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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4] 내비게이션의 진실이 만드는 새로운 현실

현실을 반영한 진실, 그리고 진실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현실

2026.09.23 | 조회 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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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ary

1️⃣ 모두가 최선의 길을 택할 때, 전체에게는 비효율이 될 수 있습니다.

2️⃣ 진실을 반영한 알고리즘은, 그 추천의 결과로 새로운 진실을 만들어 냅니다. 

3️⃣ 일부의 희생을 통해 전체에게 보다 효율적인 경로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달 우리는 '진실'이 더 이상 바깥 세계를 그대로 비추는 정보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점차 확률이 높은 옵션이 진실이 되어가고 있어요.

내비게이션은 어떨까요? 내비게이션은 가장 빠른 길 - 사실을 전달하는 도구일까요. 아니면 수많은 사람의 핸들을 같은 방향으로 돌려, 그 사실 자체를 바꾸는 도구일까요?

지난 주말, 저는 성묘를 다녀오는 길에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 한참을 멈춰 있었어요. 제 휴대폰 속 티맵은 제가 평소에 잘 가지 않을 경로를 안내해주었어요. 명절 전 마지막 주말이라 저처럼 성묘를 다녀오는 차가 많아 오늘은 다른 경로를 제안해주나보다 하고 안내된 길을 따랐죠. 하지만 한산해 보였던 국도는 차들로 가득했어요. 반대로 저와 같은 처지에 처한 많은 차들이 빠져나간 고속도로는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을지도 몰라요.

네비게이션이 나에게 알려준 진실은 정말 진실이었을까요.

AI generated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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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의 대가

1968년 독일 수학자 브라에스는 이상한 교통 현상을 제시했어요. 새로운 도로가 하나 더 생겨도, 오히려 전체 통행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거에요. 브라에스의 역설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왜 일어나는걸까요. 새 길이 생기면 사람들은 그 길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같은 판단을 내리면, 새 길은 곧 새로운 병목이 됩니다. 지름길이 없었을 때보다 모두가 더 늦게 도착하는 날도 종종 있겠죠. 각자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 오히려 모두에게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이 현상을 우리는 '무질서의 대가(Price of anarchy)라고 부릅니다.

과거에는 일부만 알던 길을, 이제 내비게이션이 수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보여 줍니다. 이 때 정보는 지도 위의 설명이 아니라, 마치 새로운 도로처럼 작동합니다. 최근 연구도 이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이탈리아의 주요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서비스 이용률이 높아질수록 경로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차량은 더 적은 수의 도로에 집중되는 경향을 발견했어요.


알고리즘이 현실을 다시 쓸 때

알고리즘은 현실을 관찰하지만, 그 관찰 결과가 사람의 행동을 바꾸게 되면서 현실을 다시 구성하게 됩니다. 사회과학에서 이러한 작동방식을 알고리즘의 '수행성(performativity)'이라고 부릅니다. 알고리즘은 예측과 추천을 통해 세상에 개입하는 행위자가 되기도 합니다.

독일의 한 예술가는 스마트폰 99대를 수레에 싣고 빈 거리를 걷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어요. 지도위에 가상의 정체를 만들어낸거죠. 그가 만들어 낸 지도 위의 막힌 길은 허구로 시작되었지만, 만약 실제 운전자들이 그 정보를 믿고 다른 길을 택한다면 그 허구는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여기서 진실은 단순히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정보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면, 그 진실이 가리키는 현실이 달라지는 것이죠.


더 좋은 알고리즘이란

내비게이션은 개개인의 ETA를 최대한 줄이는 데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도시 전체의 관점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인 도로에 차 한 대가 더 들어갈 때 생기는 추가 지연을 고려해야 합니다.

얼마 전 발표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특히 혼잡한 구간에 외부효과 비용을 반영해 일부 차량만 조금 더 돌아가는 대안 경로로 유도했습니다. 경로가 바뀐 차량은 전체의 2% 미만이었지만, 해당 구간의 평균 속도는 약 2% 높아지고 연료 소비율은 약 0.5~1.0%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어요. 모두에게 같은 우회길을 권하기 보다는 일부 차량만을 분산시킨거죠. 

물론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깁니다. 누가 조금 더 돌아가는 '피해'를 볼 것인가.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위해 개인에게 어느 정도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는가.


우리는 흔히 알고리즘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답을 준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의 답은 사람들의 행동과 만나 다시 현실을 만듭니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의 '12분 단축'이란 말은 거짓말도, 절대적 진실도 아닙니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이 아직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하기 전의 조건부 예측입니다.

이번 달의 질문을 도로 위로 옮기면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진실을 알려 주는가, 아니면 우리가 믿고 따르는 방식으로 진실을 만들어 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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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1]  Braess, D. (1968). Über ein Paradoxon aus der Verkehrsplanung. Unternehmensforschung12(1), 258-268.

[2]  Cornacchia, G., Nanni, M., Pedreschi, D., & Pappalardo, L. (2026). The traffic concentration effects of urban navigation services. Nature Communications.

[3]  Weckert, S. (2020). Google maps hacks. Retrieved Dec6, 2022.

[4]  Arora, N., Bayen, A., Cabannes, T., Chen, K., Kreidieh, A. R., Li, Y., ... & Zhang, H. (2026). Urban congestion relief experiments through routing-app interventions. Nature Cities3(7), 591-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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