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채원입니다.
온보딩 과정에서 신규 유저의 이탈률이 높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대부분의 팀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결책은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온보딩 튜토리얼을 더 친절하고 상세하게 만들어보자.”
저 역시 그랬습니다. 유저가 우리 제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설명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수없이 많은 ‘다음’ 버튼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풍선 도움말’을 기획하고 배포했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80%의 유저는 튜토리얼이 뜨자마자 ‘X(닫기)’ 버튼을 누르거나 스킵했습니다.
결국은 튜토리얼이 제 역할을 못 하니, 직접 1:1 온라인 미팅을 열어 ‘라이브 제품 데모’를 시연해서 온보딩을 할 수 밖에 없었죠. 자동화된 SaaS를 만들고 싶었는데, 현실은 인력의 투여가 필수인 컨설팅 펌이 되어버린 셈이죠.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상위 1%의 PM들은 이 문제의 원인을 ‘튜토리얼의 부재’가 아니라, ‘제품 핵심 가치의 전달 실패’라고 진단합니다.
1. 튜토리얼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① 고객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있지 않나요?
고객은 우리 제품의 기능을 ‘공부’하러 온 학생이 아닙니다. 그들은 당장 자신의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러 온 바쁜 실무자들입니다. 단계가 많은 튜토리얼은, 목적 달성을 가로막는 첫 번째 허들일 뿐입니다.
② 모두에게 똑같은 시나리오를 주고 있진 않나요?
개발자가 느끼는 '유레카'의 순간과, 마케터가 느끼는 감동 포인트는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튜토리얼은 모든 유저에게 똑같은 스크립트를 강요합니다. 결국, 누구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한 채 "나랑은 안 맞는 서비스네"라는 인상만 남기게 됩니다.
③ ‘나쁜 디자인’을 설명으로 때우고 있진 않나요?
"이 버튼을 누르면 저 기능이 작동합니다"라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제품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튜토리얼은 복잡한 UX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가리는 반창고에 불과합니다.
2. 튜토리얼을 지우고, ‘아하 모먼트’에 집착하라
그렇다면 튜토리얼을 만들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상위 PM들은 다음의 목표를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고객이 ‘이거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찾고, 가입 후 그 순간까지 걸리는 시간을 0에 가깝게 줄이는 것.”
하지만 문제는, 책상 위에서 고민하거나 고객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이 ‘아하! 모먼트’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고객은 자신의 고통을 정확한 언어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고객의 "말"이 아니라, 고객의 실제 행동 속에 숨겨진 "고통"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합니다.
3. 아하! 모먼트를 찾아내는 3단계 ‘고통 정량화’ 프레임워크
아하! 모먼트는,“고객이 겪던 가장 큰 고통이, 우리 제품을 통해 사라지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이 순간을 찾기 위해 제가 실제로 사용하는 3단계 프레임워크를 공개합니다.
[1단계] 고통 발견 :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세요"
고객에게 "어떤 기능이 필요하세요?"라고 묻지 마세요. 대신 이렇게 요청해보세요.
"지금 그 작업을 우리 서비스 없이 어떻게 하고 계신지, 화면을 직접 보여주실 수 있나요?"
이 관찰의 시간 동안, 고객이 멈칫하거나 한숨 쉬는 순간을 포착해야 합니다.
- 매일 아침 엑셀 창을 3개나 띄워놓고 씨름하는 순간
- 단순한 데이터 하나를 얻기 위해 개발자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순간
- 복사하고 붙여넣기를 수십 번 반복하며 지루해하는 순간
바로 그 지점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진짜 고통입니다.
[2단계] 고통 정량화 : "고통을 숫자로 환산하세요"
발견한 고통을 "불편하다"는 형용사가 아니라, 시간, 횟수, 비용이라는 명확한 '숫자'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팀을 설득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 시간: “이 리포트 하나 만드는 데 매주 3시간이 걸려요.”
- 의존성: “데이터 하나 받으려면 개발자 일정을 2일이나 기다려야 해요.”
- 리스크: “수동으로 복사하다 보니 자주 숫자가 틀려요.”
고통 정량화 공식 = 빈도 x 투여 시간 × 강도
이 공식을 대입해보면, 우리가 당장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습니다.
[3단계] Aha! 모먼트 정의: "고통을 0으로 만드세요"
가장 점수가 높은 고통을 찾으셨나요? 이제 그 고통을 뒤집기만 하면 됩니다.
- (고통) 3시간 걸려 엑셀 취합 → (아하!) 클릭 한 번에 10초 만에 리포트 자동 생성
- (고통) 개발자 2일 대기 → (아하!) 비개발자인 내가 직접 1분 만에 데이터 추출
고객이 우리 제품을 통해 이 반전의 순간을 경험할 때, 비로소 튜토리얼 없이도 우리 제품의 팬이 됩니다.
우리의 역할은 고객에게 기능을 하나하나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닙니다.
고객의 가장 뼈아픈 고통을 찾아내고 해결해 주어, 첫 5분 안에 "와, 이거다!"라는 감탄사를 이끌어내는 해결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 결정적인 순간이 설계되어 있다면, 구구절절한 튜토리얼도, 라이브 데모도 필요 없습니다. 제품이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니까요.
설명하지 마세요. 그저 고객이 스스로 감탄하게 만드세요.
보너스: 복사해서 바로 쓰는 '고통 정량화' AI 프롬프트
1. [미팅 전] 고객의 행동을 파고드는 '고통 채굴' 질문 생성기
뻔한 질문은 뻔한 대답만 낳습니다. 고객의 '말'이 아닌 '행동'과 '짜증'을 유도해낼 수 있는 날카로운 질문 리스트를 받아보세요.
🤖 질문 생성기
- 역할: 너는 20년 경력의 사용자 리서치 전문가야.
- 상황: 나는 [우리 제품/서비스 한 줄 설명]을 만드는 PM이야. 이번에 고객을 만나서 그들이 겪는 진짜 고통(Pain Point)을 찾아내려고 해.
- 목표: 고객에게 "기능"을 묻지 않고, 고객의 "행동"과 "비효율"을 관찰할 수 있는 인터뷰 질문 리스트 5개를 뽑아줘.
- 조건:
- "어떤 기능이 필요하세요?" 같은 솔루션 유도 질문은 금지.
- "지금 그 작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계세요?", "가장 최근에 그 일을 하며 짜증 났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처럼 구체적인 상황과 행동 묘사를 유도하는 질문일 것.
- 각 질문마다, 그 질문을 통해 우리가 파악해야 할 '핵심 관찰 포인트'를 함께 적어줘.
2. [미팅 후] 인터뷰 스크립트 '고통 점수' 자동 분석기
인터뷰가 끝난 후, 녹취록이나 메모를 이 프롬프트에 넣으세요. AI가 고통 점수 공식을 적용해 우선순위를 자동으로 매겨줍니다.
🤖 [복사해서 쓰세요] ‘고통 점수’ 자동 분석기
- 역할: 너는 냉철한 데이터 분석가야.
- 입력 데이터: 아래에 내가 고객과 나눈 인터뷰/미팅 내용(스크립트)을 붙여넣을게.
- 목표: 인터뷰 내용에서 고객의 고통(Pain Point)를 찾아내고, 아래 공식에 따라 점수를 매겨서 표로 정리해 줘.
- [분석 공식: Pain Score]
- Score = 빈도(1~5) x 시간 손실(1~5) x 강도(1~5)
- 빈도: 1(월 1회) ~ 5(매일 수회)
- 시간 손실: 1(1시간 미만) ~ 5(8시간 이상 or 며칠 대기)
- 강도: 1(약간 귀찮음) ~ 5(업무 중단/치명적 리스크/감정적 분노)
- [출력 양식: 표]
- 발견된 Pain | 빈도 | 시간 | 강도 | 총점 | 근거(인터뷰 내 발언 요약)
- [인터뷰 내용]
- (여기에 인터뷰 내용을 붙여넣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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