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뉴스레터는 일과 여행 이슈로 슬쩍 스킵했는데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이런 게 구독자가 적은 뉴스레터의 특권 아닐까요. 다시 꾸준히 써보겠다고 다짐하면서, 이번 주 뉴스레터에는 콘텐츠를 채널 별로 나눠봤어요.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 되길!
📚 Book
미루고 미루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다. 이전에 몇 번 시도했을 때는 초반부에서 포기하곤 했는데 이번엔 단숨에 읽어 버렸다. 경험과 고민에 따라 똑같은 책이 다르게 읽히는 게 참 신기하다. 그래서 같은 책을 읽었다고 다 똑같은 수준의 이해를 갖춘 것은 아니며 좋은 책은 시기에 따라 여러 번 읽어야 하는 것 같다.
헤세의 작품은 <싯다르타>로 먼저 접했는데, 짧은 기간 3번이나 연속으로 읽을 정도로 인생 책이 되어버렸다. <데미안> 역시 헤세 작품의 일관된 주제인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얻는 깨달음”을 얻어가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싯다르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데, <싯다르타>가 보다 정돈된 형태로 헤세 철학의 정수를 담은 작품이라면,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1인칭 시점에서 자기 발견과 내적 세계를 탐구해 가는 좀 더 혼란하고 역동적인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여느 때처럼 인상 깊었던 문장 몇 개를 공유해본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 보려고 했다.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그는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갔어. 그리고 자신이 거기까지 가도록 도와준 악마로부터 마지막 순간에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았어. 그는 당당한 개성을 가졌어. 성서 이야기에서는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손해를 보지. 어쩌면 그도 카인의 후예일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나는 몹시 당황했다. 이 십자가 수난 이야기는 나 자신이 내 집처럼 편안히 확신해도 된다고 믿었는데 지금 비로소 내가 얼마나 개성 없이, 얼마나 상상력과 환상 없이 그것들을 듣고 읽었는지 알았다.
무언가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면,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우연이 아니라 그 자신이, 그 자신의 욕구와 필요가 그를 그것으로 인도한 것이다.
자신을 남들과 비교해서는 안 돼,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어 놓았다면, 자신을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돼. 더러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그런 나무람을 그만두어야 한네. 불을 들여다보고 구름을 바라보게. 예감들이 떠오르고 자네 영혼 속에서 목소리들이 말하기 시작하거든 곧바로 자신을 그 목소리에 맡기고 묻지는 마.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지 혹은 그 어떤 하느님의 마음에 들까 하고 말이야. 그런 물음이 자신을 망치는 거야.
새로운 것은 새롭고도 달라야 하며 새 땅에서 솟아야지 수집되거나 도서관에서 길어 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각성된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의무 외에는 아무런, 아무런, 아무런 의무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가는 것.
"누구나 관심 가져야 할 일은 아무래도 좋은 운명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이며, 운명을 자신 속에서 완전히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 내는 일이었다.”
🎙️Podcast
Lex Fridman의 Jeff Bezos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다양한 주제가 등장하는데, 그 중에 베조스가 아마존을 경영하며 day1 정신을 잃지 않기위해 노력한 부분이 인상깊다. day1이란 아마존의 핵심 문화로 매일을 새로운 시작처럼 생각하며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베조스는 안주하고 관성에 빠지는 순간 day2을 맞이한다고 한다. 아래는 팟캐스트를 듣고 정리한 부분.
회사에서 관성적으로 따르고 있는 지표가 사실은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과 동떨어져 있을 수 있다. 그걸 왜 아무도 모르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기에 어느 순간에는 목표의 프록시로서 제대로 동작하던 지표가 누구도 인지하지 못한 채 그 기능을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베조스는 이런 상황이 day2로 빠지게 되는 상황이라 여기고 경계한다. 그리고 이 위험 신호를 조직 내에 누구든 빠르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베조스는 아마존에 day1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들을 심었는데 위에서도 언급한 리더가 마지막에 말하는 원칙을 포함해서 6-pager, disagree and commit 등 흥미로운 원칙들이 많다. 이후에 기회가 되면 소개해보겠다.
📰 Article
'나의 세상이 무너졌다' 그 후 10년…이세돌이 털어놓은 속내 [설지연의 독설(讀說)] : 네이트 스포츠
이세돌의 인터뷰 기사. 알파고와의 대국, 책 출간 등 다양한 얘기가 있었지만 유독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던 대목이 있어서 소개한다.
Q. 왜 (우리나라는 AI와 같은 중요한 흐름에) 이렇게 느리다고 보십니까? 기대만큼 즉각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 한국 사회 자체가 극도로 보수적이라는 겁니다. 기존의 것을 바꾸려 하지 않으니 하다못해 세대 갈등, 남녀 갈등 같은 현상도 풀리지 않고, 결국 멈춰 있는 사회 안에서 갈등만 더 심해지는 거죠.
이공계 인재 유출 문제도 이해가 안 되는 겁니다. 왜 대기업들은 여유가 있는데도 투자를 안 하는 걸까? 제가 내린 결론은 ‘절박함이 없다’는 겁니다. (…) 좁은 한국 시장만 장악해도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그냥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겁니다. ‘해내야 하는 것’은 건드리지 않아요.
인재에 대한 대우가 박하고, 인재 유출을 방관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기업 입장에서 이 사람들을 붙잡아놓고 할 게 없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새로운 도전을 안 할 거니까. 하던 것만, 할 수 있는 것만 할 건데 굳이 돈을 써가며 인재를 잡을 이유가 없죠. '인재 유출이 문제다'라고 말만 하지 실제로 유치하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절박함이 없는 거예요. 없어도 그럭저럭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세돌의 인터뷰를 이후에 우연히 폴 그레이엄의 새로운 트윗을 보게 됐는데, 신기하게도 연결되는 내용이 있어서 가져왔다.
“과제가 어려울수록, 사람의 인종이나 성별 등은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인종차별적 관점이든 다양성 관점이든 상관없이,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데 너무 절박해져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어떤 집단이 충분히 도전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료라면 성별, 인종은 관심사가 아니다. 결국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정체되어 있는 조직에는 다양한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정된 파이를 갖고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 Tweets
“바이브 코딩”이란 개념의 창시자로 유명한 Andrej Karpathy의 2020년 트윗. 무언가의 전문가가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깊이 있게 완성하고, 필요한 순간에 배울 것(바닥부터 넓게 배우지 않기). 둘째, 배운 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요약하거나 가르쳐볼 것. 셋째,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어제의 나와 비교할 것. 파인만 테크닉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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