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다들 주말 잘 보내셨나요? 벌써 25년 11월이 끝나고 12월이 되었습니다. 12월 한 달이 지나면 26년이 되네요.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조금씩 제 방식대로 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원래 인스타그램에 쓰곤 했지만 뉴스레터에 쓰는 것이 좀 더 글이 잘 써지더라고요. 구독자가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구독해주시는 감사한 33분을 생각하면서 주말 마무리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끔 주말에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황금 종려상 수상작을 보곤 합니다. 보게 된 배경은 수상을 받은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어요. 보통 수상작들은 대부분 상업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서 개봉이 되더라도 인기가 적은 편이기도 한데요. 우연히 보게 되었던 수상작들이 '생각'을 오랫동안 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상업 영화도 울림을 주는 경우가 있지만 상을 받았다는 것 때문일까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잔잔하고 예술성이 강하나 울림 주는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슬픔의 삼각형', '어느 가족', '기생충' 아직 이렇게 3가지 밖에 못 봤네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가끔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중 상영관이 1개인 영화를 일부러 보곤 합니다. 이유는 상업적인 영화들이 영화관을 많이 차지하곤 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영화들의 광고를 더 많이 접하게 되고 관심이 가게 되지만, 상영 영화관 수가 1곳이라도 쟁쟁한 많은 영화들 속에서 이 한 곳을 차지한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런 영화들에 더 관심을 가져야 영화들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보게 된 영화가 영화 '여덟 개의 산'인데요. 이 영화도 참 좋았답니다. 영화관에 총 9명이 있었는데 저 제외하고 8분이 모두 노부부셨어요. 심야로 보았는데 뭔가 특별한 감정을 주는 순간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요. 의식적으로 환경이 가리키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 내가 진짜 좋아하고 원하는 것들을 선택하고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저런 영화들을 보다보니 저는 잔잔하고 의미를 던지거나 생각을 해보게 해주는 영화들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주 주말에 '아무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 '아무르'를 선택한 이유
솔직하게 황금 종려상 영화를 넷플릭스에 찾아보았는데 제가 본 영화들 외 아무르를 볼 수 있더군요.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저에게는 어떤 영화를 보느냐 보다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영화를 보는 것이 기준이 되었거든요. 수상한 영화들은 저마다의 수상 이유가 있고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자주 보는 편도 아니고 잘 모르지만 저만의 감상과 감각으로 영화를 보았을 때 황금 종려상 영화들은 항상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 소감
아무르(Amour)는 프랑스어로 사랑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영화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는 노부부에게 갑작스럽게 아내의 마비가 찾아왔고, 서서히 악화되는 병세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를 담은 영화에요. 죽음과 노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아래에 현실적으로 사랑이 어떻게 시험 받는지, 증명 되는지를 풀어낸 영화였습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귀한 생명으로 태어나고, 다시 죽음을 통해 돌아가잖아요. 그 과정 속에서 노화가 진행되고 노화로 인해 바뀌는 많은 것들은 분명 자연스러운 것인데 왜 이리 슬프고 익숙해지지 않는 것일까요?
사랑은 함께 웃고 행복한 느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보통 좋은 감정, 행복한 느낌이 바로 떠오르기 마련인데요. 영화를 보다 보니 상대방의 고통과 함께, 밑바닥 까지 함께 할 수 있는가? 이것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상황 뿐만 아니라 좋지 않은 상황까지도 함께 말이죠.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마주치는 순간이 오게 될 텐데, 그때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요? 아무르에 나온 노부부의 모습은 언젠가 사람이라면 겪게 되는 상황과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거나, 누군가에게 짐이 되어 떠나거나. 그때 나에게, 함께 하는 분에게 사랑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요.
사랑은 행복한 느낌도 맞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는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책임에 대한 생각은 사랑을 시작할 때 들 수도 있고, 중간에 들 수도 있고, 언젠가 세상을 떠날 때 들 수도 있을텐데요. 살아가면서 언젠가 한 번은 질문을 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영화는 스포를 할 것 같아 영화에 대한 내용보다는 개인적으로 든 생각들로 풀어보았습니다.)





수상 이유 / 전문가 후기
아무르 영화는 어떤 이유로 수상을 했으며, 많은 전문가들은 어떤 평을 내렸을까요. 저도 영화를 본 뒤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영화를 보고 수상평을 보니 또 이해가 되더라고요. 전문가 분들이 평가한 내용들을 보는 것도 영화를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2012년 제 65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무르는 영화계에서 이견이 없는 완벽한 결과로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만드신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2009년 하얀 리본이라는 영화로 황금 종려상을 받으셨는데요. 3년 만에 아무르로 또 수상을 하신 것이죠.
2012년 제 65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난니 모레티 (이탈리아 거장 감독)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 아무르에는 '두 개의 위대한 연기'와 '하나의 위대한 연출'이 있다.
- 아무르는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정서적인 충격과 더불어 높은 완성도가 큰 호평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크게 3가지로 영화 아무르를 극찬했다고 해요.
- (1) 죽음 : 죽음을 다루는 많은 영화들은 관객을 울리기 위해 감동적인 음악이나 슬픈 장면을 극적으로 연출하는데 반해 아무르는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차갑게 묘사했다고 합니다.
- (2) 배우의 연기 : 칸 영화제 규정상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연기상을 중복 수상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규정이 없었다면 연기상까지 휩쓸었을 정도로 배우 연기가 출중했다고 합니다. 저도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소수의 인물이 나오고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요. 몰입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연기를 굉장히 뛰어나게 하신 것이겠죠?
- (3) 한정된 공간 : 영화 아무르는 대부분의 장면이 노부부의 아파트 내부에서만 이루어집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밀도 높은 전개와 긴장감을 주어 연출력에서도 매우 큰 호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무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이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였는데요. 이 영화도 굉장히 적은 공간에서 연기력으로 저에게 압도적인 몰입을 만들어준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공간이 다양한 곳보다 저에게는 오히려 적은 공간에서 연기력으로 몰입감을 주는 영화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네요.
영화 OST
영화에서는 중간 중간 노래로 클래식이 나왔습니다. 가장 많이 나왔던 것은 슈베르트 노래였어요. 너무 좋아서 어떤 곡인지 찾아보니 슈베르트더라고요. 베토벤 노래도 있었습니다.
- 슈베르트, 즉흥곡 3번 (Schubert, Impromptu Op. 90 No. 3 in G-flat Major)
- 슈베르트, 즉흥곡 1번 (Schubert, Impromptu Op. 90 No. 1 in C Minor)
- 베토벤, 바가텔 (Beethoven, Bagatelle Op. 126 No. 2)
영화의 배경이 은퇴 생활을 즐기던 노부부인데요. 두 분 모두 전직 음악 교사로 교양 있고 우아한 삶을 지내다 노부부 삶을 영화로 표현했다보니 클래식 노래들을 음악으로 넣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영화와 클래식 음악이 굉장히 잘 어울리고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슈베르트에 대해서는 슈베르트가 31세로 요절을 한 분이신데요. 음악적으로는 아름답지만 일찍 돌아가신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죽음에 대한 고뇌를 한 인물로 표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죽음이다보니 슈베르트 음악을 활용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찾아보고 검색하면서 영화를 더 알아가보니 더욱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글을 쓰면서 든 생각
사실 우리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겁니다. 본인이 죽음을 맞이할 때도 있을 것이고,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 등의 죽음을 맞이할 순간이 언젠가 오겠죠. 피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외면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아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같이 보내는 순간들을 더 다정하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표현을 더 많이 하고요. 더 사랑하는 것이죠. 덜 표현하고 덜 사랑했다면 시간이 지나 죽음을 맞이 했을 때, 더 많이 표현하고 더 사랑할 걸이라는 후회가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이니까요. 그런 순간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표현한다면, 적어도 함께 순간을 보내는 분들에게도 그 순간은 기억에 남는 행복한 순간들로 남겨지지 않을까요.
죽음에 대한 영화를 보고 생각을 하다 보면 '이해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해 관계 속에 포함되어 살아가는데요. 이해 관계 속에서 누군가와 대립하고 시기하고 비난하고 혐오하는 그런 행동들이 과연 필요할까요? 죽음 앞에서 결국 아무것도 아닐텐데 말이죠. 그럼 조금 더 화가 나더라도, 힘들 더라도 상대방을 더 사랑하고 존중하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현실은 더 복잡하기에 이렇게 볼 수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세상이 더 다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표현을. 앞으로도 함께 소중한 순간들 함께 행복하게 보내자는 표현을. 언제든 힘이 되어주고 응원하겠다는 표현을. 때론 말과 글의 표현이 아닌 말 없이 포옹을 하기도. 등을 두드려주기도. 함께 손을 잡기도. 진심 어린 표정으로 상대방을 믿는다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순간을 좀 더 다정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해주고 계신 33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진형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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