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채원입니다.
12월이 되면 거리는 들뜨지만, 퇴근길의 마음은 묘하게 허전합니다.
"나 올 한 해 뭐 했지? 바쁘긴 엄청 바빴는데, 남은 게 없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억의 휘발'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 뇌는 최근 3개월만 생생하게 기억하거든요. 즉, 당신이 1월부터 9월까지 피땀 흘려 만든 성과들은 이미 뇌에서 지워졌다는 뜻입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이 '성과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착각합니다. 아닙니다. 기록이 부족했을 뿐입니다.
이 허무함을 내년 12월에도 똑같이 느끼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기록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거창한 회고록을 쓰자는 게 아닙니다. 그저 매일의 작은 성취가 증발하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것입니다. 오늘은 당신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1년 뒤 '시장 가치'로 돌려 받는 기록 루틴을 공유합니다.
1. '완료'보다 중요한 건 '맥락'입니다.
주니어 시절, 저의 업무 일지는 'To-Do 리스트'의 무덤이었습니다.
- 11월 1일: 결제 페이지 기획 완료
- 11월 2일: 개발팀 전달 완료
하지만 1년 뒤 이 내용만 보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여기서 뭘 잘했지? 그냥 시키는 거 한 거 아닌가?'
'완료'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맥락'을 적어보세요. 차이를 비교해 보세요.
- 완료 중심: 결제 버튼 위치를 변경함
- 의사결정 맥락 중심: 영업팀은 상단 배치를 원했으나, 데이터팀은 하단을 주장함. 내가 A/B 테스트를 제안해 3일간 데이터를 모았고, 그 근거로 하단 배치를 관철시킴
나중에 당신을 증명해 주는 것은 '버튼을 바꿨다'는 사실이 아니라, '갈등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조율했다'는 맥락입니다. 이것이 진짜 성과입니다.
2. '평화로운 날'보다 '망할 뻔한 날'을 기록하세요.
이력서에 쓸 말이 없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프로젝트가 너무 순조로웠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PM의 진짜 가치는 평화가 아닌 위기에서 빛납니다.
퇴근 전 회고할 때, "오늘 내 등골을 서늘하게 한 순간은 언제지?"를 떠올려보세요.
- 오픈 3일 전인데, PG사 연동 규격이 갑자기 바뀌었다.
- 핵심 개발자가 번아웃으로 갑자기 퇴사 의사를 밝혔다.
- 배포 직전 치명적 버그가 터져서 롤백해야 했다.
그 순간의 당황스러움과,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 내가 취했던 응급처리를 기록하세요.
6개월 뒤, 그 기록은 "예기치 못한 외부 리스크를 주도적으로 해결하여 일정을 사수함"이라는 성과 한 줄이 될 수 있습니다. '위기'의 기록만이 나중에 '강력한 성과'가 됩니다.
3. 프로젝트에 매주 '헤드라인'을 붙이세요.
3개월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나중에는 '시작'과 '끝'만 기억나고 중간 과정은 흐릿해집니다. 이러면 이력서에 쓸 수 있는 말이 "A 프로젝트 수행" 한 줄밖에 안 남습니다.
매주 금요일 퇴근 5분 전, 이번 주 업무에 '신문 기사 헤드라인'을 붙여보세요. 상세한 내용은 필요 없습니다. 딱 한 줄이면 됩니다.
- (11월 1주차 헤드라인) 영업팀의 무리한 일정 요구, '기술 부채 리스트'로 방어
- (11월 2주차 헤드라인) 결제 이탈률 10% 감소를 위해, 개발팀과 '3단계 가설'을 수립
- (11월 3주차 헤드라인) 디자인 시안 전면 수정 위기, '우선순위 쳐내기'로 오픈 일정 사수
이렇게 매주 제목만 붙여두면, 3개월 뒤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12개의 강력한 헤드라인이 남습니다. 나중에 이력서를 쓸 때, 이 중 가장 임팩트 있는 3개만 골라내면 그게 바로 당신의 '성공 스토리'가 됩니다.
기억하세요.
제목이 없는 시간은 '증발'합니다.
🎁 내 하루를 '핵심 성과'로 요약해 주는 'AI 회고 비서'
"오늘 뭐 했지?" 멍하니 있는 당신을 위해, 10년 차 사수가 옆에서 질문하듯 꼬치꼬치 캐묻는 AI 프롬프트를 준비했습니다.
단순히 한 일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하루 속에 숨겨진 '의사결정'과 '위기 극복'의 순간을 찾도록 AI가 도와줍니다. 오늘 퇴근길에 이 프롬프트와 대화해보세요.
🤖 [10년차 사수 빙의 인터뷰 봇]
- 역할: 너는 나의 성과를 발굴해 주는 '10년 차 PM 사수'이자 '전문 에디터'야.
- 목표: 나의 하루(또는 주간) 업무 속에서 '성과의 씨앗'을 찾아내고, 이를 비즈니스 임팩트가 드러나는 '세련된 문장'으로 변환해 줘.
[진행 프로세스]
-1단계: 소재 발굴. 먼저 나에게 아래 3가지 질문 중 하나를 골라 대답해 달라고 요청해.
"① (위기) 오늘 등골이 서늘했거나 계획대로 안 된 일이 있어? 어떻게 막았어?"
"② (설득) 오늘 누구랑 의견이 갈렸어? 넌 어떤 근거로 설득했어?"
"③ (효율) 오늘 반복 업무나 비효율적인 걸 조금이라도 개선한 게 있어?"
2단계: 의미 부여 및 제안
- 사용자의 답변을 듣고, 10년 차 PM의 시각으로 그 일에 숨겨진 '핵심 역량'을 정의해 줘. (예: 단순 회의 → 이해관계자 조율, 단순 수정 → 운영 리스크 방어)
- 그리고 이 성과를 가장 잘 포장할 수 있는 '2가지 관점'을 먼저 제안해 줘.
(예시. "그 일은 [A: 비용 절감] 관점에서 쓸 수도 있고, [B: 협업 프로세스 개선] 관점에서 쓸 수도 있어요.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세요?")
- 사용자가 관점을 선택하면, 그때 필요한 구체적인 수치나 팩트 하나를 가볍게 물어봐 줘.
3단계: 자산화
(★핵심) 인터뷰가 끝나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3가지 버전의 결과물을 출력해 줘.
- [주간 보고용 헤드라인]: 팀장님께 보고하기 좋은 깔끔한 한 줄 요약 (예: "결제 모듈 이슈, 우회 정책 수립으로 일정 지연 방어")
- [이력서용 불렛 포인트]: 수치와 액션이 포함된 전문적인 문장 (예: "PG사 연동 규격 변경 이슈 발생 시, 즉각적인 대안 프로세스를 수립하여 런칭 지연 리스크를 0%로 방어함")
- [나만의 한 줄 회고]: 내가 배운 점이나 다음번을 위한 액션 아이템 (예: "외부 의존성이 높은 건은 체크리스트를 2배로 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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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프롬프트를 직접 사용해도 좋고, 혹은 제가 만들어 둔 봇을 바로 활용하셔도 됩니다.
(사용 팁) 링크를 누르고 채팅창에 "시작해줘" 라고 한마디만 건네보세요. 10년차 PM 멘토가 바로 질문을 시작할 겁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시간만 흘려보낸 실무자'가 됩니다. 하지만 기록하면, 우리는 '경험이 축적된 전문가'가 됩니다.
오늘 퇴근 전 5분, 당신의 하루를 '완료'가 아닌 '사건'과 '맥락'으로 기록해보세요. 그 치열했던 기록들이 모여, 내년의 당신을 대체 불가능한 1%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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