨을 내던질 정도로 자의식을 완전히 내려놓아야만 더 큰 의식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의식의 볼륨을 극단적으로 낮춘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히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나를 보호하는 생존본능과 의식을 꺼버린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무속인들은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겪지 않을 아픔을 온몸으로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남들에게 없는 눈을 뜬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저는 TV를 보며 신비하고 화려한 점사 이면의 외롭고 고달픈 사람들의 눈물과 아픔에 조용히 공감했습니다. 


'누군가의 운명을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운명전쟁49
'누군가의 운명을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운명전쟁49

 

운명전쟁49는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집단 무의식 깊은 곳에 있는 가장 오래된 질문, '누군가의 운명을 알 수 있는가'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죠. 과학이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이지만, 그렇다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는 영역. 수천 년간 모든 문명과 종교가 인정해왔고, 이제는 현대 과학조차 조심스럽게 그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한 영역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를 잠시 내려놓고 누군가의 아픔에 온전히 공명하는 일은 무속인이나 종교 지도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힘든 친구 앞에서 어떤 조언도 하지 않고 그저 손을 잡아주었던 순간, 말하지 않아도 가족의 아픔을 느꼈던 순간, 우리도 이미 자의식의 볼륨을 낮추고 누군가와 깊이 연결된 경험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따뜻한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호린 피플 여러분의 삶에도 그 조용한 공감과 통찰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더 많아지기를 기도할게요. 

요즘 가장 뜨거운 화제인 운명전쟁49에 대해 다뤄봤는데요, 누구도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직관과 인문학의 관점에서의 새로운 해석으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주 뉴스레터에 3월 27일(금) 예정된 호린 명상다회에 대해 안내 드렸는데요
사정상 취소하신 분들이 있어 3분 추가 신청 가능하니 '운명적 끌림'을 느낀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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