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4 | 191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근의 조직 문화에서 젊은 세대와 일하는 리더들은 종종 소통 방식을 젊은 세대에 맞춰 바꾼다. 지시보다 설명을 늘리고, 먼저 듣고, 관계의 긴장을 낮추려 한다. 그러면 대화는 한결 부드러워지고 팀도 전보다 편안해 보인다. 리더에게는 반가운 변화이다.

그러나 월말이나 분기말에 성과를 확인해보면 다른 장면이 보이기도 한다. 관계는 좋아진 것 같은데, 성과는 기대만큼 달라지지 않고 업무의 밀도도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
그때 리더에게는 현실적인 의문이 든다.
“팀 분위기와 조직 문화는 좋아진 것 같은데, 왜 일의 속도는 붙지 않을까?”
이 질문은 좋은 관계를 부정하는 질문이 아니다. 오히려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온 리더일수록 더 자주 마주하는 질문이다. 사람들 사이의 긴장은 낮아졌는데, 실행의 밀도는 기대만큼 높아지지 않는다. 충돌은 줄었지만 결정은 느려지고,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피드백도 줄어든다. 무엇을 더 잘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해내야 하는지 분명하게 말하는 순간도 함께 줄어든다.
성과를 고민하는 리더는 여기서 또 한번 변화를 시도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팀워크가 좋아졌지만, 실제로 더 나아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갈등이 줄어든 것이 건강한 협력의 결과인지, 아니면 불편한 말을 피한 결과인지를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방향을 바꾼다. 다시 기준을 꺼내 들고, 목표를 또렷하게 세우고, 실행을 강조한다. 성과를 내야 하는 리더에게 이 전환은 자연스럽다. 관계만으로는 일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준이 분명해지면 조직은 다시 움직인다. 해야 할 일이 선명해지고, 역할도 또렷해진다.

하지만 이 방식도 오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긴다. 회의는 조용해지고, 질문은 줄어든다. 사람들은 주어진 일은 해내지만, 그 이상은 시도하지 않는다. 문제를 먼저 꺼내기보다 상황을 살피고, 새로운 제안보다 지시된 내용을 따르는 쪽을 선택한다. 움직이기는 하지만 살아 있는 느낌은 약해진다.
좋은 관계가 곧 답이 아니듯, 강한 리더십도 곧 답은 아니다. 좋은 관계만 강조하면 기준이 흐려지기 쉽다. 반대로 강하게 밀어붙이면 기준은 분명해지지만, 사람이 지친다. 기준이 사람에게 납득되지 않으면 실행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람은 압박 때문에 움직일 수는 있어도, 압박만으로 몰입하지는 못한다.
결국 문제는 관계냐 강함이냐의 선택이 아니다. 둘 다 행동의 변화를 끝까지 만들지 못하는데 있다. 관계는 있는데 기준이 약하면 실행은 느슨해지고, 기준은 있는데 관계가 받쳐주지 않으면 실행은 버티기로 바뀐다. 하나는 편안하지만 선명하지 않고, 다른 하나는 선명하지만 지속되지 않는다.
성과는 관계가 좋은 것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기준이 분명해야 하고, 그 기준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로크와 레덤의 목표설정 연구가 보여주듯, 분명하고 도전적인 목표는 성과를 끌어내는 중요한 조건이다[1]. 관계가 좋아도 무엇을 어디까지 해내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실행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좋은 관계는 단지 부드러운 분위기를 뜻해서는 안 된다. 불편한 말도 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에드먼슨이 말한 심리적 안전감도 단지 분위기가 좋은 상태가 아니라, 질문하고 실수를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팀의 상태를 뜻한다[2]. 서로를 존중하기 때문에 기준을 흐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위해 기준을 더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강한 기준 역시 단지 압박을 뜻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 중요한지, 왜 그것이 중요한지, 그래서 지금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를 또렷하게 보여주는 기준이어야 한다.

성과를 만드는 리더는 한 방향만 고집하는 사람이 아니다. 관계의 가치를 알면서도 기준을 놓치지 않고, 기준을 세우면서도 관계를 소모시키지 않는 사람이다.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이 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지를 묻는 사람이다. 기준을 세웠다는 데 만족하지 않고, 그것이 왜 사람들의 자발성으로 이어지지 않는지를 묻는 사람이다.
좋은 관계가 항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관계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관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과는 관계, 기준, 행동이 하나로 이어질 때 만들어진다.
리더가 지금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은 분명하다.
관계를 돌아보는 질문
- 우리 팀의 좋은 관계는 불편한 말도 할 수 있는 관계인가? 아니면 서로 불편해지지 않으려는 관계인가?
- 나는 관계를 지키려다 성과에 꼭 필요한 말을 미루고 있지 않은가?
기준을 점검하는 질문
- 우리 팀은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해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는가?
- 내가 세운 기준은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게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가?
피드백을 돌아보는 질문
- 최근의 피드백은 단지 분위기를 관리하는 말이었는가, 아니면 다음 행동을 바꾸게 하는 말이었는가?
조직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편안함 만도, 긴장감 만도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기준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관계, 그리고 그 기준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상태이다. 리더십은 결국 그것을 만드는 일이다.

[1] Locke, E. A., & Latham, G. P. (2002). Building a Practically Useful Theory of Goal Setting and Task Motivation: A 35-Year Odyssey
[2] Edmondson, A. C. (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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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후 코치(K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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