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보고 싶다.
아랫 입술 가득 작은 상처들이 생겼다. 처음 만들어본 딱딱한 바게트빵 샌드위치를 먹은 후 생긴 상처들. 살짝 피까지 고인 상처들에 급한 대로 립밤을 바르며 뭐가 문제였을까 생각해본다. 가만 보면 새로운 거에 도전한다는 건 다 이런 것 같다. 하고 나면 늘 아쉬움과 상처가 남고, 다음엔 어떻게 이것들을 피해볼까 궁리를 했었지.
한국에서는 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이 '예쁜 샌드위치 만들기' 도전은 우연히 본 릴스 영상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직접 잘라본 바게트빵은 예쁘게 반으로 갈라지지 않았고, 영상처럼 감성 돋는 버터나이프가 없기에 포크로 바질 페스토를 대충 떠서 빵에 발랐으며, 얇게 썰어야 하는 토마토는 자꾸 칼에 미끄러져 뭉툭하게 잘렸고, 너무 크게 조각낸 모짜렐라 치즈는 샌드위치 바깥으로 자꾸 삐져나왔다.
내가 보았던 영상과 전혀 다르게 탄생한 엉망진창 샌드위치. 입으로 베어 문 샌드위치는 앞니로 잘 잘리지도 않았고, 거친 바게트빵 표면에 입술과 입천장이 쓸려 나갔다. 아, 이번 끼니도 실패다.
이렇게 비엔나에서 매끼를 도전하고 실패하는 중이다. 유로화라는 비싼 화폐를 쓰는 부유한 도시인 비엔나에서 친구도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혼자 집에서 이런 저런 음식들을 해보며 자주 입을 데고 입술을 다친다. 또 너무 짜거나 싱겁게 만든 음식들에 입맛을 잃는다.
‘바게트빵을 전자렌지에 30초 데우면 좀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하긴 섭웨이에서도 빵 데워주잖아?’ 다행인 건 맛없고 이상한 음식을 먹으며 다음엔 어떻게 덜 맛없게 만들어볼까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전자렌지에 데운 후 한결 부드럽고 촉촉해진 바게트빵을 베어 물며, 그래서 덜 다친 입술과 입천장을 느끼며 뿌듯해졌다.
잘못했지만 했기에 뭔가를 배웠다. 입천장과 입술은 또 다른 음식을 만들다가 계속 다치고 쓸리겠지만, 나는 내가 계속 다시 해봤으면 좋겠다. 인스타 감성의 근사하고 맛있는 음식을 단숨에 만들지 못하더라도, 아예 포기하고 놓아버리지 않는, 무엇이든 계속 시작해보는 경험주의자로 살기를. 두렵고 귀찮지만 '나 또 해봤네!'하며 스스로를 기특해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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