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Insights

빵집에 벌이 많을수록 맛있다는 뜻이래요

당신이 보는 것이 당신이 맺는 관계를 결정한다

2026.06.03 | 조회 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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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eX

🧐 Summary

1️⃣ 공간은 우리의 시선을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해요. 

2️⃣ 시선이 향하는 방향이 관계를 만들어요.

3️⃣ 같은 걸 봐도 다른 걸 봅니다, 시선은 해석이니까요.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6월에 수요일 아침을 어떻게 보내고 있으신가요? 요즘 구독자님이 눈이 어떤 것들을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문장을 쓰는 저는, 장미를 많이 봤어요. 유독 올해, 이번 계절에 장미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작년에도, 제작년에도 장미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공간만큼 피어있었을 텐데. 제가 그걸 자주 보았거나 보려고 했기 때문이겠죠.

이번 달은 ‘시선’을 주제로 이야기 나눠보려고해요.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봅니다. 누군가가 설계한 시선을 따라서, 그리고 내가 집중한 풍경에 머무르면서. 시선은 어떤 것들이 중요하고 누구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디자인합니다.

첨부 이미지

어디서든 중요한 것만 보이게 되어 있어요

오페라를 보러 간 적 있으신가요? 친구가 오페라 표가 생겼다고해서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에 갔습니다. 1층에서 무대가 가깝게 보이는 자리였어요. 무대 위쪽, 제일 높은 곳에는 자막 디스플레이가 달려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보면서 제 눈은 조금 당황했어요.  

배우들을 보려면 시선을 내려야 하고, 자막을 읽으려면 다시 시선을 올려야 했습니다. 배우들의 표정이 달라지면 궁금한 마음에 위를 봤고, 그러다 눈을 다시 아래로 내리면 배우들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어요. 영화처럼 자막이 화면 안에 있으면 좋을 텐데, 왜 이렇게 설계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오페라에서 언어는 덜 중요한 요소입니다. 배우의 노래와 목소리, 표정, 몸짓이 주인공이죠. 자막을 쉽게 볼 수 있게 만들면 우리의 시선은 무대 대신 자막을 향하기 시작할 거예요. 배우를 볼 것인가, 언어를 따라갈 것인가. 시선의 방향은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어디에 집중해야할지 말해줍니다.


우리는 무슨 사이에요

예전에 한옥의 사랑방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옥 설계 수업때문에 다같이 유명한 한옥을 찾아가서 공간을 경험해봤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사랑방에 들어가보고 누군가는 마당에서 그 모습을 봤습니다. 사랑에 앉아있던 친구가 장난삼아 마당에 있는 친구에게 이것저것 명령을 내렸는데, 좀 신기하건 마당에 있으면 사랑방 친구의 말에 따라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해요. 

약간의 높이 차이 때문에 사랑방에 있으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려다보면서 말하게되고, 마당에 있으면 사랑방을 올려다보면서 말하는 구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공간 구조가 시선의 만들고, 시선이 관계를 설정합니다.

물리적 공간 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도 시선과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VR공간 구조가 사람들 간의 관계 맺기와 사회적 행동을 바꿉니다. 공간 구조가 시선을 어디로 향하게 하느냐에 따라 그 안에서 맺는 관계의 모양을 결정한다는 것. 

작고 아늑한 공간에서는 서로를 계속 보게 되면서 친밀감이 높아지고, 넓게 트인 공간에서는 멀리 있는 사람까지 눈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만남이 만들어집니다. 숨겨진 통로같은 공간은 시야를 제한시키면서 탐험 욕구를 건드리죠. 무대처럼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는 구조는 공동체라는 느낌, 소속감을 높였습니다. 

내가 이 공간에서 어디를 보게 되는지가, 어떤 사람과 어떻게 만날지를 결정합니다.


시선은 방향만의 문제가 아니라구요

베를린 좋아하세요? 제가 그 도시에 다녀온지가 벌써 몇년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장면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빵집의 꿀벌이에요. 다들 베를린의 시나몬롤이 너무 맛있다고 극찬을 하길래, 트램길 옆에 있는 힙하고 멋진 빵집에 갔어요. 아침 9시에 유리 진열대 안 가득한 시나몬 롤, 설탕과 계피 냄새. 이제 하나를 골라서 커피랑 베를린 사람처럼 먹어야지…했는데 눈에 들어온건 유리 진열장 안의 벌들이었어요. 

한두 마리가 아니라 윙윙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릴정도로 많았습니다. 너무 놀라서 움찔했어요. 한국이라면 위생 문제처럼 느껴졌을테니까요. 그리고 다음날 점심에는 다른 시나몬롤 집에 갔습니다. 거기도 벌들이 회식을 하고 있더라구요.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왜 벌들이 많아요? 계산해주시는 분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만큼 빵이 달콤하다는 뜻이야.

같은 장면이라도 한쪽은 위험 신호로 읽고, 다른 쪽은 품질의 증거로 읽었어요. 빵집에 꿀벌을 보는 시선 뒤에 있는 경험과 문화와 익숙함이 달랐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봅니다. 시선은 눈이 향하기 방향이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기도 하니까요.


눈으로 보는 것들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생각이 됩니다. 생각은 다시 내 눈의 방향을 결정하죠. 그래서 시선은 내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라고 말합니다. 뉴스레터를 쓰면서 저희 시선과 구독자님이 시선이 비슷한 곳을 보고 있구나라고 느낄 때 서로 말하고 있는것 같아서 계속 떠들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가끔 여러 이야기를 다 전해드리고 싶은 욕심에 산만해지기도 하고 멋지고 싶은 욕심에 어려워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저희와 시선을 맞추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구독자님과 직접 만나서 수다 떨면 어떨까요? 서로 알면서도 모르는 상태이니 생각보다 재밌을지도 모릅니다. 뉴스레터에 대한 구독자님의 느낌을 듣고 싶어서 6월에는 목요일 저녁 커피챗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아래 단톡방에 입장해서 닥터 G에게 ‘커피챗해요’라고 개인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물론 단톡방에 말해주셔도 좋습니다. 친구들과 손잡고 오셔도 좋아요. 뉴스레터데 대한 이야기는 에피타이저이고, 궁금하거나 이야기나누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다 말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커피챗을 어떻게 말씀드려야하나 고민하다고 오늘 레터가 너무 늦어졌네요. 대신 맛있는 커피를 드릴께요. 편하게 연락주세요.

우리는 다음주 수요일에 만나요.

 

[inspire X 오픈카톡방]

https://open.kakao.com/o/gBHmseah


Reference

[1] Han, J., Sun, Y., Ppali, S., Covaci, A., & Vande Moere, A. (2025, July). To Cuddle, Mingle, Venture, or Guide: How Architectural Affordances Influence the Experience of Social VR Places. In Proceedings of the 2025 ACM Designing Interactive Systems Conference (pp. 3355-3374).https://dl.acm.org/doi/10.1145/3715336.3735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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