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음악이 릴리즈되는 시점의 콘서트를 브랜드로 제작하고 있는 시리즈 [릴콘]. 이번 콘서트의 주인공은 싱어송라이터 [모트]입니다. 모트의 NEW EP [잔상]이 10/16(목) 12:00 릴리즈됩니다. 이번 콘서트에 인터뷰어로 출연하는 대중음악평론가 조혜림의 EP[잔상]에 대한 소개글을 전합니다.
이별의 슬픔을 해석하기엔 그 크기가 너무 커서 머뭇거리다 제 풀에 지친다. 그러다 생각한다.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상태는 슬픔이란 ‘감정의 잔존’. 이 남은 감정들의 흔적들이 조용히 번져 나갈 때 나는 오롯이 이 감정을 느끼고 마침내 그 슬픔과 이별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무너진 감정의 끝에서 다시 골라 쉬는 숨. 그 숨소리의 기록들. 모트의 EP ‘잔상’은 격한 울음도, 서글픈 절규도 없다. 그저 작고 희미한 몸의 떨림과 작은 흐느낌 뒤 천천히 골라지는 숨소리가 있다. 나른하고 다소곳한 모트의 목소리는 그 잔존된 감정과 떨림의 중심에서 서서 지나가고 있는 감정의 자리의 온도를 손끝으로 어루만진다.
이 앨범은 이별 이후의 세계를 ‘정리’하기보다는 ‘머무름’의 감정으로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혼자가 된 후 밀려오는 쓸쓸함은 상처이기보다는 내 인생의 하나의 풍경으로 남는다. 기교없이 단정하게 불려오는 모트의 목소리는 결국 언젠가 사라져 버릴 이 감정과 마음을 부드럽게 관찰하고 다독인다. 이 슬픔을 비록 큰 목소리로 위로하진 않지만, 함께 잠시 멈춰 서서 그 사랑을,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앨범을 이루는 다섯 곡은 한 사람의 내면이 회복되어 가는 흐름과도 같다. 하지만 이 회복은 완벽한 복원이 아닌, 결핍을 껴안은 느린 회복이다. 불완전함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불안과 고요 사이의 간극. 모트는 특유의 속삭임으로 일상의 공허를 포착하고, 사랑의 잔여물을 쓸어 담는다. 이 노래는 한때는 절박한 기도 같고, 한편으론 사랑의 잔해 위에서 차분히 침잠된다. 감정의 무게가 수면 아래로 밀려가듯, 외로운 감정보다는 체념이 앞선다.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자조. 결국 사랑은 영원히 미성숙하고 이별은 늘 같은 자리에 머문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노래를 듣는 우리는 얼룩진 눈물을 닦는다.
앨범은 슬픔이란 절망의 감정을 애써 밀어붙이지 않는다. 멈춰서 듣고, 바라보고, 천천히 그렇게 조금씩 뒷걸음치다 앞으로 나아간다. 노래의 아름다움은 그 느린 속도에 있다. 빠르게 소비되는 자극적인 ‘슬픔의 시대’ 속에서, ‘잔상’은 오히려 슬픔이 남겨 놓은 시간의 질감을 섬세하게 기록한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살아있음을 읊조리는 마음. 내가 잊히기보다는 당신을 잊지 않겠다는, 이미 지나가 버린,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켠에 남은 그 이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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