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mmary
1️⃣ 스마트워치의 수면 점수는 몸의 실제 감각과 무관하게 나의 컨디션을 재해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2️⃣ 웨어러블 기기의 데이터는 생체 신호를 바탕으로 한 알고리즘의 추정치입니다.
3️⃣ 점수보다 먼저 내 몸의 감각을 살피면, 데이터는 더 나은 질문을 위한 자료가 됩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도 유난히 가뿐하게 눈이 떠지는 아침이 있죠? 전 매일 아침 6시 20분에 스마트워치의 진동으로 눈을 뜨는데요, 어떤 날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깨기도 합니다. 그리 길게 잔 것도 아닌데 몸도 가볍고 기분도 좋게 깨는 날이 있어요.
'오! 어제 깊이 잤었나보다! 오늘 하루 편하게 보내겠는데?' 그러다 잠시 후 스마트워치에 뜬 저의 수면 점수를 보고 당황하게 됩니다.
수면 점수 48점
숫자를 보는 순간, 피곤이 몰려옵니다. 눈꺼풀이 조금 무거운 것 같고, 어깨도 뻐근한 것 같습니다. 저의 수면은 이미 끝났는데, 잠에 대한 설명을 읽고 오늘의 기분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언제부터 '잘 잤다' 라는 감각을 숫자로 확인받게 되었을까요?

나를 더 잘 알기 위해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Quantified Self가 있습니다. 숫자를 통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트렌드에요. 2007년 게리 울프와 케빈 켈리가 시작한 이 운동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을 기록하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나누는 공동체에서 출발했습니다. 단순히 수면이나 운동고 같은 건강 관련 기록 뿐 아니라 자신의 기분 변화나 일상의 습관도 관찰의 대상이 되었어요.
이렇게 나를 데이터화시키면 나 스스로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깔려있었겠죠.예를 들어 '아 요즘 좀 피곤한데'라는 느낌만으로는 월 바꿔야 할 지 잘 모를 수 있어요. 하지만 내가 오늘 얼마나 커피를 많이 마셨는지, 자기 전 술을 마셨는지,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등과 같은 데이터가 있다면 어떤 요인으로 인해 내가 피곤한지 좀 더 논리적으로 추론해 볼 수 있겠죠.
그런데 기록을 시작할 때의 마음과, 기록을 확인할 때의 마음이 달라질 수 있어요. 처음에는 '나는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수면의 질이 높아질까?'가 궁금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오늘의 내 수면 점수는 몇점일까?'가 궁금해집니다. 나를 알아가기 위한 기록이 하루를 평가하는 성적표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손목 위의 숫자는 무엇을 측정할까
센서가 측정하는 신호, 알고리즘이 추정하는 수면, 화면에 표시되는 점수는 서로 다튼 정보입니다. 스마트 워치는 센서를 통해 맥박 정보를 얻고, 손목의 움직임을 기록합니다. 알고리즘은 이런 데이터를 조합해 잠든 시간과 수면 단계를 추정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수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병원에 갔을 때 진행하는 수면다원검사는 뇌파, 안구 움직임, 근육 활동 등을 함께 기록해 수면 단계를 판정합니다. 손목에서 관찰하는 신호와 수면검사에서 관찰하는 신호의 퀄리티는 분명 다르겠죠.
한 연구에서는 애플워치나 핏빗과 같은 웨어러블 제품들이 수면의 질을 평가한 결과를 실제 수면다원검사와 비교했습니다. 기기별로 특정 수면 단계를 과대 또는 과소 추정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검사 결과와의 일치도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기기들을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도구로 삼기보다는 장기적인 자기 관찰에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잘 자고 싶은 마음이 점수를 잘 받고 싶은 마음이 될 때
2017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Orthosomnia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수면 추적기 데이터를 근거로 자신의 잠을 걱정하고, 이상적인 수면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올바르다'는 뜻의 ortho와 '잠'을 뜻하는 somnia 를 결합한 이 단어는 한국어로 '수면정리강박증'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완벽한 잠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증상을 표현합니다.
이 연구에서 소개된 환자들은 수면 점수를 개선하려고 침대에 너무 오래 누워 있었고, 오히려 불면증이 악화되기도 했습니다. 강박적으로 수면 점수를 확인하고, 자신의 느낌보다 기기의 점수를 더 신뢰하기도 하죠.
이렇게 웨어러블 기기가 오히려 사용자의 불안감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 때 수면은 쉬는 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됩니다. 성과를 따지며 사는 낮의 습관이 밤까지 따라오는 슬픈 현실이죠. 나를 더 잘 알기 위해 기록하기 시작한 데이터가, 어느 순간 내가 느끼는 상태를 인정받기 위한 기준이 됩니다
물론 내가 느낀 느낌이 데이터보다 늘 정확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 데이터와 감각은 서로 다른 정보를 줍니다. 그렇기에 정보를 받아들일 때, 스스로에게 한번 더질 문을 던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수면 점수를 보기 전에 스스로에게 지금 내가 졸린지, 머리는 맑은지, 몸은 얼마나 가벼운지 짧게라도 스스로 생각해 본 다음 데이터를 확인하는거죠.
퀸티파이드 셀프가 던진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이 기록으로 나는 나에 대해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요? 내일 아침 개운하게 눈을 떴다면, 그 감각도 기록에 포함해주세요. 그것 역시 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니까요.
[inspire X 오픈카톡방]
https://open.kakao.com/o/gBHmseah
Reference
[1] https://quantifiedself.com/blog/what-is-the-quantified-self/
[2] https://ubmed.ncbi.nlm.nih.gov/42258963/ [3]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5664/jcsm.6472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