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 님,
🎄12월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몇밤 자면 도착해 있을 내년을 위해 연력을 주문해보았습니다.
크고 넓은 종이 한 장에 1년 365개 모든 날짜가 인쇄된 캘린더입니다.
연력을 마음 먹고 써보는 건 처음이 되겠습니다. 언젠가 팟캐스트에서 들은대로 (아마 ‘여둘톡’인 것 같습니다) 내년엔 30분 이상 운동한 날과 술 마신 날을 각각 다른 색깔의 스티커를 연력에 붙이며 기록해보려 합니다. 스티커 붙이는 행위를 좋아하지만 내게 주어진 일년이 조금씩 줄어드는 걸 너무 명확하게 알고 싶진 않은데, 살짝 기가 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연말. 하필 경각심을 잔뜩 충전한 참이니까요. 스티커 색상이나 고민하기로 합니다.

뒷면에 제가 쓴 표기식 작가 인터뷰 글이 실려있습니다. 소진되기 전에 구매하시면 좋습니다.
제가 이번에 구매한 연력은 2026 호상근 X 오렌지 슬라이스 타입 포스터달력입니다.
받아본 2026년 달력엔 연필과 색연필로 그린 씻은 배 세 알이 그려져 있습니다. "호상근 작가가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그린 서양 배"라고 하는데요, 저도 2026년엔 보다 많은 사람과 만남도 가지고 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여차저차 잘 맞는 그림인 것 같습니다. B2 사이즈의 아트지 120g에 인쇄되어 있습니다. 광택이 나는 얇은 종이인데 작품과 잘 어울립니다. 저는 인쇄물을 만들 때 도공지 계열을 거의 쓰지 않(았)지만 요즘은 광택 나름의 매력이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호상근 작가와 오렌지 슬라이스 타입의 장우석 디자이너는 연력을 2014년부터 매년 작업해왔다 합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2023년에 처음 알았습니다. 달고나커피 그림이 있는 달력이었어요. 하지만 그 달력의 존재를 알았을 때는 이미 한여름이었습니다. 품절이었고요. 내년엔 꼭 호상근 작가의 달력을 사야지 마음 먹었는데, 어쩐지 매해 실패하고 2026년에 실현하게 됩니다. 이게 뭐라고 이제야… 어쨌든 기쁩니다. 새해엔 덜 망설이자! 다짐도 해보고요.
🎄어두운 낮의 낭독회
[인터뷰&레터]의 5월과 6월, 8월에 배경이 되어주었던 위스키 바 사뭇에서 <어두운 낮의 낭독회>라고 이름 붙인 무언가를 열게 됐습니다. 이런 시간을 떠올리게 된 이유는 그때 한창 겨울로 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겨울은 어두운 낮의 계절. 올해 제게 선뜻 공간을 내준 바 사뭇의 낮도 낮고 어두웠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읽고 듣고 마시고 웃는 자리를 기획해보았어요.
다행히 다섯 명의 낭독자가 모였습니다.
이들은 책의 형태로 묶인 자신의 글을 각각 15분 가량 낭독합니다.
누가 무엇을 읽는지 소개해드리면요,
문신애 -『Song Camp: Notes Before the Song 』
모이고 보니 영화와 술과 음악을 재료로 쓰는 사람들입니다. 마침 위스키 바가 무대고요, 낭독자들은 그날 읽은 책 판매도 합니다. 좋은 술과 작은 책들의 일요일. 놀러와 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무료 입장입니다. 아래 버튼으로 예약하실 수 있습니다.
![2025년 [인터뷰&레터] 시즌1의 레터북들 (사진: 장용석)](https://cdn.maily.so/du/interview.and.letter/202512/1765464711415968.jpg)
🎄[인터뷰&레터] 시즌1, 짧은 랩업
돌이켜보면 그간 제가 쓰는 글의 독자는 저였던 것 같습니다. 일기, 에세이, 리뷰, SNS 포스팅까지 결국 미래의 제가 읽으려고 쓴 글이었던가, 어쩌면 청탁 받는 글에서도 그러진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 것이 레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였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며 쓰는 글. ‘입니다’와 ‘이다’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뷰&레터]를 쓰면서는 두 사람을 수신인으로 지정하였습니다.
한 명은 이달의 모티프가 되어준 레터의 주인공, 작가입니다. 충실한 독자로서 열심히 쓴 소감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저의 글이 작가님 다음 행보에 얼마간의 동력이 되었으면 바랐던 속마음도 솔직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다른 한 명 수신인. 지금 레터를 읽고 계시는 구독자 님입니다. [인터뷰&레터]는 작가와 책을 빌미로 같은 걸 좋아하거나 좋아하게 될 분들을 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은 프로젝트이기도 하니까요. 각자가 줄 수 있는 것들을 나누고 받으며 은실 같은 우정으로 엮이고 싶다 생각을 했습니다. 좋지 않나요? 좋은 걸 만나게 될 수 있다는 확률에 거는 경쾌한 용감함들, 좋아하는 걸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기자신이라는 세계를 탐구하는 찬찬함들.
내년엔 좀 더 긴 질문과 대답을 레터에서 들려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구독자 님의 이야기도 새로 꾸리게 될 모임들로, 또 여러 만남들로 들을 수 있게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저는 그럼 다음 레터로 뵙겠습니다. 매달 마지막 레터에는 표기식 사진가의 [계절 표기법](그리고 저의 [유청문장분리기])이 실립니다. 겨울은 힘드니까 그래서 더 바깥으로 나가 사진을 찍는다는 그가 보내올 12월의 컷을 함께 기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레터] 시즌1: 영화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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