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레터 140호
🌟 5월 한 달 동안 지역 영화 미디어 정책을 살펴보는 인디앤임팩트 6.3 지방선거 기획! ✨
⚓ 강릉에 이은 두 번째 지역은 바로 부산입니다! 칸따삐아필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남영 감독의 글을 통해, '부산영화정책포럼'의 문제의식과 '부산영화정책제안서'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살펴봅니다! 🔍
🚢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향후 10년을 그리며 생산된 정책 제안과 그 실현을 위해 정식 출범을 앞둔 '부산영화정책네트워크'를 응원하며! 140번째 인디앤임팩트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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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시 부산, 10년의 청사진을 그리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완성한 부산영화정책제안서와 부산영화정책네트워크의 의의
'부산에서 건강하고 오래 오래 영화를 만드는 것.' 내가 몸담고 있는 창작 집단 '칸따삐아필름'의 목표다. 소박해 보이는 이 문장이, 주어진 현실 앞에 서면 어쩐지 연약한 것이 된다. '건강하고 오래도록'도 쉽지 않고, 거기에 '부산에서'라는 조건이 붙으니 말이다. 부산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때가 되어 서울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받아들여진다. 함께 영화를 시작했던 사람들은 나은 선택지를 찾아 하나둘 서울로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창작과 생계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부산은 곧잘 '영화의 도시'라 불리지만 그 이름과 내가 선 자리 사이에는 늘 거리가 있었다.
부산에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차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니 자연스레 앞으로의 10년을 떠올리게 된다. 부산, 이곳은 정말 영화를 계속할 수 있는 도시일까? 그간 만나온 동료들은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놀랍도록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영화 만들기의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는 나날은 잠깐, 그 나머지 버텨야 하는 시간이 길고 길다. 어째서 많은 이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우리가 맞닥뜨린 벽은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로는 넘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함께 넘어야 했다. 2025년, '부산영화 정책포럼'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런 마음에서였다. 부산에서 건강하고 오래오래 '함께' 영화를 만드는 미래를 꿈꾸며.
2025년 봄날, 씨네소파 성송이 전 대표와 김민우 영화평론가의 제안으로 <부산영화정책포럼>의 준비 주체가 되었다. 두 사람의 제안이 놀라웠던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이들도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놀라움 뒤엔 반가움이 따라왔다. 그렇게 우리는 포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지필름의 박배일 감독도 함께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현장, 배급과 평론이라는 각자의 영역에서 몸으로 통과해온 고민들이 우리를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처음에는 일 년에 걸쳐 총 네 번의 포럼을 정기적으로 열자는 정도의 윤곽만을 가지고 시작했다. 첫 번째 포럼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현장 영화인들이 왜 정책을 이야기하게 되었는지, 그 목소리를 먼저 꺼내놓는 것이 적절한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2025년 4월, <부산영화 정책포럼>이 처음 열렸다. 영화 정책을 고민하겠다 나섰지만 막상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알지 못하는 상태로 포럼을 마쳤다. 그런 나와 동료들을 지켜 본 동의대 지역영화정책전문가 전병원 연구원 선생님이 손길을 내밀어주셨다. 제대로 하겠다면 공부가 필요하다 말씀하셨다. 그 길로 우리 4명은 정책 스터디를 시작했다. 매주, 혹은 격주로 모여 정책과 행정의 언어를 하나씩 익혀나갔다. 각종 연구보고서와 조례를 찾아 읽고, 사업의 예산 구조를 들여다보고, 타 지자체의 지원 현황을 비교하는 일을 거듭하며 새로운 감각을 익혀나갔다. 동시에 현장과의 괴리를 극복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그리고 그 정책이 단지 문서 속 외침에만 그치지 않고 실현되기를 바랐다. 그런 이유로 2026년 지방선거는 더없이 좋은 목표가 되었다. 이에 맞춰 우리는 '정책제안서'를 쓰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정책 과제를 상상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부산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를 먼저 아는 일이었다. 말하자면 현실 진단이었다. 우선 전국 지자체의 영화 산업 데이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영화산업 활성지수'를 처음 접했다. 전병원 연구원 선생님이 개발한 분석 틀로, 극장 수·관객 수·매출액 같은 소비 지표와 사업체 수·종사자 수·제작지원 규모 같은 생산 지표를 인구 규모에 맞게 정규화해 전국 17개 지자체를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숫자를 들여다보자 부산의 위치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정규화지수 기준 전국 3위. 수치만 보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서울이 0.84, 경기가 0.69인 데 비해 부산은 0.21이었다. 서울의 4분의 1 수준. 3위라는 말이 무색하게 2위와 3위 사이에는 거대한 낙차가 있었다. 이어 눈여겨 본 대목은 소비와 생산의 방향이 어긋난다는 점이었다. 소비지수는 2022년을 고점으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반면, 생산지수는 오르고 있었다. 영화는 활발하게 만들어지지만 정작 그것을 소비하는 움직임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꺼지지 않은 불씨 같은 숫자가 있었다. 인구비지수로 보면 부산의 생산지수는 전국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도시 규모에 비해 영화를 만드는 힘은 살아있다는 의미였다.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이 이 불씨를 살리는 쪽으로 맞춰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제야 조금 선명해졌다.

이렇게 부산의 영화 환경을 진단하고 나니 설계해야 할 정책의 방향이 세워졌다. 생산의 질을 건강하게 만들고, 소비를 활성화하여 제작과 유통이 선순환하는 지속가능한 영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매주 모여 비전과 목표, 전략의 방향을 두고 의견을 주고받고 다듬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공유한 원칙이 있었다. 하나는 '제안은 하되 거짓말은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현장 영화인이지 정책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제안서를 단단하게 만드는 첫 번째 전환점이 되었다. 유사한 문제를 먼저 겪고 해결해온 국내외 사례에서 출발했고 예산 추정 역시 실제로 집행된 사례에 기반했다. 두 번째는 '부산 영화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을 설계하자'는 것이었다. 우리의 출발이 독립영화 현장이었지만, 정책은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부산 영화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산에서 영화를 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완성한 것이 「자생가능한 영화 생태계 조성 : 부산영화정책제안서」였다.


제안서를 완성하는 사이, 다시 봄이 되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포럼에서 제안서를 공개할 지 논의했다. 하지만 그 전에 중요한 과정이 남아있었다. 시작은 4명의 손에서 나왔지만 부산 영화인들이 공감하고 지지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보태는 과정이 우리에겐 더 중요했다. 우리는 제안서를 들고 직접 영화인들을 만나러 다녔다. 감독, 프로듀서, 커뮤니티시네마팀, 교사, 영화과 학생, 영화제와 기관, 행정 관계자... 2주 동안 33명을 만났다. 단 한 명도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그 사실이 못내 감사했다.
부산에서 영화를 하는 사람들끼리 둘러앉아서 이렇게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모두 기다려왔던 것은 아닐까? 목소리를 모으는 일이 이렇게 중요한데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각자의 자리에서만 버텨왔던 것은 아닐까?
2026년 3월 27일, 4차 포럼에서 제안서의 비전과 3대 전략, 9개 핵심 과제를 소개했다. 비전은 '글로벌 씨네-포트 부산'이었다. 영화가 들어오고 나가는 항구 같은 도시, 창작자와 자본과 관객이 만나고 다시 흘러나가는 도시를 상상한 비전이었다.
세 전략은 각각 'B-Cinema 생태계 구축', 'K-Cinema 중심도시', '글로벌 Cine-Hub'다.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영화가 만들어지고 시민의 일상과 교육 속으로 스며들며 자생의 뿌리를 내리는 일, 수도권에 집중된 자본과 인프라의 축을 다시 짜는 일, 아시아의 자본과 창작자가 모이고 콘텐츠가 거래되는 영화 비즈니스 허브로 부산을 격상시키는 일을 각 전략 아래 자리한 9개 핵심 과제를 통해 제안했다. 이를 2026년부터 2035년까지 4단계의 10개년 로드맵으로 엮었다. 그 마지막 단계의 이름은 '생태계 완성기'였다. 부산영화의 10년을 함께 상상해주기를 청하며 그려본 미래였다.
포럼 후 현장의 반응은 다양했다. 각자의 자리가 다른 만큼 반기는 과제도 조금씩 달랐던 점이 인상 깊었고 반가웠다. 한편으로 보고서 전문을 한 자리에서 모두 소화하기는 어려웠던 터라, 자연히 각 정책 과제를 부연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좀 더 실현 가능한 접근 방안을 함께 고민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이 제안서는 큰 이야기다. 말하자면 '마스터 플랜'이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이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함께 제안한 것이 '부산영화정책네트워크'의 출범이었다.
1년 전 우리가 처음 모였을 때 2026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시작했다. 하지만 선거는 끝이 아니었다. 정책을 제안하고, 선출된 이들이 공약을 실행하는지 지켜보고,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 그 모든 것을 해나갈 주체가 필요했다. 1년의 과정을 통해 분명해진 것이 있다면 영화인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직접 의제를 만들고 정책을 설계하고 그 실행을 감시하는 구조. 부산영화정책네트워크는 그런 구조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직군과 연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열린 공론장이자 제도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인 정책 주체가 되고자 한다.


영화는 분명 산업을 이룬다. 자본이 움직이고 시장이 형성되는 일이라면 국가 단위의 산업 정책으로 다뤄질 일일 텐데, 왜 지방정부에서 책임지고 주도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잘 잡히지 않았다. 한국 영화 산업의 자본은 수도권에 모이고 결정도 거기서 내려진다. 그 흐름 앞에서 부산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자문하다 보면 가끔 생각이 길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동료 영화인을 만나면서 질문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옮겨갔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상영되고 관객을 만나는 과정에는 제작비와 투자만이 아니라 극장, 학교, 마을, 교통, 문화시설, 지역 공동체의 조건이 함께 얽혀 있다. 중앙정부가 투자와 세제, 전국 단위 산업 기반을 다룬다면, 지방정부는 영화가 실제로 시민의 삶에 닿는 구체적인 장소와 조건을 다룰 수 있다. 동네 가까운 곳에 극장이 있는지, 학교에서 영화를 배울 수 있는지,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지역 시민이 볼 수 있는지, 청년 창작자가 떠나지 않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과 관계망이 있는지. 이 모든 것이 지방정부의 행정과 맞물려 있다. 영화는 산업의 영역에 속하지만, 동시에 시민의 일상과 도시의 문화 기반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부산은 오랫동안 '영화의 도시'라 불려왔지만, 그 이름이 시민의 일상과 지역 창작자의 지속 가능한 삶으로 충분히 이어졌는지는 다시 물어야 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있지만 오래 머물기 어렵고, 영화제는 있지만 일상적으로 영화를 만나는 극장과 관객 기반은 약해지고 있었다.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가 지역 시민과 만나고, 시민의 삶이 다시 지역의 이야기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일. 그것이 우리가 부산에서 영화정책을 이야기하게 된 이유였다.
이제,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공약들도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우리도 가까운 시일 내에 부산영화정책네트워크의 정식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부산시장 후보들과의 간담회를 추진해 영화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할 자리를 성사시키고자 한다. 나아가, 우리와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질문을 안고 있는 다른 지역의 영화인들이 있다. 수도권 바깥에서 영화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도시마다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마주하는 고민들은 닮아 있다. 우리는 그들과 만나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필요하다면 함께 의제를 제기해나가려 한다. 연대 위에서 각자의 자리는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부산에서 건강하고 오래오래, 함께 영화를 만드는 일. 그것이 꿈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는 계속 움직일 것이다. 🌿
🍀글쓴이. 이남영 (@yinamyeong)
부산에서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며, 창작집단 칸따삐아필름(@cannetapia.film)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부산에서 건강하고 오래오래 영화를 만드는 일'을 고민하며,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부산영화정책포럼 준비 과정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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