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0 | 190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지난 몇 편의 글에서 우리는 리더의 내적 기준과 자기 인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리더의 판단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기준, 경험이 강점이 되는 순간과 함정이 되는 순간, 감정에 대한 오해, 불안의 출발점, 그리고 자기 성찰이 조직 성과로 연결되는 지점까지 다루었다. 이러한 주제들은 모두 리더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직에서 리더십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 경험된다. 구성원은 리더의 의도를 직접 볼 수 없다. 대신 리더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을 통해 리더를 해석한다. 그래서 결국 신뢰도 그 행동 속에서 조금씩 쌓여 간다.
많은 리더는 신뢰를 관계의 친밀감이나 호감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거나 “우리는 서로 신뢰하는 팀이다”라는 말을 통해 신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언도 중요하지만 구성원은 이러한 선언을 기준으로 신뢰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들은 과거의 경험을 떠올린다.
- 실수를 보고했을 때 리더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 약속했던 지원은 실제로 이루어졌는가?
- 위기 상황에서 팀을 보호했는가?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구성원은 리더에 대한 판단을 형성한다. 결국 신뢰는 의도나 선언이 아니라 경험의 축적에서 만들어진다.

조직에서 신뢰의 핵심은 친밀감보다 예측 가능성에 가깝다. 구성원은 무의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 이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 다른 의견을 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 문제가 발생하면 나를 보호할까, 아니면 책임을 돌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할수록 신뢰는 높아진다. 다시 말해 구성원은 리더를 좋아하기 때문에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한다.
이 현상은 인간의 뇌 구조와도 연결된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위험을 탐지하고 회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은 뇌에 위협으로 인식된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서는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긴장과 방어 반응이 증가한다. 반대로 행동 패턴이 반복되어 예측 가능할 때 뇌는 환경을 안전한 환경으로 인식한다.
조직에서도 같은 원리가 나타난다. 리더의 반응이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면 구성원은 조심스럽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보고는 늦어지고 문제는 숨겨진다. 반대로 리더의 행동이 반복적으로 일관될 때 구성원은 문제를 더 빠르게 공유하고 의견도 더 자유롭게 제시한다. 결국 신뢰는 감정적 친밀감이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에서 시작된다.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의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팀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실수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설명했다. 이 안전감은 리더의 격려 한마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반응이 반복적으로 경험되면서 형성된다는 것이다(Edmondson, 1999).[1]
또한 Mayer, Davis, Schoorman(1995)이 제시한 조직 신뢰 모델에서도 신뢰 형성 요인으로 능력(ability), 선의(benevolence), 그리고 정직성 또는 일관성(integrity)이 제시된다.[2]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일관성이다. 구성원은 리더가 어떤 기준으로 행동하는지를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그 기준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 신뢰를 형성한다.

결국 신뢰의 핵심은 컨시스턴시(consistency), 즉 행동의 일관성이다. 여기서 일관성이란 항상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황은 언제나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판단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더가 다음과 같은 기준을 반복적으로 유지할 때 신뢰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 반대 의견을 긍정적으로 수용한다.
- 약속한 지원은 반드시 실행한다.
- 실수는 처벌보다 학습의 기회로 다룬다.
이러한 기준이 반복될 때 구성원은 점점 리더를 해석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리더의 행동을 예측하기 시작한다. 바로 그 순간 신뢰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첫째, 자신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많은 리더는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만 정작 자신의 기준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성원은 리더의 기준을 매우 빠르게 감지한다. 리더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 나는 실수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진 리더인가.
- 성과와 학습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보는가.
-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가장 먼저 보호할 것인가.
둘째, 작은 약속을 반복적으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는 거대한 선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부분 작은 약속의 반복에서 형성된다. “이 문제는 내가 지원하겠다”, “이번 주 안에 검토해서 답을 주겠다”와 같은 약속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때 구성원은 리더를 신뢰하기 시작한다.
셋째, 감정의 패턴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리더의 감정 기복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날은 공감적이고 어떤 날은 공격적이라면 구성원은 리더의 메시지보다 리더의 감정을 먼저 읽게 된다. 결국 일관된 리더십에는 감정의 안정성도 포함된다.
신뢰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같은 기준을 유지하고, 같은 태도를 반복하고, 작은 약속을 지키는 행동 속에서 조금씩 축적된다.
결국 신뢰는 리더의 의도가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의 결과이다.

[1] Edmondson, A. (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 Mayer, R., Davis, J., & Schoorman, F. (1995). An integrative model of organizational trust.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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