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커뮤니티의 모든 내용은 대중에게 공개된 정보를 기반으로한 개인적인 의견이며 투자에 대한 조언이 아닌 전반적인 미국의 시장, VC, 스타트업, 기술 트렌드와 그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들입니다.
2024 주실밸 컨퍼런스: 실리콘밸리로 가는길
드디어 주간 실리콘밸리 구독자들을 위한 오프모임을 개최합니다!
주제는 실리콘밸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와 스타트업 미국 진출위주로 진행할 예정이고 감사하게도 아산나눔재단과 크로스보더 로펌 VPLG에서 장소, 간단한 식사, 와인을 후원해주실 예정입니다.
시간장소: 2024년 12월 13일 금요일, 역삼 마루 180
17:00 - 18:00 등록 및 네트워킹
18:00 - 19:30 실리콘밸리 + 미국 진출 이야기
20:00 - 21:00 2분 스타트업 피칭 + Q&A
21:00 - 22:00 네트워크
장소사정상 참석 가능한 인원 제한이 있으니 빠르게 아래 링크로 사인업 부탁드립니다.
요즘 제가 유튜브가 재미있어서 열심히 영상들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우선은 한국과 미국의 다른 VC분들 초청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는데요, 펀드레이징하시는 대표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창업자분들의 라이브 피치도 한번 해볼 예정인데요, 관심있으신 대표님들은 위의 커피챗링크로 신청부탁드립니다!
중립과 기술을 좋아하던 모범생 실리콘밸리가 변했다?
제 기억에는 미국 역사상 이번 대선만큼 많은 VC들이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습니다. 보통 VC들은 정치적인 성향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그들의 사업에, 돈을 버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때문입니다.
비지니스적인 중립
기본적으로 정치성향을 드러내게되면 어느 한쪽 편에 서게되고 그럴경우 그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악화될수있습니다. 예를 들면 (1) VC펀드에 출자를 해주는 LP와의 관계, (2) 투자를 하고 싶은 스타트업의 창업자와의 관계, (3) 규제와 관련된 정치인과의 관계, (4) 다른 투자자들과의 관계, (5) 포트폴리오 기업과 협업/인수하는 대기업 관계자와의 관계등이 정치적 성향의 드러냈을때 손해를 볼수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리스크 관리
앞서 간단히 언급한 부분이지만 정치적으로 어떤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했을때 그 반대 후보가 당선되었을 경우 혹은 그 다음번 정권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수있습니다. 정경유착이라는 비난을 받을수도 있구요. 한국의 대기업들이 정부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같은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실리콘밸리는 기술과 진보
더군다나 실리콘밸리는 전통적으로 진보적이고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했기때문에 (솔직히 저는 이것도 돈때문이라고 봅니다. 아래에서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딱히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아도 대부분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죠. 동시에 실리콘밸리는 문화자체가 전통적으로 기술과 혁신에 초점을 맞춰왔기때문에 정치적 이슈에 깊이 관여하는 것을 꺼려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무너지는 전통
그러나 최근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Mark Andreessen와 Peter Thiel 같은 영향력 있는 VC들, 그리고 일론머스크와 같은 기업가들이 공개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러한 전통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걸까요?
실리콘밸리는 왜 정치에 뛰어들었는가?
그건 바로 지금 실리콘밸리는 너무 힘들기때문입니다. 이유는 (1)막혀버린 회수시장, (2)역사적 고점에 역사상 최대금액을 투자, (3) LP들의 외면등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막혀버린 회수시장
아래 그래프에서 보시듯이 실리콘밸리는 2014년이후 역사상 가장 적은 exit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예상치라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하구요. 얼어붙은 IPO시장과 정부의 빅테크와 대기업들에 대한 독점규제로 인해 막혀버린 M&A시장이 실리콘밸리 VC들의 투자금 회수를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계속해서 그들의 목을 조여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FOMO에 못이겨 역사상 고점에 역사상 최대 금액을 투자한 VC들
더 무서운건 2021년과 2022년에 FOMO를 이기지못하고 저질러버린 투자건들입니다. 아래에서 보이다시피 2021년과 2022년에는 역대급 규모와 개수의 딜들이 투자되었습니다. VC와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하면 좋은걸로 볼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때가 바로 역사적 고점이었다는 겁니다.
아래 그래프에 보시듯이 2021년과 2022년의 스타트업들의 가치평가는 역사적 고점이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래프상으로는 late stage만 그런 것 같은데 스케일이 달라서 그렇지 상대적으로 봤을때는 early stage도 상대적으로 상당한 고점이었습니다.
결국 FOMO에 휩쓸린 많은 VC들이 2021/2022년 역사적 고점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금액을 투자했고 그 가치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을 보며 아직 미실현이긴 하지만 손실을 보고있고 앞으로 그 손실은 훨씬 더 커질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LP들의 외면
이렇듯 투자금이 회수가 되지 않는데다 고점에 투자한 건들이 성과가 좋지않고 앞으로도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VC펀드에 출자하는 LP들은 출자를 망설이게 될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여겨지는 미국 국채금리가 충분히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고 Private Credit의 경우 낮은 리스크대비 아주 좋은 수익이 보장되어 이것들과 유동성이 높은 상장주식만으로도 LP들의 목표수익을 맞출수있는 시대이다보니 굳이 모험자본에 투자해야하냐라는 생각이 드는게 당연합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그래도 많이 출자하네"라고 하실수도 있겠지만 출자 대상 펀드의 개수를 보면 2014년이후 최저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말은 즉 부익부빈익빈으로 잘하는 대형펀드들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뜻인데 이는 "flight to quality"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위기상황에 좀더 안전한 자산으로 투자가 몰리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LP들은 지금 실리콘밸리가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아래 그래프에서도 보이듯이 2014년이후 첫번째, 두번째 펀드를 모이는 신흥VC보다는 기존 VC로 돈이 더 몰리는 상황이고 아마 2014년이후 혹은 역사상 처음으로 기존VC들이 신흥VC보다 더 많은 펀드를 결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많은 신흥 VC들이 신규 펀드레이징을 포기하고 있고 결국 많은 VC들이 더이상 투자활동을 지속할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1-2022년 대 유동성시대에 너도나도 VC펀드를 차리던 것의 결과라고 볼수있죠.
추가로 LP역할을 하는 많은 정부나 국부펀드들이 2021년과 2022년 스타트업들에 대한 직접투자를 확대하면서 아래 회색 그래프와 같이 역사상 고점에서도 특히 남들보다 더 비싸게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고 이로 인해 큰 손실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기때문에 VC출자가 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상대적으로 CVC들은 그나마 선방하였으나 PE와 자산운용사들은 투자밸류를 볼때 어느정도 손실은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회수도, 성과도, 고금리도, LP들도 안좋은 심각한 상황
그렇다보니 실리콘밸리 VC들은 지금이야 대형펀드들이 그나마 "2021/2022 빈티지는 아직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라는 핑계와 세컨더리로 쥐어짜낸 DPI로 펀드를 모을수있었지만, 이대로 다음 사이클이되어 2027년이 되면 그때는 해당 빈티지의 성과를 어느정도 보여줘야하는데 그때는 정말 다음 펀드를 모으기가 쉽지않을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M&A와 IPO 활성화를 통한 투자금 회수
아마존의 저승사자로 불리웠던 FTC의 리나칸을 필두로 지난 바이든 정권에서는 빅테크의 독과점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해 왔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이번 트럼프정권이 들어서면서 아무래도 기업에 더 우호적인 형태로 관련 독점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인해 기업 인수합병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수적인 대규모 exit을 촉진할 것이고 실리콘밸리 VC들의 자금회수를 크게 도와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규제 완화: 인공지능, 자율주행, 암호화폐의 성장
인공지능, 자율주행, 암호화폐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투자한 회사들이 더 빨리 성장할수있고 실제로 매출을 성장시킬수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 회사들은 기술개발에 대한 규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웨이모가 앞서가고 일론머스크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자율주행에 대한 규제완화는 더 많은 실험과 매출발생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암호화폐 규제 완화는 암호화폐 관련 회사들의 수익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트럼프는 원래 친기업적이긴했는데 전기차와 암호화폐에는 부정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최근 선거를 거치면서 긍정적으로 돌아선것처럼 보입니다. 바이든정권의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했다는 생각도 드는데, 최근 DJT기업으로 암호화폐 회사를 인수하는등 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이 기조가 계속 유지될지 지켜봐야할 것 같은데 이 부분은 뒤에서 좀 더 정리해보겠습니다.
대중국 강경 기조로 경쟁상대 제거
새로운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와 무역 불균형 해소를 강력히 추진할 전망인데 동시에 중국의 기술 주도권을 최대한 막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인해 로봇과 인공지능을 비롯해 중국의 기술력이 뛰어난 부분의 미국 진출을 차단함으로써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는 물가 안정과 상충될 수 있으며, 중국의 맞대응으로 인한 부작용도 예상되고, 특히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테슬라와 같은 미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고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예기치 않은 혼란이 발생할 우려도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이 정책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쳐 IPO시장의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국방산업 활성화로 매출 증대
정부의 국방비 지출 확대로 Anduril Industries, Palantir Technologies와 같은 방위산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SpaceX를 비롯해 AI, 무인기, 보안 기술 관련 기업들의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서 빠른 성장 및 IPO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SpaceX의 경우는 Starlink만 따로 분리하여 상장을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기업 및 고소득층 세제 혜택으로 소득 향상
법인세율 인하, 소득세, 자본소득세, 성과급에 대한 우호적인 과세정책으로 우선 트럼프와 그 친구들을 유리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동시에 주식시장 활황을 이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를 비롯한 VC들도 carried interest라는 성과급에 대한 세금도 낮은데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인만큼 소득세까지 내려주면 금융권 종사자들에게는 무조건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트럼프가 되어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재정적으로는 고소득층 개인들에게는 무조건 도움이 되는 상황이긴합니다.
결론적으로 돈, 돈, 돈
공개적인 지지에 나선 Andreessen Horowitz의 Marc와 Ben (벤은 나중에 바이든이 물러나자 해리스에게도 기부), Founders Fund의 Peter Thiel, 8VC의 Joe Lonsdale, Elon Musk등은 모두 Palantir, Andurill, SpaceX와 같은 국방산업에 깊이 관여되어있고 암호화폐 산업에 대규모 투자집행한 VC들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대부분 빌리언에어인만큼 여러모로 트럼프정부가 본인들의 커리어와 개인적인 모든 면에서 유리한건 명확하죠.
모순의 트럼프, 믿을수 있을까? 그리고 J.D. Vance
여전히 대다수의 실리콘밸리의 VC들은 진보적이고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위에서 보셨다시피 실리콘밸리의 몇몇 VC들이 트럼프를 지지할 인센티브는 명확합니다. 다만 이들의 이러한 인센티브에 관해, 이번 트럼프 정권에 대해, 제가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트럼프의 과거와 현재발언의 모순점, 그리고 머스크와의 관계에 대한 우려입니다.
전기차
우선 트럼프의 전기차에 대한 입장을 생각해볼까요? 기본적으로 트럼프는 전기차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전기차는 "중국에서 만들고, 너무 비싸며 멀리 가지도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고 바이든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녹색 신종 사기(Green New Scam)"라고 규정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선언 이후 그의 입장은 "전기차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급격한 입장 전환을 보였습니다. "전기차 자체는 반대하지 않으며, 직접 운전해봤는데 정말 훌륭하다"고 평가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그러나 실제 정책방향은 여전히 전기차 보조금과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은 폐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머스크는 보조금 폐지가 테슬라의 경쟁사에 더 치명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이러한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암호화폐
2019년만 하더라도 트럼프와 제가 가장 잘 통하는 부분이 암호화폐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규정하였으며 "가치가 매우 불안정하고 허상에 기반한다"라고 비판했었습니다. Fox와의 인터뷰에서는 "비트코인은 사기이며 무엇이든 달러의 권력과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구요 (주의: 개인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는 기대가 됩니다 ㅎㅎㅎ).
하지만 2024년, 트럼프의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미국을 "지구의 암호화폐 수도이자 세계의 비트코인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하며 "전략적 국가 비트코인 비축"을 선언하였고 취임 첫날 SEC의 위원장 게리 겐슬러를 해임하고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규제를 도입한다고 공약한 것이죠.
꼭 이겨야만 했던 선거
이렇듯 트럼프는 나쁘다고 했다가, 좋다고 했다가, 실제 정책은 반대하는 입장으로 가는등 계속해서 일관성없는 앞뒤가 맞지않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있는데, 이러한 다양하고 빠른 입장변화는 결국 어떻게든 선거에 이기기위한 전략이었다는 합리적 의심도 충분히 해볼수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 졌다면 진행중이었던 2건의 연방 사건(기밀 유출, 선거 개입)의 경우 최대 20년형까지 나올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진행될뻔한 조지아주 선거개인 사건, 유죄판결을 받은 뉴욕주 성추문 입막음 사건등도 트럼프를 괴롭힐수 있는 상황이기때문에 더욱 설득력있는 의심인것이죠.
과연 지금의 공약들은 지켜질 것인가?
트럼프의 과거를 확인해봐도 의심과 우려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아래 테이블을 보시면 트럼프의 공약 이행률은 43%정도로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2016년 당시에도 상원과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가져간 상황이었음에도 전통적인 워싱턴의원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했던 것이죠.
다만 이번에는 트럼프도 처음이 아닌 두번째인만큼, 더 많은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이미 재선이고 삼선이 없는 트럼프에게 공약이행이 중요할지, 아니면 다른 더 중요한 것이 있을지 또한 고민해야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 | 공약 이행률 | 세부 내용 |
---|---|---|
빌 클린턴 | 85% | 100개 중 85개 달성 |
조지 W 부시 | 58% | 600개 중 350개 달성 |
조 바이든 | 55% | 전통적 입법 과정 통한 이행 33.33% |
버락 오바마 | 48% | 533개 중 258개 달성 |
도널드 트럼프 | 43% | 102개 중 44개 달성, 전통적 입법 과정 18.75% |
실리콘밸리의 안전장치: J.D. Vance
이렇듯 실리콘밸리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 자체가 믿을수 없다는 리스크가 있기때문에 아마도 페이팔 마피아의 수장인 피터틸이 키운 오하이오의 상원의원 J.D. Vance를 부통령으로 추천하면서, 트럼프에 지지하는 머스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VC들이 그들만을 위한 안전장치를 만들어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동시에 이번 선거에 져서는 안되는 트럼프도 이들의 제안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겠죠.
한가지 놀라운건 Vance는 트럼프를 "도덕적 재앙", "미국의 히틀러", "완전한 사기꾼"라고 부르면서 맹비난하던 상원의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본인과 실리콘밸리의 이익을 위해서 자본주의자로써 기꺼이 역사에 길이남을 트럼프의 부통령이 된 것이죠.
저는 이 흐름을 보면서 피터틸의 이 완벽한 디자인과 실행을 보면서 존경의 소름이 돋았습니다. 더군다나 Vance의 이력자체는 정말 흠잡을데가 없어서 나중에 대통령도 될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되면 피터틸은 진정한 킹메이커가 되는거죠. 개인적으로 머스크도 정말 좋아하지만(물론 의견에 다 동의하는건 아님) 피터틸이 진짜 끝판왕이라는 생각입니다.
머스크와 트럼프, 하늘아래 두 태양은 공존할수있는가?
저는 머스크와 트럼프는 모두 본인의 고집으로 성공한 대단한 사람들이고 동시에 본인의 주관과 성격이 또렷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명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이고, 한명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이 있는 사람인데, 둘 다 자기애가 아주 넘치는 사람들이기에, 과연 이 둘이 앞으로 4년간 지금의 동맹관계를 무사히 유지할수있을까가 궁금합니다.
물론 둘 다 대단한 사업가이기때문에 실용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저는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둘 다 실용적이지 못했던 부분도 많고 오히려 감정적인 공격과 실수들이 많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수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는 그 감정적 공격과 실수의 상대가 지금의 서로만큼 힘이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때문에 계속 살아남고 승리해올수 있었다고 생각해보면, 지금은 각자의 정점에 있는 둘인만큼 그 싸움의 리스크도 서로에게 크다고 볼수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둘 다 조용히 맞춰줄지, 아니면 더 크게 싸울지 궁금한 부분입니다.
위의 기사에서 보시다시피 이미 트럼프의 측근들과 머스크의 다툼은 시작되었습니다. 당장은 트럼프가 더 힘이 있는 상황이지만 4년후에는 결국 머스크가 돈이 더 많아지는 상황인데, 이 다이내믹이 앞으로 어떤식으로 풀어져갈지, 어찌되었건 아주 재미있는 팝콘 각입니다.
그래서? 한국 스타트업에 미치는 영향
기본적으로 미국 스타트업 시장의 상황이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게 이번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실리콘밸리에 주는 메세지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을 우선시하는 정책이 펼쳐지면서 미국내 스타트업 투자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동맹국인 한국의 스타트업들에게는 경쟁자가 적어진 시장에 진출하기 좋은 시기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가 풀리는 것도 호재로 여겨지구요.
다만 이 모든 전제는 트럼프가 약속을 이행하고, 만약 트럼프가 이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안전장치인 Vance가 실리콘밸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제 슬슬 트럼프 2기 내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한가지 우려되는 것이 바이오분야에서 트럼프가 백신을 신뢰하지 않고, 신약 개발 및 전염병 연구를 멈추고, FDA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RFK Jr를 의호에 추천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부분은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시장 흐름이 한국 내수 벤처시장으로 어디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지는 확실히 좀 더 지켜볼만한 부분은 있습니다. 여태까지는 미국과 한국시장이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제는 미국이 "나만 잘살면 돼"라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두 시장의 상관관계가 낮아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되면 우리가 흔히 말하던 "미국의 트렌드가 6개월후에 한국에 반영된다"라는 말이 더이상 의미가 없어질수도 없는거죠.
따라서 이럴때일수록 아마도 가장 안정적이고 튼튼할 시장이 될 미국 진출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아예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스타트업을 디자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야망있고 능력있는 창업자분들은 언제든 아래 링크로 연락주세요!
실리콘밸리 변하지 않았다: 오늘도 자본주의는 맑음
이번 대선을 보면서 실리콘밸리가 변했다는 평가도 많이 들립니다. 어쩌면 그렇게 느낄수도 있다고 공감도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실리콘밸리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는 뉴욕과 함께 언제나 미국 자본주의자들의 성지로 자리잡아왔습니다. 둘이 성향이 좀 다르다는 느낌은 드는데 뉴욕은 좀 더 직접적이고 칼같은 바람과 같은 자본주의라면 실리콘밸리는 약간 따뜻하고 선한 햇볕과 같은 자본주의일뿐이죠. 결국 둘 다 행인의 코트를 벗기는, 돈을 버는게 그 궁극적인 목적임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고 단기적인 수익을 원하는 뉴욕의 금융시장과는 달리, 실리콘밸리의 금융시장은 느리고 장기적이지만 훨씬 더 큰 업사이드를 노리는 금융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스타트업들의 풀고자하는 문제가 아주 커야하고, 그러다보니 그 솔루션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걸릴수밖에 없다보니 참을성이 없는 인간들을 위해 "사회와 인류를 위한 미션"이라는 명분을 줌으로써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견딜수 있게 해주는게 똑똑한 서부 실리콘밸리 자본주의자들의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이번에도 실리콘밸리는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 자본주의의 두 축중에 하나로써, 눈앞에 닥친 위기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필요에의해 적응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형태는 잠깐 적응했을지언정, 그리고 앞으로도 진화해나갈수도 있지만, 미국과 자본주의가 건재한 하늘아래서는 실리콘밸리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번외) OpenAI에게는 어떤 영향?
아래 뉴스레터에서 썼다시피 저는 샘알트만이 트럼프의 사위의 동생인 Josh Kushner의 투자를 받은 이유가 non-profit에서 for-profit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트럼프정부의 힘을 조금이라도 빌리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Josh의 형인 Jared가 트럼프 1기에서는 주요 권력층에 있었고 둘의 사이도 최고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형제의 우애는 있다고 생각했기때문인데요, 이러한 알트만의 베팅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우선은 성공을 거두는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예상치못한 재미있는 한가지 변수가 생겼습니다. 알트만의 가장 큰 적인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올인을 하면서 최측근이 되어버린 것이죠. 더군다나 Jared의 경우 우선은 이번 정권에서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는 말씀드렸다시피 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OpenAI의 창업자중의 한명인 머스크와는 OpenAI 관련 소송도 진행중일정도로 원수지간인 알트만에게는 예상치못한 변수이가 크나큰 악재로 보입니다. 다만 둘 다 뛰어난 사업가인만큼 언제 또 서로의 미션과 이익, 그리고 돈앞에서 손을 잡을지도 모르는 부분이긴 합니다. 앞으로 이 부분도 함께 지켜보시죠.
오늘도 글을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12월 13일에 저를 직접만나시면 제가 말이 너무 많아서 귀에서 피가 나실수도 있으니 이어플러그 지참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곧 뵐수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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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엔터테인먼트로서 즐기면 확실히 트럼프는 재밌어요. 불확실성 속에서 뉴스레터 작성은 트럼프 리스크 헷지 아닌지... ㅎㅎ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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