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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잊히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것

목소리가 AI 인터랙션에 미치는 영향

2025.09.24 | 조회 5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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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한 주 동안 생각해볼 만한 IT/UX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 Summary

1️⃣ 목소리는 금방 잊히지만 감정적 연결이 있으면 죽음 직전까지도 남아 있는 강력한 감각이에요.

2️⃣ 목소리로 AI와 인터랙션하면 노인과 디지털 약자를 위한 접근성을 크게 높여줘요.

3️⃣ 목소리의 성별·속도·감정 톤을 내 취향대로 고르면 AI가 훨씬 친근해져요.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요즘 저는인스타를 하염없이 넘기다가 어느 순간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의 대사를 보게 됐어요.

- Do you memorize every little thing I’ve ever said? 

- Yes

두 배우의 눈빛과 대사가 참 낭만적이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가 말한 그 모든 걸 기억한다면, 그때의 목소리도 함께 기억할까? 

왜냐면 사람은 목소리부터 잊는 대요. 그런데 죽기 직전까지 남는 것도 청각이라고 합니다. 이 역설적인 사실은 기술과 인간 사이를 생각할때도 중요한 힌트가 됩니다. AI와 상호작용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텍스트’나 ‘화면’이죠. 하지만 우리가 세상과 관계 맺는 가장 본능적인 방식은 목소리입니다. 

오늘은 이 목소리가 AI 인터랙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첨부 이미지

목소리와 감정

우리가 사람을 기억할 때 얼굴, 이름, 목소리 중 어떤 게 가장 오래 남을까요? 연구들을 보면 목소리가 얼굴보다 빨리 잊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낯선 목소리는 낯선 얼굴보다 더 빨리 기억에서 사라지고, 반복해서 듣지 않으면 금방 희미해지죠. 그래서 얼굴은 바로 알아보지만, 목소리만 들으면 누군지 헷갈리는 일이 많아요. 

그런데 감정적으로 중요한 목소리는 다릅니다. 가족이나 오랜 친구처럼 정서적·맥락적 관계가 있는 목소리는 훨씬 강하게, 그리고 오래 남아요. 실제로 캐나다 연구진이 호스피스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파를 측정했는데, 의식이 거의 없는 임종 직전의 환자조차도 가족의 목소리나 규칙적인 소리 패턴에 뇌가 자동으로 반응했습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과 비슷한 패턴이었죠. 이런 결과는 목소리가 사람에게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감각일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결국 목소리는 빨리 잊히지만 동시에 마지막까지 남는 역설적인 감각입니다. 이 역설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목소리는 단순한 신호가 아니라 감정과 존재의 흔적을 담은 매개체라는 거죠.


목소리와 접근성

목소리는 감정적인 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대상과 쉽게 친해지게 해주는 다리이기도 하죠.

나이가 들거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텍스트 위주의 화면은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글씨가 작고 입력도 번거롭고, 읽는 속도나 이해도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죠. 아무리 AI가 편리하고 똑똑해도 문자로만 대화해야 한다면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로 인터랙션할 수 있다면 훨씬 덜 부담스럽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말만 하면 되고, AI가 친근한 목소리로 대답해 주면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편해지죠. 여러 연구에서도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음성 인터페이스를 직관적이고 부담 없는 도구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옵니다. 실제로 스마트 스피커 기반 음성 비서를 몇 달간 관찰한 연구에서는, 처음엔 “이거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고 망설이던 고령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능숙하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가 끝날 무렵에는 “생각보다 괴물이 아니네?”라고 웃기도 했고, 외로움이 줄고 삶의 질이 좋아졌다는 응답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목소리를 통한 인터랙션은 AI를 전문가의 도구에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한 동반자로 바꿔 줄 수 있습니다.


목소리와 개인화

하지만 아직은 대부분의 AI 목소리가 비슷하고 평균적인 톤이에요. 사람마다 목소리 취향이 다른데도 말이죠. 만약 내가 AI 목소리의 스타일, 성별, 속도, 감정 톤을 고를 수 있다면 어떨까요? AI와의 경험이 훨씬 더 ‘내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가족, 친구,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처럼 익숙하고 의미 있는 목소리로 AI와 대화할 수 있다면 기술이 더 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을거에요.

연구들도 이런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한 실험에서는 가상 비서 목소리가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했는데요, 밝고 긍정적인 목소리일수록 사용자에게 더 큰 호감과 설득력을 줬어요. 특히, 젊은 여성이나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대화 참여도를 높였습니다. 반대로 기계처럼 단조로운 목소리는 몰입감을 떨어뜨렸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전체 사용자 중 약 25~30%가 기본 음성을 그대로 두지 않고, 자신이 선호하는 다른 목소리로 변경했습니다. 개인의 정체성과 선호가 목소리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이죠.

특히 노인 사용자들에게는 이런 개인화가 더 중요합니다. AI의 억양, 속도, 감정 톤을 조절하면 노인 사용자들이 더 오래, 더 즐겁게 AI를 사용할 수 있어요. 방언, 발음, 억양을 맞춤화하면 정서적 안정감도 커집니다. 노인 사용자들은 단순히 기능적 접근성보다 정서적 교감과 익숙한 목소리의 선택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결국 목소리 개인화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넘어 친밀감을 만들고 키워주는 요소입니다.


저는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시각적 기억은 가장 강력하지만 목소리는 그 기억에 온도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I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올수록, 목소리는 기술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직관적인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기술이 처음엔 번거롭고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그걸 내가 익숙한 온도, 익숙한 목소리로 만날 수 있다면 좀 더 다양한 세상을 따뜻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너무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AI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다라고 예측하면서 AI가 노인분들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줄 것을 기대하는 것인 인간의 마음이잖아요. 그래서 오늘도 삶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기술의 모습을 고민해봅니다. 

우리, 다음주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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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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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earch.proquest.com/openview/f514cd168714cc4321e52673915e832f/1?pq-origsite=gscholar&cbl=18750&d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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