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호] 커뮤니티 저널리즘을 말하다(2) - 대구 임팩트 콘텐츠 프로젝트

💌 뉴스레터 44호

인디&임팩트 44번째 뉴스레터는 🎤'커뮤니티 저널리즘' 기획 인터뷰 2탄을 준비했어요. 

지난 호에는 대구지역언론 <뉴스민> 천용길 대표와의 인터뷰 <2023 대구경북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이번 호에는 대구 지역에서 공동체라디오부터 마을방송국, 다양한 미디어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성서공동체FM 이경희 활동가를 만나봅니다!

🌠임팩트(Impact)는 '영향력', '변화'를 의미하는데요. 작은 지역문제라도 주민의 입장에서 들여다보고 해결지점을 찾아가는 대구의 <임팩트 콘텐츠 프로젝트>가 더 많은 지역에서 시도되길 기대해 봅니다~ 🙆‍♀️

편집자주 | 뉴스 사막화, 저널리즘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디&임팩트는 지역에서 저널리즘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대구를 찾았다. 지난 여름, 대구에서는 언론 및 미디어를 통해 지역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청년 저널리스트를 발굴하는 <2023 대구경북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이 개최되었고, 매년 폭염 피해가 심각한 대구 지역의 무더위쉼터의 문제를 마을방송국, 지역언론이 함께 해결하는 <우리동네 무더위쉼터를 둘러보다> 임팩트 콘텐츠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커뮤니티 저널리즘과 지역 사회 임팩트를 위한 대구 지역 미디어 활동 현황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기획] 커뮤니티 저널리즘을 말하다(2)

- 임팩트 콘텐츠 프로젝트 <무더위에 안녕들 하십니까? 우리동네 무더위쉼터를 둘러보다> 기획자 이경희 ‘성서공동체FM’ 전문위원

Q. 코로나19를 계기로 대구 지역에 마을방송국들이 설립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올해는 마을방송국과 함께 임팩트 콘텐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기획된 것인지 궁금하다.

이경희(성서공동체FM) | 코로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에서는 마을방송국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2021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재난으로 멀어진 이웃을 잇는 대구마을단위 공공미디어플랫폼 사업’이었다. 이 사업을 마치고 대구 지역 4곳에 마을방송국들이 설립됐다. 설립하고 나니 어떻게 마을방송국의 사회적 효용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게 고민이었다. 주민들의 미디어 놀이터 수준이 아니라 마을방송국을 통해서 지역사회 변화를 만들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들이 필요했다.

마을, 지역에서 영향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마을방송국 힘만으로는 안 된다. 그래서 올해는 마을방송국과 성서공동체FM, 그리고 지역 인터넷언론과 협업해서 지역 문제를 해결해 보는 <임팩트 콘텐츠 프로젝트>를 고민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터넷언론 <뉴스민>도 마을방송국에서 취재교육을 진행하면서 마을방송국과의 접점이 있었던 터였다.

임팩트 콘텐츠 프로젝트 기획단에서 주제에 대한 논의를 하던 중에 날이 점점 더워지기 시작했다. 대구는 폭염이 중요한 지역 문제다. 2018년도에 폭염 관련 조례가 만들어졌다. 폭염과 관련된 대책 중에 무더위쉼터가 있는데, 마을 사람들도 무더위쉼터가 마을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구시 전체 폭염 종합대책을 마을방송국 차원에서 다룰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 동네의 무더위쉼터로 주제를 좁혔다.

Q. <우리동네 무더위쉼터를 둘러보다> 프로젝트에는 대구 남구의 <앞산마을방송국>과 서구의 <달성토성마을방송국>이 참여했는데 그 두 지역을 선정한 이유가 있나.

이경희(성서공동체FM) | 대구 지역에서 노령 인구가 많은 곳이 남구와 서구다. 행안부에서 발표한 인구 소멸지역이기도 하다. 자료조사를 해보니, 대구 폭염일수가 33일로 전국 평균인 17일에 비해 월등히 길지만 무더위 쉼터는 타 시도에 비해 적게 지정되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 특히 남구는 고령인구가 대구에서 가장 많은데 무더위쉼터는 가장 적었다. 마을방송국들이 남구, 서구 전체를 커버할 수는 없어서 남구 앞산마을방송국에 참여하는 주민 제작자 5명과 대명3동, 대명6동 무더위쉼터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 경험이 많지 않은 주민들을 위해 취재 가이드는 <뉴스민>의 천용길 대표가 도움을 주었다. 동주민센터 무더위 쉼터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용하는지, 경로당은 무더위 쉼터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실제 가보고 확인했다. 담당 공무원들도 취재했다. 그리고 무더위쉼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동네 골목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만났다. 지역주민들은 경로당은 회원이 아닌 주민들이 이용하기가 불편하고 동사무소나 은행도 남들 일하는 곳이라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동네 그늘에 모여서 더위를 피하던 주민들도 한여름 불볕 더위가 시작되면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신다. 이런 이야기들을 담아서 앞산마을방송국에서 무더위쉼터 실태에 대한 라디오프로그램 2편과 영상 1편을 만들었다.

Q. 지역사회 변화와 영향력을 만들기 위해 임팩트 콘텐츠 프로젝트를 시작한 만큼 무더위쉼터 문제와 관련된 개선이나 해결방안들도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이경희(성서공동체FM) | 취재를 하면서 보니 무더위쉼터가 실제로는 낮에만 운영되고 공무원들이 퇴근하는 저녁 시간에는 운영이 안 되더라. 갈수록 열대야가 길어지고 있는데 정작 밤에는 주민들이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마을에서 우리가 직접 무더위쉼터를 운영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서구 달성토성마을방송국이 있는 도시재생사업으로 만들어진 건물 1층에 야간 무더위쉼터를 일주일 시범운영해 보기로 했다. 가장 더운 7월 말 8월 초였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에게는 더위도 문제지만, 먹는 게 정말 문제다. 그래서 무더위쉼터를 운영하는 동안에 식사를 직접 제공하기로 했다. 그때 무더위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이 100만원 밖에 없었다. 동네 주민 분들에게 100만원으로 5일 동안의 식사를 준비할 수 있냐고 했더니 할 수 있다고 하셨다. 동네 분들이 십시일반 일손들을 보태서 매일 30-40명의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만들어드렸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무더위쉼터에서 음식도 나누고 막장 드라마도 같이 보고(웃음), 사진도 찍고 영상편지도 쓰고, 동네 화가가 와서 그림 그리는 시간도 있었다. 무엇보다 윷놀이를 제일 좋아하셨다. 그렇게 동네 주민들이 어우러져 밤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범 운영이었지만 완전히 동네가 난리가 났다.(웃음) 동장님도 오시고 다른 동네에서도 하고 싶다고 하고..

Q. 여름이면 큰 방송국들에서도 무더위쉼터 부실한 운영실태 보도가 나오기도 하는데, 마을방송국은 취재에 그치지 않고 무더위쉼터를 직접 운영한 게 무척 인상적이다. 실제 변화로 이어지려면 제도 개선이나 운영 예산 확보도 필요할 것 같은데..

이경희(성서공동체FM) | 앞산마을방송국에서 취재한 내용을 가지고 구의회를 찾아갔다. 우리가 취재를 해보니 무더위쉼터 실태가 이러이러하다 의원들에게 설명을 하는데, 그날 남구 의원 8명 중에 5명이나 나왔다. 알고 보니 마을방송국에서 직접 취재하고 뛰어다닌 주민 분들이 다 통장 출신들이시고 지역에서 되게 오랫동안 활동을 하셨기 때문에 의원들도 무시를 못하더라.(웃음)

대안에 대한 얘기도 했다. 되게 더운 날 취재를 갔는데 동네 주민들이 아무도 안 보이는 거다. 한 주민 분이 거동이 힘든 사람은 더워도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다고 얘기하시더라.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시재생 건물이 있는데, 공간도 넓고 화장실 시설도 좋은 곳이다. 그날 가봤더니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있는데 한 명이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의회에 찾아갔을 때 남구의 도시재생으로 생긴 공간을 더울 때 개방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리고 거기서 동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해 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더니, 의원 중에 한 분이 “그러면 내가 9월에 구정질의를 하겠다”고 답하고 위원장이 예산 부분도 챙기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청에도 갔다. 구청공무원들에게 무더위쉼터가 제대로 운영이 안 된다고 주민들의 생활공간에서 가장 가깝게 찾을 수 있는 폭염 대책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구청에서 재난문자 보낼 때 무더위쉼터 안내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구청 공무원 눈빛이 반짝했다. “맞네요!” 공무원이 안을 올려보겠다고 했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후속 과정은 지역 인터넷언론인 <뉴스민>에서도 기획기사로 담아낼 계획이다.

Q. 우리 동네 ‘무더위쉼터’를 돌아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작은 프로젝트가 짧은 기간에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놀랍다. 요즘 ‘하이퍼 로컬’이라고 해서 지역에 있는 더 작은 이야기에 주목하는 경향들도 늘고 있는데, 임팩트 콘텐츠 프로젝트를 하면서 지역 사회 변화의 측면에서 어떤 점을 주목했나.

이경희(성서공동체FM) | 최근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생태계의 다양성’이다. 지역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량들이 모여야 한다. 마을방송국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지역 주민들을 만나는 거다. 그리고 지역 활동을 오래 해 온 분들이 쌓아온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의회나 구청 등 행정에서도 이들의 목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뉴스민>처럼 지역 언론이 오랜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문제의 해결 지점, 구체적인 대안들을 짚어주는 역할을 한 것도 유효했다. 결국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렇게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장점을 살리고 시너지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이다. 마을방송국에서 취재하신 주민 분들께도 공식적으로 취재비를 지급했다.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공적인 활동으로 인정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에 ‘무더위쉼터’라는 작은 주제로 시작을 한 셈인데, 앞으로 이렇게 작은 주제들로 몇 번 더 임팩트 콘텐츠 프로젝트를 가져가면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미디어의 역할, 커뮤니티 저널리즘 방법론을 우리 스스로 가지게 되지 않을까. 이웃들과 협력해서 풀 수 있는 문제들을 발견하고, 우리 삶과 너무나도 밀접한 제도를 주민들의 힘으로 바꾸는 경험들, 그런 것들을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

Q. ‘생태계의 다양성’이 지역 미디어 활동에 꼭 필요한 키워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들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에서는 마을미디어 조례가 주민들의 적극적인 요구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이경희(성서공동체FM) | 작년부터 마을공동체미디어 조례를 만들려고 했는데 추진이 쉽지 않았다. 대구의 정치적 상황에서 의원들이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반전시킨 것이 동네에서 육아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한 엄마들이었다. 육아 공동체 엄마들이 방송에 참여하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스튜디오 체험을 하면서 마을방송의 매력을 알아버린 거다. 너무 재미있다면서.. (웃음) 이 커뮤니티에 있는 엄마들이 의원들에게 마을공동체미디어 조례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계속 건의했고 결국 구의회에서 조례 제정을 추진하게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다른 지역의 마을공동체미디어 조례 보다 내용도 더 보강되었다. 결국 조례를 만든 것은 커뮤니티의 힘이다. 방송국 활동가들만의 힘만으로는 어려웠을 거다.

예전에 대구에 성서공동체FM만 있을 때에는 아무도 관심을 안 가졌는데, 2~3년 사이에 대구 곳곳에 마을방송국들이 7~8개 생겨나면서 동네 커뮤니티들과 연결되고, 이 커뮤니티들이 움직이니까 이렇게 조례도 제정이 되는구나 싶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각자 장점들을 서로 잘 연결할 수만 있다면 더 큰 변화도 가능해질 것 같다. 이게 바로 생태계 다양성의 힘이다.

💫 인터뷰어 | 박채은 

3도 4촌의 노마드 생활자이자 영화프로듀서, 연구활동가로 살고 있다. 

본 뉴스레터는 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 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름에 맞게 ‘임팩트’ 있는 뉴스레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구독과 주변 홍보를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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