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시작되는 징검다리 금요일..날씨까지 화창한 금요일.
이런 날은 뭔가 맛있는 걸 먹어줘야 한다. 나의 원픽은 당연히 냉면. 메밀 함량이 높은 냉면은 소화도 잘되고 먹고 난 후 속이 편해 내가 즐기는 음식이다. 더군다나 시원한 물냉면은 숙취해소에도 그만이다.
여의도에는 내가 단골로 드나들던 냉면집이 있다. 마포 을밀대의 슴슴한 평양 냉면이 내 입맛에 최고이긴 하지만, 여의도에서 점심시간에 다녀오기엔 멀기도 하거니와 대기줄이 길어 당최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신 KBS별관 근처에 '평가옥'이라는 냉면집이 있다. 이 집 냉면은 정통 평양 냉면이라기엔 국물 간이 살짝 쎄다. 하지만 나름 개성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집 냉면을 평양 아래 개성(?) 냉면이라 불렀고, 냉면을 먹기 전 녹두 부침 한 장, 편육 반 접시를 함께 주문하곤 했다.
오늘도 냉면이 생각나서 그 집에 가려고 전화를 해보니 없는 전화번호라고 나온다. 어라...이상하다. 지난주에도 통화했었는데...뭔가 쎄한 느낌이 온다. 일단 급한대로 점심은 회사 근처에서 먹고 동료들과 산책을 겸해 그 냉면집을 찾아가 봤다.
아뿔사! 폐업!
요즘 자영업 경기가 안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정작 내 단골 냉면집이 폐업을 하다니..그러고 보면 최근 여의도에는 법카 장사로 비싸게 팔 수 있는 소고기집/일식집은 많이 늘었지만 저렴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냉면집이 참 애매한 포지션이기는 하다. 냉면값이 비싸다는 얘기가 여기저기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줄을 서서 먹는 유명 냉면집이 아니고서야 냉면 팔아서는 치솟는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인 것 같다. 특히 고기집과 달리 냉면집은 저녁 장사와 술장사로 매출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문 닫은 냉면집, 폐업 인사를 써 붙인 입구를 보니 왠지 먹먹한 감정이 올라온다. 이 집은 몇 년 전 일이 잘 안풀리고 힘들던 시절부터 자주 찾던 곳으로, 시원한 냉면 한 그릇과 함께 답답한 속을 쓸어 내리던 그런 곳이다.
아쉽다. 단골 식당과의 이별이 영 내키지 않는다.
힘든 시절 위로가 되던 그 곳. 그동안 고마웠다. 안녕!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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