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Insights

인간 고유의 능력, 망각

태생적으로 완벽한 휘발성 시스템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

2026.05.27 | 조회 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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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eX

🧐 Summary

1️⃣ AI에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중인 '휘발성'을 사람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2️⃣ 뇌는 여유 공간을 최적화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우리의 기억을 '휘발'시킵니다. 

3️⃣ 휘발되는 기억을 좀 더 잡아두고 싶다면 반복적 복습이 가장 중요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우리가 5월 한 달 동안 이야기 해 온 '휘발성' 시리즈의 마지막 뉴스레터입니다.

우리는 지난 세 주 동안 참 다양한 휘발성을 만났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흐르면 흔적 없이 사라져 우리에게 해방감을 주던 인스타그램 스토리, 너무 똑똑해져서 멍청해지는 오버피팅(Overfitting)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억을 지워야 하는 AI의 세계, 그리고 역설적으로 순간의 사라짐을 통해 우리 마음속에 가장 강렬한 영원을 각인시켰던 티노 세갈의 예술 작품까지.

사라진다는 것은 늘 아쉽고 불안한 일 같았지만, 사실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고 시스템을 유연하게 만들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예술이 되기도 한다는 걸 함께 확인했죠. 그리고 이 휘발성의 마지막 주제는 바로 매 순간 무언가를 잊어버리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기억'입니다.

image : chatgpt
image : chatgpt

사람은 빠르게, 능동적으로 잊는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인간의 기억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사라지는지 평생을 바쳐 연구했습니다. 스스로 의미없는 글자의 나열을 외우고, 잊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그가 이 실험을 통해서 만들어 낸 '망각 곡선(Forgetting Curve)'은 사람이 무언가를 배운 지 불과 20분 만에 42%를 잊어버리고, 한 달이 지나면 겨우 21%만 남는다고 말합니다. 망각은 벼랑 끝에서 떨어지듯 학습 직후에 폭발적으로 일어납니다.

image:wikipedia
image:wikipedia

그런데 우리가 무언가를 잊게 되는 이유는 단순히 뇌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망각의 진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 뇌의 생존 전략 (용량 과부하 방지) : 우리의 뇌는 스마트폰 화면, 외부의 소음 등 엄청난 양의, 무용한 정보를 흡수합니다. 이걸 다 기억하면 뇌는 마비될지도 몰라요. 우리의 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부지런히 지우는 최적화 중입니다.
  • 간섭과 소멸 (Interference & Decay) :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옛 정보와 서로 연결되고 엉키며 흩어집니다(간섭). 또한 오랫동안 찾지 않은 기억의 신경 회로는 마치 발길이 끊겨 없어지는 모래 위 길처럼 흐려집니다(소멸).

인간의 망각은 뇌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고도의 능동적인 프로세스라고 볼 수 있어요.


AI가 배워야 할 휘발성을 이미 가진 인간

지난 뉴스레터에서 우리는 AI가 너무 많은 데이터를 완벽하게 기억하려다 보니 새로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과적합(Overfitting)에 대해 이야기했었죠. AI는 적절한 수준의 휘발성을 훈련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으로 이 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적당히 잊어버릴 수 있기에 우리는 과거의 데이터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선택을 내릴 수 있고, 티노 세갈의 작품을 보았을 때처럼 매 순간 새로운 감동을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망각이 없다면, 우리의 마음은 이미 과거로 가득 차 새로운 아름다움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꼭 기억하고 싶다면

물론 뇌가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라도, 중요한 발표 자료의 내용이나 너무 인상깊게 읽은 책 구절이 잊혀질 때는 속상하기 마련이죠. 이럴 때 뇌에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넘기기 위해서는 복습이 최선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타이밍에 뇌에게 신호를 줘서 "이 정보는 자주 쓰니까 지우지 말아줘!" 라고 얘기하는 거죠.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에 따르면 정보를 받아들인 후 바로 직후, 24시간 후, 1주일 후, 한달 뒤. 이렇게 네 번의 기회가 있다고 합니다. 복습이 반복될 수록 망각의 속도는 느려지고,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양도 많아집니다.

image : 나무위키
image : 나무위키

어렸을 때 늘 듣던 말처럼, 복습만이 살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흔적 없이 사라지는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며 자유를 느끼기도 하고, 너무나도 아팠던 순간을 스스로 잊어버려주는 뇌 덕분에 다시 힘을 내기도 하죠. 우리 뇌는 스스로를 위해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라지기에 비로소 가치 있는 것들. 매일의 삶 속에서 기분 좋게 날아갈 것들은 날려 보내고, 남은 여백에는 더 빛나는 순간들을 채워 넣으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달에는 '휘발성'은 잊고 또 다른 신선한 주제를 들고 찾아올게요! 5월의 마무리 잘 하시고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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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1] Ebbinghaus, H. (1885). Über das gedächtnis: untersuchungen zur experimentellen psychologie. Duncker & Humblot.

[2] Murre, J. M., & Dros, J. (2015). Replication and analysis of Ebbinghaus’ forgetting curve. PloS one10(7), e0120644.

[3] https://en.wikipedia.org/wiki/Forgetting_curve

[4] https://namu.wiki/w/%EB%A7%9D%EA%B0%81%20%EA%B3%A1%EC%84%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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