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0 | 188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지난 글에서는 경험이 어떻게 리더의 강점에서 기준으로 굳어지는지를 살펴보았다. 경험은 판단을 빠르게 하고 불확실성을 줄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경험을 리더십의 자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경험에 질문을 멈추는 순간, 리더의 판단은 조금씩 고착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형성된 기준은 실제 판단의 순간에 어떻게 작동하는가? 리더는 정말로 현실을 보고 판단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미 예상해 온 현실을 확인하고 있는 것일까?
리더는 보통 자신을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회의실에서 공유된 숫자와 보고 내용, 구성원의 태도와 현장의 분위기를 종합해 판단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리더십의 핵심 역량을 흔히 ‘상황 판단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판단의 과정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리더가 마주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라기보다 이미 예상해 둔 현실에 더 가깝다.

같은 보고를 두고도 리더의 해석이 엇갈리는 이유는 정보의 차이 때문이 아니다. 어떤 리더는 “아직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어떤 리더는 “이미 늦었다”고 단정한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보고서 내용 자체가 아니라, 리더가 그동안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여겨 온 방식으로 형성된 예측이다. 즉 리더십의 판단은 현실에 즉각 반응하는 행위라기보다, 현실이 자신의 예상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 더 가깝다.
이러한 판단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이 뇌과학의 ‘능동적 추론(Active Inference)’이다. 신경과학자 칼 프리스턴(Karl Friston)은 인간의 뇌를 현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장치가 아니라, 끊임없이 세상을 예측하고 그 오차를 줄여나가는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뇌는 먼저 “세상은 이럴 것이다”라는 내부 모델을 가동하고, 감각 신호가 그 예측과 얼마나 어긋나는지를 살핀다. 우리가 인식하고 판단한다고 느끼는 행위의 실체는, 사실상 예측 오류를 최소화하려는 뇌의 노력이다.
중요한 것은, 판단이 현실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우리는 먼저 상황을 보고 판단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에 이미 “이럴 것이다”라는 예상이 작동하고 있다. 뇌는 그 예상에 맞는 신호를 더 잘 받아들이고, 맞지 않는 정보는 자연스럽게 지나치거나 기존 해석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는 일부러 왜곡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인간 인지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이다.

리더십 현장에서도 이 메커니즘은 그대로 나타난다. 리더는 이미 “이 팀은 자율성이 부족하다”, “이 구성원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이 프로젝트는 위험하다”와 같은 예측 모델을 갖고 있다.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이 모델을 확인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자율적인 행동은 예외적인 사항으로 치부하고, 작은 실수는 기존 예측을 강화하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리더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예측과 일치하는 장면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컬럼에서 다룬 경험의 역설이 여기서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경험은 이런 예측을 더 정교하고 견고하게 만든다. 경험이 많을수록 판단은 빨라지고, 상황을 읽는 감각은 예리해진다. 이는 분명 강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예측이 강해질수록, 예상과 다른 신호를 알아차리는 감각은 둔해질 수 있다. 경험은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은 다시 예측을 강화한다.
“요즘 사람들은 예전 같지 않아”
그래서 리더는 어느 순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하기보다 “요즘은 사람들이 달라졌다”,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이는 상황의 변화라기보다, 능동적 추론을 통해 형성되어 온 구성원에 대한 해석 기준이 더 이상 잘 맞지 않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실제로 변한 것은 환경일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예측 모델이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예측이 강할수록 리더는 이 어긋남을 현실의 문제로 돌리고, 자신이 익숙한 기준은 유지하려 한다.

성숙한 리더십은 예측을 없애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예측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중요한 것은 예측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 태도다. 능동적 추론의 관점에서 성숙한 판단이란, 실수를 하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예상이 빗나갔다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현실이 틀렸다고 단정하기 전에 자신의 예측이 틀렸을 가능성을 먼저 열어두는 힘이다.
이를 위해 리더는 판단의 순간에 질문 하나를 더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익숙해진 심증을 다시 확인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결정을 미루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판단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질문이다. 리더는 현실을 판단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많은 경우, 리더는 예측한 현실을 확인하고 있다. 이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리더는 다시 현실과 연결된다. 판단은 그때부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과 예측 사이의 간극을 다루는 문제가 된다. 그 간극을 겸허히 인식할 때, 리더의 경험은 비로소 진정한 강점으로 돌아온다.
하우코칭 파트너
박신후 코치(K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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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이해하는 것에서 리더십은 시작된다.
✅ "성과를 위해서 최선을 다 했는데...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감정 기복 심한 리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요?
✅ 국내/국제 코치자격 취득부터, 비즈니스,라이프,커리어 코치 되는 탄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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