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매번 돌아오는 계절에 매번 흔들리"거나 말거나, 거절할 수 없는 마감을 앞둔 사람처럼 "키보드를 더디게 두드리며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유월 마지막 레터를 띄웁니다.
집안 공기가 무겁다. 곳곳에 제습제를 놓긴 했지만 여름 내내 습기는 가시지 않을 것이다. 유난한 습기에 시달리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내가 볕 들지 않는 반지하에 살기 때문에, 또는 한강과 유수지를 끼고 있는 망원동에 살기 때문에. 두 가지 주거 조건을 합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망원을 거꾸로 하면 원망. 이따금 글자를 바꿔 쓰고 킥킥댄다. 어쩐지, 안 그래도 그게 늘더라. 다시 의자에 앉아 키보드를 더디게 두드리며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영화들은 심약한 사람처럼 계절을 탄다. 겨울에 개봉하는 영화는 겨울을, 여름에 개봉하는 영화는 여름을 배경으로 할 때가 잦다. 빤한 전략인데 먹힌다. 매번 돌아오는 계절에 매번 흔들리고 마는 이들, 지금 여기에 몰두하지 못하고 다른 시공간에 한눈파는 이들이 걸려든다. 물렁물렁한 자두를 골라 먹으며 쓴다. “한편, 집 밖은 햇빛 쨍쨍한 한여름이다.” 자두가 생각만큼 달지 않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웃는다고 덧붙인다. "이들이 뿜어내는 분방한 에너지는 어쭙잖은 위로가 지겨운 청춘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 (...) 잎사귀를 뚫고 나온 초록빛처럼 싱그럽게 웃는 두 배우를 만났다."
- 차한비 작가의「산책과 장바구니」中
🍀지난 일요일 낮 모임에서
차한비 작가는 “『모든 소란을 무지개라고 바꿔 적는다』의 독자는 「산책과 장바구니」를 좋아하는 분과 아닌 분으로 나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 책 속 대부분의 에세이가 만날 장소와 시간이 명확한 약속 같다면, 이 글은 목적 없는 산책 중인 친구와의 우연한 만남을 닮았거든요.
저는 좋아하는 독자 쪽입니다. 영화에 관해 쓰는 차한비 작가의 영화를 닮은 글이란 인상을 받아서입니다. 그의 심상한 일상 소묘에서 미야케 쇼 감독의 영화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감상을 가진 독자분들 계실까요?) 책 속 망원동을 천천히 거닐어봅니다. 거닐다가, 차한비 작가의 생각이 가닿은 쪽으로 시선을 둡니다. 그러면 밤, 강, 습기와 계절, 그리고 영화, 문장 곳곳에 배어 있는 그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체 플레이리스트는 여기서: 6월의 차한비 - 일요일의 보사노바
🥃올해로 9년째 운영 중인
위스키 바 사뭇도 「산책과 장바구니」의 공간적 배경인 망원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차한비 영화 저널리스트와 함께 한 [인터뷰&레터] 6월 모임이 열린 곳입니다. 모임 시간은 처음 넉넉잡아 150분가량으로 예상했는데, 예상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을 채우고 말았습니다.
🕵️♀️1부 인터뷰(북토크)는
참석자들이 미리 제출한 질문에 대해 차한비 작가가 준비해 온 대답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달 모임에 다양한 분들이 신청해주셨어요. 영화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 영화 글을 쓰고자 하시는 분, 책과 영화의 애호가, 『모든 소란을 무지개라고 바꿔 적는다』 속 등장인물까지(!) 한 자리에 모여 개개인의 고민과 연결된 질문들을 차한비 작가님께 건넸습니다. 질문들은 크게 1) 영화/글쓰기의 방법에 관한 영화 저널리스트 차한비의 경험, 조언 2)『모든 소란을 무지개라고 바꿔 적는다』를 독자/작가의 관점에서 읽고 말하기 3) 차한비 작가의 취향, 생각, 계획 등을 묻는 시간으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2부 레터(워크숍) 시간은
1부에서 인터뷰이가 되었던 차한비 작가가 다시 인터뷰어가 되어, 이날의 참석자들을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석자들은 차한비 작가의 질문을 고민하고 그에 관한 자기 생각을 써보았고, 그 생각을 모두와 공유하며 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차한비 작가의 세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 싫어하는 티 안 내고 대화하는 여러분만의 기술 하나를 알려주세요.
2)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좋아하는 티 안 내고 대화하는 여러분만의 기술 하나를 알려주세요.
3) 별수 없이 상대에게 호오를 들켰을 때 대처하는 기술을 각각 알려주세요.
현장에서 정말 기상천외, 요절복통, 폭풍공감(?사자성어 등재 아직 안 됐나요?) 답변들이 쏟아져 나왔답니다. 이 레터를 받아보신 구독자 님께 차한비 작가의 세 가지 질문이 와닿는다면, 자기만의 답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타인의 질문'이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더 흥미진진하답니다. 답변은 공유해주셔도 좋습니다! 작가님께 고이 전달드릴게요.
🌈어떠셨나요? 유월.
[인터뷰&레터]의 오프라인 모임은 '소규모'가 기조입니다. 당분간 매 모임은 10인 안팎 인원으로만 신청을 받을 예정이에요. 작가 입장에선 참석자의 얼굴과 이름을 인식하기에 무리스럽지 않은, 참석자 입장에선 부러 손을 들지 않아도 질문을 던지기 부담스럽지 않은 모임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6월 모임은 [인터뷰&레터]를 기획하며 상상만 하던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시즌1 ‘영화와 책’의 첫 번째 작가라는 모험에 선뜻 응해주신 차한비 영화 저널리스트께, 모임에 도서를 협찬해 주신 플레인아카이브께, 언제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바 사뭇께, 함께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신 모임 참석자분들께, 짬을 내어 레터를 열어봐 주신 구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어지는 [인터뷰&레터] 7월의 작가는 최지웅 디자이너입니다. 프로파간다 시네마 그래픽스에서 펴낸 『영화간판도감』과 함께 7월 1일에 찾아올게요. 레터 구성에도 약간의 개편이 있을지도? (벌써......?)
그럼, 이것으로 [인터뷰&레터]의 초여름을 접어둡니다.
한여름에 돌아올게요!
에세이집『모든 소란을 무지개라고 바꿔 적는다』를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부록
😭차한비 작가가 직접 만든 귀여운 웹포스터를 첨부합니다.❣️💕💓💗💖💘💝💌
6월인데요, 마감 필요하신 분?
6월의 글쓰기: #여름_영화_사연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개인 SNS에 한 단락 이상의 글을 써서 올린 후 상단 버튼의 구글폼으로 링크를 보내주세요. 7월 1일 발송될 [프리뷰 매거진]에 링크 형식으로 실어드립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경우 @interview.and.letter 를 태그하시면 따로 구글폼을 작성하지 않으셔도 제가 발견할 수 있으니, 인스타 유저들은 그 방법을 이용하셔도 좋겠습니다.
!인터뷰&레터 글쓰기 연습!
1. 6월의 모티브: #여름_영화_사연
2. 분량: 한 단락 이상
3. 마감일: 6월 24일 (화) PM11:59 까지
4. 제출은 위 링크에서, 혹은 인스타그램 태그:
@interview.and.letter #인터뷰앤드레터 #글쓰기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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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owai_kotoba
천성인지 지병인지 알 수 없는 게으름을 이겨내고 선생님처럼 부지런하게 작당을 하려면, 그런 힘을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요? 늘 놀랍습니다. 또한 늘 응원하고요.
인터뷰 앤드 레터
게으른 상태를 참 좋아하는데요, 가진 것 없는 현재와 무료한 미래가 불안한 마음이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는 거 같습니다. 과연 좋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응원해주시니 최선을 다해 좋은 면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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