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mmary
1️⃣ 무한한 저장공간이 생기고 있는 요즘, 우리는 오히려 기록에 휘발성을 더하곤 합니다.
2️⃣ 나의 모든 것을 기억해 나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대이지만, 나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을 때 틀을 깨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합니다.
3️⃣ 휘발성 기록은 우리에게 현재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여유를 더해주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래 기다려온 5월의 연휴가 어느덧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네요. 날씨 좋았던 이번 연휴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연휴를 보내며 즐거웠던 추억들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다가 문득, 기록의 휘발성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기록이란 것은 순간을 오래오래 남기기 위해서 하는 행동일텐데, 왜 저는 이 기록을 영원하지 않은 형태로 남기고 있는걸까요?

나의 순간을 박물관에 남기고 싶지는 않은
소셜미디어의 흐름이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공들여 사진을 찍고, 보정하고, 시간을 들여 단어를 골라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조금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사라져버리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즉시성을 강조하는 셋로그에 나의 순간들을 남기고 있죠.
무한한 저장용량을 제공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왜 사라지는 기록을 선택하는 걸까요?
- '영원'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 영원히 저장되는 기록은 생각을 만들어냅니다. 나를 꾸며내고 과장하게 만들기도 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사라져버릴 기록 앞에서는 보다 솔직해질 수 있습니다. 영원히 남는다는 부담을 줄여주는 서비스가 우리에게 좀 더 솔직하고 꾸밈 없는 태도를 만들어내게 도와주는거죠.
- '관리'에 대한 강박을 없애주는 - 많은 소셜 미디어들은 my page에서 나의 모든 로그를 보여줍니다. 나의 로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 페이지는 '나'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페이지가 되어주죠. 그렇기에 우리는 이 페이지를 잘 큐레이션하는 것이 나를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셋로그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이런 관리에 대한 강박을 없애주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나의 순간들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망각까지 설계해주는 디자이너
이런 시대에, 우리는 예전처럼 '영구적인 저장'을 위한 서비스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에 집중하게 하는' 서비스에 대해 고민합니다.
- 조건에 따른 삭제 기능 : 인스타그램 스토리, 텔레그램, 스냅챗 등 시간이 흐르거나 상대방이 읽은 후처럼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기록을 삭제해줍니다. 보안을 해결해 줄 뿐 아니라 대화의 본질인 즉시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 AI의 기억, 그리고 망각 : AI가 우리의 과거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그 안에서만 맴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죠. 그럴 때 우리는 그동안 쌓여있던 로그 삭제를 하곤 합니다. AI가 모든 것을 기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과 동시에, 틀을 깨는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망각도 설계할 필요가 있어요.
휘발된 기록 후에 남는 현재
기록이라는 말과 휘발성이라는 말은 대치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기록은 아이러니하게도 휘발성을 띠곤 하죠. 기록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때의 우리는, 이 기록을 볼 미래의 나를 위해, 혹은 미래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록을 섬세하게 다듬곤 했습니다. 하지만 휘발성을 지닌 기록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지금, 현재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기록에 휘발성을 더해주는 순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더 만끽할 수 있습니다. 꾸며내거나 덧붙이지 않아도 좋은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몸으로, 눈으로, 코끝으로 즐기며 감각으로 기억해봅니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린 연휴처럼, 연휴에 느꼈던 따스했던 햇살처럼, 우리의 어떠한 기록은 날아가버립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우리의 기억 역시 날아가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의 모습은 우리의 머릿속에 기억나지도 않는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 낸 모습일거에요.
나른한 햇살이 가득한 5월, 순간 순간을 기록하기보다는 온몸으로 경험하고 감각으로 기억해보려 합니다. 다음주에는 또 다른 휘발성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좋은 한 주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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