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진주는 동물성 제품이야.” 내 진주 목걸이를 보고 이런 의견을 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다. 왜냐면 넌 생전 처음 만난 오스트리아인 ‘비건(Vegan)’ 친구니까. 나는 진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확히 알고, 이를 남들에게 가르치는 주얼리 공방 선생님이면서 한 번도 내가 동물을 착취한다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주얼리 제품을 광고할 때 조개가 직접 만든 거라 ‘천연’이라고 강조했으면서, 죽을 때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며 진주를 만들다가 죽거나 고기로 팔리는 진주 양식업의 이면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지금 우리 모두 고기를 먹지 말자고 말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비건으로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만약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저는 비건이라서 따로 도시락을 챙겨 왔어요. 저는 비건이라 혹시 비건 레스토랑이나 비건 음식이 있는 레스토랑에 갈 수 있을까요?’라고 의사를 밝힌다면 까다롭게 군다고 눈총 받을 것이다. 심하면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인사고과에 영향을 받아 생계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 또 힙한 동네에 한 개쯤 있는 비건 전문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서는, 비건이 남과 어울리며 먹을 수 있는 바깥음식은 없다. 즉 엄청난 결심과 용기 없이 한국에서 비건으로 사는 건 일반인에겐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 비엔나도 역시 주류는 육식을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어느 식료품점이든, 레스토랑이든, 카페든 베지테리언 혹은 비건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풀떼기’ 가득한 샐러드만 있는 줄 알았던 비건 음식은 튀긴 두부, 대체육, 버섯들을 사용하여 다양하고 깊은 맛을 지녔다. 게다가 고기가 들어간 음식보다 가격도 저렴하니, 그래서 비엔나에선 정말 고기를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 끼 정도는 채식에 도전해볼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비건’으로 사는 게 너무 어렵지 않은 이곳이 부럽다. 한국에서 늘 정답의 삶을 갈망했던 내게 조금 달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비건으로 사는 것뿐 아니라 한국은 주류와 다르게 대학을 가지 않거나, 결혼하지 않고, 아이 없이 사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하니까. 여기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그리 차별받지 않고, 혼인 없이도 법적 동반자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아이 없이 사는 것도 완전한 내 자유이다. 그래서 마트의 한 공간을 가득 채운 비건 제품들을 볼 때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도 같이 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 도시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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