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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여전히 실체를 원하는가

보이지 않는 기술로 공간경험을 설계하는 브랜드

2026.02.04 | 조회 3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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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한 주 동안 생각해볼 만한 IT/UX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 Summary

1️⃣ 진정성은 결국 물성에서 나와요.

2️⃣ 계산된 추천보다 우연한 감동이 더 인간적이에요.

3️⃣ 공간은 이제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마음을 얻는 곳이에요.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삿포로 가보셨나요? 저는 지난달에 책을 출간하고 삿포로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간 일본은 여러모로 신기한 기분이었어요. 그 중 하나는 QR로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서도 어디에서든 많이 하는 주문 방식이었지만 삿포로는 좀 달랐어요. 시간이 멈춘 듯한 일본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서비스와 인테리어를 보다가 QR로 메뉴주문을 하니까 전혀 다른 가게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아날로그 느낌이 기술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공간에 간 것이니까요. 

효율성만 따진다면, 우리는 이제 집 밖으로 나갈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여전히 힙한 팝업스토어 앞에 줄을 서고, 독특한 분위기의 오프라인 공간을 찾아다닙니다. 한때 매장 하나 없이 성장했던 온라인 플랫폼들조차 도심 한복판에 거액을 들여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고 있죠. 그리고 기술은 그 공간 경험을 완성하는 보이지 않는 조력자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전면에 드러나기보다, 경험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감각을 확장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죠.

그래서 이번 2월 뉴스레터에서는 브랜드가 왜 기술을 통해 공간 경험을 만들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설계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오늘은 제미나이와 함께 그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Image : Random Studio
Image : Random Studio

진정성은 물성으로부터

우리는 제미나이와 지피티에게 일상의 거의 모든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답을 따라 행동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이 커질수록, 이상하게도 손에 잡히는 실체를 더 원하게 됩니다. 무엇이든 보고 알 수는 있지만, 막상 깊이 만족스러운 순간은 많지 않기 때문이죠. 아마 인간은 손끝에 닿는 촉감이나 코끝으로 느껴지는 향기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감각을 확인해야 비로소 만족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일 겁니다.

정보에 쉽게 접근할수록 우리는 오히려 ‘진짜’를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인공지능이 텍스트와 이미지를 끝없이 만들어내는 지금, 브랜드들이 굳이 큰 비용을 들여 오프라인 공간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지만, 브랜드들은 제약이 분명한 오프라인 공간에서 브랜드의 세계관을 여러 감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우리가 느끼고 싶은 ‘진짜’를 전달하기 위해, 브랜드는 오프라인이라는 물리적 무대를 선택한 것이죠. 각자의 우주를 직접 짓고 있는 셈입니다.

오프라인 공간은 거짓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무거운 문을 밀고 들어갈 때의 감각, 바닥을 밟을 때 느껴지는 질감, 공간을 채우는 고유한 향기는 브랜드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이런 물리적 경험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은 앞에 나서지 않습니다. 스크린으로 정보를 쏟아내는 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험을 보완하죠. 제품을 집는 순간 조명이 살짝 바뀌거나, 공간에 어울리는 사운드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브랜드가 기술을 쓰고 있다는 느낌 대신, 그 브랜드의 공간이 나를 환대하고 있다는 느낌에 몰입하게 됩니다.


찰나의 우연한 감동

브랜드가 물리적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과 만나는 또 다른 이유는 ‘설계된 우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에서 본 멋진 헤어스타일을 집에서 따라 해보면 생각보다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죠. 그냥 자연스럽게 묶은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전문가가 계산해 만든 자연스러움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전하려는 우연한 감동도 이와 비슷합니다. 매장을 특별한 목적 없이 걷다가, 나의 동선이나 표정을 읽은 AI가 그날의 날씨나 분위기에 어울리는 짧은 문장이나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특정 위치에서 미리 정해진 추천이라기보다, 브랜드와 나 사이에서 우연히 마주친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중요한 건 이 경험이 나를 계속 추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옷을 입었는지에 대한 맥락 데이터는 그 순간에만 활용되고 공간을 떠나면 조용히 사라집니다. 나를 분석하고 감시하는 기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위해 잠시 등장하는 기술인 셈이죠.

이런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브랜드를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을 나누는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나만을 위한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주는 브랜드와, 거래를 넘어서는 정서적 연결이 만들어지는 순간입니다.


소속감은 공유된 기억이 있을때

인스타그램에서 멋진 공간을 발견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회적인 존재라서, 실제로 같은 공간에 있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순간을 경험할 때 비로소 ‘여기에 속해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브랜드들은 사람들을 한 공간으로 초대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눈앞에서 경험하게 합니다. 사람들을 구경꾼이 아니라, 이야기 속 한 사람으로 부르는 것이죠.

기술은 이 경험을 더 특별하게 만듭니다. 그 순간의 분위기나 맥락을 바탕으로 시를 만들고, 일러스트를 그려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그 인증샷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는 이 브랜드의 생각과 메시지에 공감한다”는 표현이 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이 SNS에 올라가는 순간, 브랜드는 사람들이 언제, 어떤 감정에서 자신을 매력적으로 느끼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경험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온라인이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공간이라면, 오프라인은 기억을 쌓는 공간입니다. 직접 겪은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고,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 더 단단해집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공간을 경험한 사람들은 브랜드를 소비한 사람이 아니라, 그 브랜드에 속한 사람이 됩니다.

 


메타버스가 유행할 때에도 AI가 매일 자라날때에도 매번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굳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누굴 만날 필요가 있는거야? 모든 새로운 것들이 등장할 때는 이 문장이 꽤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감정, 이해, 공감, 그리고 기억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공간과 접촉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요. 기술이 이 물리적인 공간을 더 다채롭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우리의 감각이 하나 더 확장되는 것이 아닐까요. 브랜드들이 기술을 활용해서 오프라인 공간 경험을 설계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구독자님이 요즘의 오프라인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기술을 통해 공간을 더 정교하고 감각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들의 사례를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다음주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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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1] https://random.studio/projects/an-ai-powered-perfume-launch-for-gloss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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