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미션 #4] ㅊ과 ㅇㅎ에 관한 ㅇㅇㅊ 일지

저기에 2026년이 있습니다.

2025.12.29 | 조회 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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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를 아끼는 당신께 띄우는 텍스트 기획자 임유청의 ‘읽고 쓰고 공유하기’ 활동 일지. 매월 1일, 이달의 작가와 책을 소개하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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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식의 계절 표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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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에 2026년이 있습니다. 

 

 

🌟

12월

 

 

임유청의 유청문장분리기

 

 

구독자 께, 

 

1. 

표기식 사진가가 수집한 올해 마지막 계절. 미처 떠나지 않은 가을입니다. 어떤 크리스마스는 여름이듯 바다 건너에는 12월에도 지지 않는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서울은 겨울, 교토의 한 은행나무가 어두운 잎의 프레임 속에서 온화한 금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2. 

지난 몇 년 치 사진을 지우기로 했습니다. 2026년에 새로운 계획이 좀 있어서 스마트폰 용량 정리가 필요합니다. 가득 찬 용량 대부분은 사진첩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떤 시간은 기록됐다는 이유로 조금 더 각별해집니다. 사진첩 정리란 그래서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내가 보는 장면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을 능력이 내겐 없는데, 특별하다고 느낀 순간에 대한 특별하지 않은 사진을 남겼을 뿐인데 말이에요. 기록이 쌓여 내가 된다지만 그럴수록 그 기록은 좀 더 엄선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으로선 저는 어수선한 잡동사니의 무덤이 된 책상 풍경 그 자체인 거 같습니다. 

 

 

3.

보지 못했으나 존재했던 장면, 목격했으나 기억으로 선택되지 못한 순간들이 나의 바깥에 있습니다. 그 장면과 순간은 타인이라는 형태로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태도가 퍽 가벼워집니다. 우리가 각자 세상의 기억을 조금씩 나눠 담은 외부기억장치라 가정한다면, 제겐 제가 기록하지 않은 시간에 대한 무한한 접속 가능성이 열려있을 테니까요. 물론 개중엔 절대 열리지 않을 외장하드도 있겠지만, 우리 곁엔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는 클라우드가 훨씬 많다는 걸 알고 있지요. 영화와 책, 사진과 음악의 형태로 말입니다. 

 

 

4. 

오늘도 그렇습니다. 사진가의 사진은 존재하되 알지 못했던 작은 아름다움에 나를 이어붙여 줍니다. 이 기쁜 연결에 의지하여 내년엔 나를 덜 기록하려 합니다. 그 덕분에 생길 여백을 누려볼까 합니다. 갖지 못한 걸 찾아 텅 빈 바닥까지 훑는 수고를 들이는 대신 내가 접속하고 싶은 쪽으로 가벼운 걸음 걸을 채비를 합니다. 서로의 외부기억장치인 우리는 무엇을 내어주고 어디와 연결될 수 있을까요? 제 경우는 사진이 아닌 것만은 확실한데요, 다행히 [계절표기법]은 내년에도 계속됩니다. 2026년에 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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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마지막 레터 [ㅊ과 ㅇㅎ에 관한 ㅇㅇㅊ 일지]에서는 두 개의 미니 코너가 있습니다. [표기식의 계절 표기법]. 사진가 표기식의 카메라가 채집한 이달의 계절을 연재합니다. 그는 어디로든 떠나는 사진가입니다. 따로 사진에 코멘트를 붙이지 않아서, 사진에 붙은 꼬리말은 ㅇㅇㅊ의 것입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될 수 있으면 PC의 큰 화면으로 감상하시길 추천합니다. [임유청의 유청문장분리기]는 ㅇㅇㅊ 에세이의 일부를 잘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종이와 화면에 놓여 있던 글을 자르고 분해해서 레터에 씁니다. 때때로 새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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