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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맵은 왜 그럴까?

심리적 거리가 최적 경로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2024.03.06 | 조회 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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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eX

매주 월/수요일, 한주간 생각해볼 만한 IT/UX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 Summary

1️⃣ 카카오맵은 큰길과 지름길을 적절히 활용해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목적지까지의 최적 경로를 찾아냅니다.

2️⃣ 심리적 거리가 지도가 제안하는 최적 경로 만족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최적 경로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멀면 목적지 도착이라는 큰 그림만 보고 구체적인 길의 방향 같은 작은 디테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벌써 3월이네요. 아직 춥지만 곧 벚꽃도 피면 차를 타고 이곳 저곳 봄구경도 떠나겠죠? 어딘가로 가려면 지도 앱을 열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할꺼에요. 그러면 지도앱이 최적의 경로로 우리를 목적지로 데려다주겠죠.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해보지 않으셨나요? 어 왜 이 길로 알려주지?

이번주에는 지도 앱의 최적 경로 알고리즘의 특성에 대해서 알아보고 최적 경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목적지 건물 앞까지 정확하게

 

요즘 카카오 택시를 탈 일이 많았어요. 그런데 한가지 신기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홍대쪽에 있는 연남 CGV를 목적지로 찍고 갔더니 굳이 길을 빙 돌아서 딱 건물 앞에 세워주려는거 아니겠어요? 어리둥절해서 기사님께 물었어요.

"바로 건너면 되는데 왜 이런 길로 알려주는거에요 카카오맵은…?"

<br>

기사님이 익숙하다는 듯이 말씀하시더라구요.

얘가 이렇게 딱 목적지 건물 코앞까지 가는 경로로 알려줘요. 아마 외국인들 때문에 그런것 같아요... 우리는 길을 아니까 바로 건너편에 내려도 문제가 없는데 외국인들은 당황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매번 왜이러나 싶긴한데 허허.


그러고보니 네이버지도는 좀 다르게 알려줬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지도의 최적 경로 알고리즘이 다르기 때문일까요? 네이버 지도는 현재 교통 상황을 고려하여 출발지부터 각 지점까지의 최단 시간 경로를 찾고, 카카오맵은 우회로와 지름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더 빠른 경로를 찾습니다.


큰길과 우회로를 활용하는 카카오맵의 CCH 알고리즘

 

도로를 거대한 거미줄같은 네트워크라고 가정해봅시다. 이 네트워크 안에서 나의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죠. 그 경우들을 다 계산하려면 시간이 많이 들고 복잡할꺼에요. 그래서 지도앱마다 최적경로를 계산하는 다양한 알고리즘을 사용합니다. 카카오맵은 Customizable Contraction Hierarchies (CCH)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최적 경로를 탐색해요.

쉽게 말하면, CCH 알고리즘은 복잡한 도로 지도를 간단하게 만들어서 목적지까지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방법입니다. 모든 길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길만 남기고 덜 중요한 길은 간단하게 만들어서 길찾기를 쉽게 만드는 것이죠.

이 알고리즘은 중요한 길을 따라가다가 더 빠른 지름길이나 우회로를 발견하면, 그 길을 추가해서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즉, 큰길과 지름길을 적절히 활용해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목적지까지의 길을 찾아내는 방법이죠.

사용자들은 알고리즘이 이렇게 열심히 계산하고 제안한 최적 경로에 대해서 모두 만족할까요? 물론 어떤 알고리즘을 쓰는지도 중요한 문제지만, 최적 경로 만족도는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총 거리와 같은 물리적 특성에만 의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이동중인지, 내가 익숙한 길인지 등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즉, 같은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최적 경로를 알려줘도 경로에 대한 심리적 거리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어요.


심리적 거리와 최적 경로 만족도


심리적 거리 이론(Construal Level Theory, CLT)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일이나 사물을 자기 자신과 가깝다고 느낄 때와 멀다고 느낄 때를 다르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고 낯선 길을 갈 때 그 길이 멀고 복잡하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기사님이 알아서 잘 가겠지'라고 생각하게 돼요. 목적지 도착이라는 큰 그림만 보고 구체적인 길의 방향 같은 작은 디테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죠.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자신과 ‘멀다’고 느낄때는 그것을 더 단순하게 이해하려고 하고, 자신과 ‘가깝다’고 느끼면 더 많은 세부 사항에 주목하게 됩니다.

아래 두 가지 상황에서 같은 목적지로 가는 택시를 탄다고 생각해볼께요.

 

1. 익숙한 길인데 늦어서 빠르게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클때

2. 모르는 길이어서 목적지 바로 앞에 바로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클때

 

1번과 2번이 모두 같은 경로로 이동하고 물리적인 소요 시간이 같더라도 경로에 대한 만족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적 경로에 대해서 심리적 거리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서요. 

1번은 내가 가는 경로를 잘 알고 있으므로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상태입니다. 1번 탑승객은 택시를 타고 가면서 빠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인지 매번 구체적인 방향을 확인 할거에요. 내가 잘 아는 길이고 목적지 근처에만 도착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2번은 심리적 거리가 먼 상태에요. 앞에서 택시 기사님이 말씀하신 외국인이 카카오 택시를 탔을때의 상황인거죠. 2번 탑승객은 도착해서 택시 문을 열였을 때 내 목적지가 바로 눈 앞에 있다면 만족하고 안심할 것입니다. 

단순하게 택시 기사님이 말씀하신 상황만을 고려한다면, 카카오맵의 최적 경로 경험은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먼 사용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적지의 공간적 위치에 정확하게 도착하는 것이 최적 경로의 제 1원칙이 되는 셈이죠.

어느 방식이 더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상황과 목적에 따라서 어떤 경로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먼 사용자를 중심으로 최적 경로를 알려줄 수도 있고, 경로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사용자가 더 편하게 느끼는 최적 경로를 알려 줄 수도 있겠죠. 다만, 지도 앱의 경험을 설계할 때 사용자에게 물리적 경로 옵션 뿐만 아니라 경로에 대한 심리적 거리도 고려한 화면 구성요소나 옵션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는건 어떨까요.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혹시 내가 무슨 길찾기 알고리즘과 심리이론까지 알아야하나라고 생각하셨나요? 디자인은 흔히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하죠.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의해야합니다. 문제를 정의하려면 주변을 관찰하고 생각해야하구요. 이번 뉴스레터는 그런 관찰의 순간을 정리해본 내용이었어요. InspireX는 관찰과 생각이 기술의 이해와 새로운 디자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번 뉴스레터가 여러분께 관찰의 순간을 음미할 수 있는 즐거운 기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다음주에 만나요!


Reference

[1]  Kundrát, J., & Rojková, Z. (2021). Psychological distance as a means of evaluation. New Ideas in Psychology, 63, 100900.

[2] Trope, Y., & Liberman, N. (2010). Construal-level theory of psychological distance. Psychological review, 117(2), 4

[3] Trope, Y., Liberman, N., & Wakslak, C. (2007). Construal levels and psychological distance: Effects on representation, prediction, evaluation, and behavior.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17(2), 83-95.

[4] https://map.naver.com/

[5] https://map.kakao.com/

[6] https://tech.kakao.com/2021/05/10/kakaomap-cch/

[7]  https://ko.wikipedia.org/wiki/데이크스트라_알고리즘


🤔 InspireX의 물음표

댓글이나 이메일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Q1. 최적 경로라고 느끼게 만드는 또다른 사용자 경험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Q2. 카카오맵이나 카카오택시를 사용하면서 이건 왜그렇지하는 질문이 떠오르는 관찰의 순간이 있었다면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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