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제작을 위하여 : ALBERT 탄소계산기

💌 뉴스레터 31호

🎈인디&임팩트 31번째 뉴스레터입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데요. 📹 방송, 영화산업과 같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산업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제작 비용 절감을 위해 소모되는 일회용품, 발전기로 만들어지는 탄소, 한 번 쓰이고 마는 촬영 세트와 소품들... 🏭

이번 호에서는 콘텐츠 제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환경단체 ALBERT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알버트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2011년 프로젝트로 시작한 조직인데요. 지난 해부터 한국 공영방송 KBS에서도 'BBC 알버트 탄소계산기'를 방송프로그램에 시범 적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콘텐츠 산업이 보다 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제작 관행을 개선하고, 콘텐츠의 소비자인 관객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영감을 줍니다"라는 ALBERT의 미션은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 모두에게도 꼭 필요한 미션이지 않을까요?

📰 인디&임팩트는 🌏기후 위기와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계속 기울이면서, 좋은 기사로 독자분들을 찾아갈게요~ 🏃‍♀️

[동향]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제작을 위하여 : ALBERT 탄소계산기

1. KBS의 탄소계산기

지난 5월 9일 KBS는 ESG 경영을 강화하는 취지로 '한국형 TV프로그램 탄소배출량 측정'을 위한 탄소계산기를 개발, 보급한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의하면 KBS <아침마당>은 프로그램 1회를 제작하는 데 0.18톤의 탄소를 배출한다. 승용차 1대가 서울-부산을 왕복할 때 배출하는 탄소량이다. 프로그램 제작에 탄소계산기를 도입한다면 프로그램‧제작과정별로 탄소 배출량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이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각 나라의 프로그램 특성에 맞춘 탄소계산기를 제공하는 단체가 있다. KBS는 한국 최초로 한국 프로그램 특성에 맞춘 탄소계산기를 정부, 공공기관과 협업하여 개발, 보급한다는 것이다. KBS가 지난해 시범 적용한 ‘BBC 알버트 탄소계산기’는 영국 BBC에서 알버트와 협업하여 제작한 것이다.

콘텐츠 제작의 비용 절감과 빠른 속도를 위해 소모되는 일회용품, 발전기가 만드는 탄소, 만들어진 소품들이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폐기된다. 평균적인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수십 톤의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며 장편 영화는 수천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생산한다. 많은 산업이 환경친화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변화해야 할 국면을 맞았다. '알버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환경친화적 변화에 있어서 선두주자 격인 조직이다. 산업 전반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부터 미디어에서 기후위기를 다루는 방법론까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하고 있다. KBS가 알버트 탄소계산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직접 제작까지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환경친화적 미디어 제작의 신호탄이 되기를 바라며,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는 '알버트'의 활동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ALBERT 웹사이트

2. 알버트는 무엇을?

(1) 알버트 탄소계산기와 알버트 인증

알버트는 영화, TV 업계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향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며, 미디어 산업체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및 탄소 배출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도록 돕는다. 현재 알버트는 알버트 탄소계산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알버트 탄소계산기는 제작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맞춤형 탄소계산기다. 영국 프로덕션 과정에 최적화된 탄소계산기이며 전 제작과정에 걸쳐 발생하는 탄소를 측정해 탄소발자국으로 나타낸다. 현재 영국의 모든 BBC, ITV, 채널4, 스카이 및 넷플릭스 제작사는 알버트 탄소계산기를 사용하여 탄소발자국을 등록해야 한다.

알버트 탄소계산기의 연장선으로 알버트 인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알버트 탄소계산기를 이용해 프리 프로덕션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예측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도록 한다. 그런 다음 인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제작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탄소 배출 감량 계획서를 제출해서 1차 인증을 받고, 제작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 보고서를 작성해 2차 인증을 받아야 알버트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생산 기술을 도입하여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인증 조건이다. 인증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제품에는 1, 2 또는 3급 인증서가 수여되며, 크레딧에 알버트 지속 가능 생산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들과 탄소계산기를 알버트 툴킷이라고 하며 인증을 원하는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2) 주기적인 교육 영상 및 자료 업로드

알버트 웹사이트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자 하는 제작자를 위해 관련 교육을 제공한다. 교육은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간혹 대면 교육이 진행될 때도 있다. 다만 영국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참여는 어려울 수 있다. 알버트 인증, 지속 가능한 제작 교육, 지속 가능한 스포츠 교육, 지속 가능한 뉴스 교육 등 미디어 산업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좋다.

(3) 그린 라이더(Green Rider) 프로젝트

2019년 5월 알버트는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그린 라이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린 라이더는 인클루전 라이더와 유사하게 계약 조건으로 친환경적 제작과정을 요구하는 프로젝트다. 예를 들어 계약 조건으로 비건 식단 케이터링, 저에너지 조명을 요청하거나 프로덕션 회사가 세트제작 및 폐기 과정에서 매립되는 폐기물을 줄일 것을 요청한다.

(4) 스크린 뉴딜 ‒ 지속 가능한 영화 제작을 위한 로드맵

2020년 9월 알버트는 영국영화협회와 영국건축기술회사 ARUP과 함께 '스크린 뉴딜' 보고서를 시작했다. 이 보고서는 영화 업계 제작 방식의 단계적 변화를 제안하고 정부 법률에 따라 2050년까지 영화 제작이 모든 온실가스의 순 배출을 제로화하는 NET ZERO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영화 제작의 탄소 배출량을 분석하여 제작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주요 영역을 식별한 뒤, 소모 자원, 에너지 및 물 사용, 스튜디오 건물과 시설, 스튜디오 사이트 및 위치, 제작 계획 등 5가지 주요 영역에 걸쳐 혁신 방법을 설명한다. 실용적인 지침과 사례 연구를 통해 NET ZERO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화 제작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의 대작 영화는 평균 2,840톤의 CO2e(이산화탄소환산량)를 생성한다. 지구에서 달까지 11번의 편도 여행과 맞먹는 양이다.

(5) Planet Placement 가이드라인

2020년에 알버트에서는 Planet Placement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기후위기를 미디어에서 다루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알버트 홈페이지에 Planet Placement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작품 리스트가 주기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6) 알버트 인증기업

기후 영향을 줄이고자 하는 제작자가 협업 업체를 선정할 때에도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기업을 선정할 수 있도록 알버트 인증기업 리스트를 만들었다. 인증을 원하는 기업들은 알버트의 심사를 거쳐 알버트 홈페이지에 등록될 수 있다. 인증을 마친 기업들은 조명업체, 세트제작업체, 의상업체 등 다양하다. 인증 조건은 다음과 같다.

자세한 조건과 인증업체 신청 과정은 홈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다.

(7) 크리에이티브 에너지 프로젝트

알버트는 2017년에 미디어 업계 회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크리에이티브 에너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알버트가 협력하는 에너지 공급업체는 매년 '친환경' 기준에 따라 검토된다. 현재 알버트와 협업하는 재생가능 에너지 공급 기업은 Good Energy다. Good Energy는 영국 전역의 1,500개 이상의 독립 발전기에서 태양, 바람, 바이오겐 및 물을 포함한 100%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크리에이티브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알버트는 기업과 재생에너지 공급업체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 100% 재생 가능한 전원 공급 장치로 전환할 때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보다 편리하게 만들었다. 매년 알버트는 기업들의 요구에 맞는 가장 친환경적인 공급업체를 찾는다. 지난 12개월 동안에만 30개 회사가 알버트를 통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여 무려 4,200톤의 탄소를 절약했다. 이는 1년 동안 도로에서 자동차 899대를 없애는 것과 같은 효과다.

3. 알버트와 KBS

KBS가 한국형 미디어 탄소계산기를 정부, 공공기관과 협업하여 제작, 배포한다고 한 것은 엄연한 공적인 성격을 지닌 사업이다. KBS와 같은 거대 공영방송이 이러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자본 시장에서 벗어난 독립제작사와 공동체 미디어에는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모호하다. KBS가 말한 ‘한국 프로그램 특성에 맞춘’이라는 방향성에 독립제작이나 공동체 미디어가 속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알버트가 제작한 것은 단순 계산 프로그램이 아닌 작성 양식과 탄소배출량 절감 방법에 가깝다. 양식에 맞춰 작성하면 알버트에서 피드백을 해주고 탄소 배출량을 절감하면 인증을 해주는 알버트 인증 프로젝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립제작자도 양식에 맞춰 제작과정을 기재하여 알버트에 보내면 피드백과 인증을 해줄 수 있기에 독립제작자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만약 KBS가 거대 방송사의 기준에 맞춘 프로그램에 가까운 계산기를 만들어 내부 배포와 운영을 한다면 그것은 공적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KBS가 탄소계산기 제작을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그 방향성과 접근성에 대해서는 아직 정보가 충분치 않다. 공적인 성격을 가진 사업이라면 거대 방송사의 내부적인 제작과 배포가 아닌 미디어 제작에 종사하는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어야 할 접근성과 미디어 제작 전 부분을 아우르는 다양성이 필요할 것이다. 탄소계산기 제작 및 적용과 관련하여 KBS가 공공기관, 독립제작자, 공동체 미디어 제작자, 일반 시민 등이 속해있는 조직을 만들어 추진한다면 여러 주체의 접근성뿐만 아니라 그 조직을 통해 알버트와 같은 다양한 사업도 기대해 볼 수 있다.

BBC의 프로젝트에서 성장하여 2011년부터 지금까지 방송 및 영화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는 알버트라는 좋은 예시가 존재하는 것은 KBS가 탄소계산기 제작을 선언한 이후에 걸어가야 할 길이 제시된 것과 다름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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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한준

제천간디학교라는 대안학교 재학 중이다. 흔히 말하는 돈 못 번다고 하는 것을 좋아한다. 

본 뉴스레터는 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 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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