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mmary
1️⃣ 요즘 휴식 시간은 분이 아니라 콘텐츠 개수로 재요.
2️⃣ 짧게 보려던 콘텐츠가 계속 이어지면서 휴식 시간이 길어져요.
3️⃣ 반대로 멈추는 시간은 저절로 안 생겨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해요.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서울은 갑자기 아침 저녁으로 가을 바람이 붑니다. 아직 8월인데 말이죠. 여름 휴가는 어디로 다녀오셨나요? 너무 더울때는 움직이기도 부담스러우니까 에어컨 밑 집 침대에서 보내는 것도 좋죠. 그럴때 가만히 쉬면 좋은데 자꾸 유튜브나 숏폼을 보게되는것 같아요.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슥슥 보다가 AI로 만든 숏폼드라마 광고를 봤어요. 드라마는 호흡이 길어야 볼 수 있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광고를 보다보니 40분이 지나버렸습니다. 그리고나서도 또 봤어요… 이럴 시간 이면 그냥 긴 영상으로 집중해서 보든지, 눈과 귀를 가만히 쉬게할 껄 이라고 생각했는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구요. 노는 것도 아니고 쉬는 것도 아니고 마냥즐거운 것도 아닌 주말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요즘 우리의 휴식시간은 어떤 모양일까요?

휴식 시간의 단위가 ‘분’에서 ‘한 편’으로
10분만 쉬어야지하고 생각하시나요, 잠깐 쉬면서 이거 하나만 볼까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우리가 휴식 시간을 재는 방식은 두번째에 가깝습니다. ‘이 영상 하나면 보고’, ‘이 노래까지만’처럼요. 콘텐츠 하나가 휴식 시간의 단위가 되었습니다.
일하는 시간은 여전히 시간으로 계산합니다. 회의는 30분, 발표는 1시간, 오늘은 야근을 2시간 했다고 말하죠. 그런데 쉬는 시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두 시간 쉬었어."보다 "넷플릭스 두 편 봤어.", "릴스를 한참 봤어.", "플레이리스트 하나 들었어."처럼 기억합니다. 휴식도 시간을 기준으로 세기보다 경험을 기준으로 세기 시작한 것입니다.
유튜브를 보면 '샤워할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 '퇴근길 플레이리스트' 같은 콘텐츠가 많습니다. 22분 동안 샤워해야지가 아니라 샤워하는 시간을 플레이리스트 1개로 생각하는 것이죠. 휴식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몇 분을 쉬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가 그 시간을 채웠는지로 휴식을 기억합니다.
콘텐츠 단위의 시간은 끝내기 어려워요
휴식 시간이 콘텐츠를 보는 시간 만은 아니죠. 그런데 우리가 시간이 생겼을 때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은 뭔가 보고 듣는 일이 되었습니다. 습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휴식 시간이 생겼을때도 가장 쉽게 하는 행동은 뭔가를 보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휴식 시간 단위를 콘텐츠 개수로 인식하는 것이죠.
문제는 콘텐츠를 단위로 쉬기 시작하면 휴식 시간도 콘텐츠의 흐름을 따라간다는 점입니다. 시간은 끝이 있지만 콘텐츠는 계속 이어집니다. 영상 하나가 끝나면 다음 영상이 추천되고, 음악 한 곡이 끝나면 다음 곡이 재생됩니다. 이것만 보고라는 생각이 긴 시간을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일상에서는 아무것도 안하는, 멈추는 휴식 시간들도 필요합니다. 휴식이 뇌를 쉬게 하고 긍정적이 감정을 회복하는 활동이라면 계속 보는 휴식은 뇌가 일하는 시간이니까요. 그런데 멈추는 휴식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가장 쉬워보이면서 가장 어렵습니다.
지난 뉴스레터 전해드렸듯이 요즘 일하는 시간은 AI의 작업을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합니다. 그러면 그 시간을 멈추는 휴식 시간으로 설계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기다리면서 또 다른 일을 합니다. 다른 시간이 사용될 틈이 없어요.
나만의 의도적인 낭비, 멈추는 휴식 시간을 설계하기
이처럼 멈추는 휴식 시간은 내가 의도적으로 정하고 지켜야 하기 때문에 보는 휴식 시간과 달리, 그 시간 자체로 계산됩니다. 그러니까 보는 휴식 시간은 콘텐츠 덩어리로 인식하고, 멈추는 휴식 시간은 분 단위로 인식합니다. 내가 사용한 시간을 인식하는 덩어리의 크기가 다르죠. 시계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멈추는 휴식 시간을 더 아껴쓰게 됩니다. 그래서 보는 휴식과 멈추는 휴식 시간의 적정 비율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멈추는 휴식은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잠깐이라도 가만히 있으려면 그 시간을 일부러 남겨둬야 하니까요. 최근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짧은 휴식 시간이 생기기를 그냥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침 커피를 천천히 마시는 시간을 만들고, 어떤 사람은 일부러 공원을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잠깐 그네를 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반대로 바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계속 다른 일에 집중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시간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공원이나 길거리, 대중교통처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공간도 이런 짧은 휴식 시간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해요.
디지털 제품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어야 합니다. 캘린더 앱에 해야할 일을 적는 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고민하지만, 멈추는 휴식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경험을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는 일하는 시간이 달라지는 만큼 휴식 시간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잠깐 멈추는 시간을 하루에 어디에 둘지 함께 계획해주는 캘린더가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만의 의도적인 낭비 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독자님의 휴식 시간은 어떤가요? 저번주에는 일하는 시간, 이번주는 쉬는 시간을 이야기해봤네요. 시간은 참 같으면서도 다르게 흘러갑니다. 그래서 각자 여러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다음주에는 다른 시간 이야기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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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1] Making meaning of the smallest units of leisure: a phenomenological exploration of everyday moments of leisure (2026)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02614367.2026.2701742#d1e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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