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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설명이 아니라,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자녀가 도와주는 노년층을 위한 AI 온보딩 설계

2025.06.04 | 조회 5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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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한 주 동안 생각해볼 만한 IT/UX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 Summary

1️⃣ AI를 처음 접하는 노년층에겐 기능보다 ‘나도 쓸 수 있겠다’는 감정적인 연결이 더 중요해요.

2️⃣ 예측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고,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느낌이 시행착오에 대한 불안을 덜어줍니다.

3️⃣ AI를 설명할 땐 복잡한 기능보다 익숙한 일과 연결하고, 흐름을 보여주고,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안심을 주는 게 핵심이에요.


안녕하세요, 구독자s님. 벌써 6월이에요! inspireX는 지난달, 구독자님들과 함께 월간 세미나를 열었어요. 화창한 주말 오후였는데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세미나를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구독자님의 말씀이 유독 기억에 남았어요. 아버지가 설비 설계 일을 하시는데, 요즘 들어 AI를 일에 활용해보고 싶다고 하셨대요. 그 말을 들은 개발자인 아들은, “AI 좀 알려줘봐”라는 아버지의 부탁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고 해요.

아버지는 말씀이 적으시고, 시행착오를 싫어하시는 성격이라 ‘일단 해보면서 배우는’ 식의 AI 도구들이 오히려 더 부담스러워 보였다고 해요. 그래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얼만큼 설명해야 할지 몰라 결국 포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기술을 설명하는 방식 자체가 누군가에겐 장벽이 될 수도 있겠구나.’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걸 배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죠. 그래서 오늘은, 노년층에게 새로운 기술을 소개할 때 어떤 점들을 UX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지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Image : DALLE
Image : DALLE

기술 사용법보다 앞서야 하는 감정: 나는 이런 기술을 써도 되는 사람인가요?

요즘 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우리 삶 곳곳에 빠르게 퍼지면서, 이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즉 AI 리터러시(AI Literacy)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요.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AI 교육은 초중고 학생이나 대학생 등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죠. 그렇다면 노년층 사용자들은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노년층이 AI를 처음 접할 때 느끼는 감정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기능이 어려워서 못 쓰겠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이건 내 얘기가 아니야’라는 거리감이 자리하고 있어요. ‘익숙하지 않다’기보다는, ‘나랑 상관없는 기술 같아’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죠.

또, 기술 사용의 주도권이 자기 손에 있다는 느낌이 없다면 AI는 스트레스가 됩니다. 기술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걸 내가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는 얘기예요.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AI 스피커를 쓸 때 “갑자기 말 걸어서 당황했다”는 응답이 많았고, 그때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불안함’이었습니다.

결국, 노년층이 AI를 낯설고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기술의 기능 때문이 아니라, 자신과 연결되지 않은 설명 방식 때문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설명은 기능이 아니라 맥락에서 시작해야 해요. “요즘 이런 기술이 나왔어요”가 아니라 “요즘 반복 계산하시던 그거, 이걸로 줄일 수 있어요”처럼요. 기술이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 그게 먼저입니다. 즉, 기술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 ‘기능’이 아니라 ‘맥락’, 그리고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언어입니다.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해야 마음이 놓여요

AI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사실 기능 때문이라기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 때가 많아요. 특히 노년층 사용자들에게는 이런 불확실성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AI랑 대화하는 건 마치 시험 보는 느낌일 수 있어요. 뭔가 잘못 말하면 엉뚱한 대답이 돌아오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도 알 수 없죠. 시행착오를 싫어하는 사용자에게는 이 모든 과정이 ‘귀찮음’이 아니라, ‘위험’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사용자에게 AI를 알려줄 때는 단순한 설명보다는, 불안감을 줄이는 세 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예시를 들어주는 게 좋아요:

  1. 예측 가능성 : 질문을 하거나 버튼을 누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리 보여주는 거예요. ‘이거 누르면 이렇게 돼요’라는 흐름이 보이면 훨씬 덜 불안하죠.
  2. 조절 가능성 : 만약 질문을 잘못했더라도 다시 물으면 돼요. AI는 항상 처음부터 다시 물어볼 수 있는 구조라서,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껴져도 쉽게 다시 시도할 수 있어요. 실수했다고 해서 일이 꼬이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는 게 중요하죠.
  3. 선택 중심 흐름 : AI는 사용자가 질문해야만 반응하죠. AI가 제안해주는 옵션 중에서 내가 직접 선택해야 할 수도 있고 처음부터 딱 맞는 질문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걸 알려주면 덜 부담스럽겠죠.

이 세 가지는 결국, AI의 흐름이 내 선택에 따라 움직이고 언제든 다시 바꿀 수 있으며, 실수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 데 목적이 있어요. 이런 설계는 불안감을 잠재우고 시도를 늘리는 데 효과적입니다.

한 연구에서 노년층 사용자들이 오류를 겪었을 때 “내가 잘못했나 봐요”라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실제 문제는 AI 시스템의 피드백이 부족하거나 모호해서였죠. 시스템이 부족했는데도 사용자들은 스스로를 탓하는 거예요.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기술에 대한 거리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예전과 달리 요즘 노년층은 설명서보다는 직접 해보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고 해요. “실수해도 망가지지 않으니까 그냥 이리저리 눌러보는 게 낫다”는 거죠. 이는 ‘노년층은 기술에 수동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결국, 그 모든 시도는 한 가지 전제가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바로 ‘실수해도 괜찮다’는 안전한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구독자님의 아버지처럼 시행착오를 싫어하는 사용자에게는 이 ‘실수해도 괜찮음’을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해요. 기술이 친절해야 비로소 용기가 생기니까요.


아버지에게 AI를 설명한다면: UX 가이드

그렇다면 실제로 아버지 같은 사용자에게는 AI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우리가 같이 알아본 내용을 UX 가이드로 간단하게 정리해볼께요.

  1. 기능이 아니라, 목적 중심으로 말하기 : “AI는 이런 걸 할 수 있어요”보다는 “지금 이 작업 줄이는 데 쓸 수 있어요”처럼 이야기해보세요. 기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익숙한 일의 도구’여야 합니다.
  2. 시작 전에 전체 흐름을 보여주기 :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제일 불안합니다. “이거 누르면 이런 화면이 나오고, 여기서 고르면 이렇게 돼요”처럼 미리 그려주면 시행착오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요.
  3. 항상 멈출 수 있다는 옵션을 보장하기 : 아버지 같은 사용자에게는 ‘한 번 잘못 누르면 끝’이라는 느낌이 제일 무섭습니다. ‘중단하기’, ‘화면끄기’, ‘멈추라고 요청하기’ 같은 옵션들을 잘 설명해야 마음이 놓여요.
  4. 자주 하는 작업에 대한 영상 가이드 제공하기 : 아버지가 많이 하는 작업에 대한 질문을 받아놓고 단계별로 따라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면 더 좋습니다. 일상 언어보다 절차 중심 언어가 노년층에게는 덜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UX에서 말하는 '예측 가능성'과 '조절감'은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특히 중요해요.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만들까'를 넘어 '어떻게 느끼게 할까'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예요.


저는 요즘 운전을 연습하고 있어요. 전 국민 모두가 할 수 있는 운전인데 어찌나 무섭던지 차 옆에 가는 것도 스트레스더라구요. 주변분들이 어떨때 가장 운전이 어렵냐고 물어봤는데, 제 대답에 다들 의아해했어요. 주차장이었거든요. 왜냐하면, 여기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 받기 어려워서 덜컥 겁부터 나더라구요. 이 말을 들으면 다들 말합니다. 천천히 가면 되는 거잖아! 

오늘 이야기한 내용과 제 이야기에 비슷한 점이 있지 않나요. ChatGPT에는 질문 창 하나인데 그냥 물어보고 누르면 되는 거잖아! 노년층 사용자들이 기술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 두려움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 두려움을 자연스럽게 해결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처음 느꼈던 두려움의 강도를 공감하기 어렵죠. 

시대가 달라지고 있어도 이런 부분들이 여전히 UX가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관찰과 마음. 이걸 기술에 녹이기 위해서 말이죠. 이런 관찰들이 많은 한주를 보내보는건 어떨까요? 우리는 다음주 수요일에 만나요!


Reference

[1] Shandilya, E., & Fan, M. (2022, October). Understanding older adults’ perceptions and challenges in using AI-enabled everyday technologies. In Proceedings of the Tenth International Symposium of Chinese CHI (pp. 105-116).

[2] Cugurullo, F., & Acheampong, R. A. (2024). Fear of AI: an inquiry into the adoption of autonomous cars in spite of fear, and a theoretical framework for the study of artificial intelligence technology acceptance. AI & SOCIETY, 39(4), 1569-1584.

[3] Cao, H. J., Lee, H. R., & Peng, W. (2025, April). Empowering Adults with AI Literacy: Using Short Videos to Transform Understanding and Harness Fear for Critical Thinking. In Proceedings of the 2025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pp. 1-8).

[4] Pang, C., Collin Wang, Z., McGrenere, J., Leung, R., Dai, J., & Moffatt, K. (2021, May). Technology adoption and learning preferences for older adults: evolving perceptions, ongoing challenges, and emerging design opportunities. In Proceedings of the 2021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pp.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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