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4월엔 일기를😶‍🌫️

보여주자!

2025.04.22 | 조회 2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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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앤드 레터

매월 1일, 이달의 작가와 책을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에세이와 리뷰 쓰기를 돕습니다.

베를린의 헌책방.(2015)
베를린의 헌책방.(2015)

‘인터뷰&레터’는 조금은 쑥스러운 마음들을 위한 ‘읽고 쓰고 공유하기’ 연습입니다. 주로 에세이와 리뷰 쓰기에 관한 다양한 모티브를 띄워 보냅니다. 매월 1일, 이달의 작가와 책 소개로 시작되며, ‘인터뷰&레터’의 친구들은 레터를 통해 [프리뷰 매거진], [인터뷰 모임], [리뷰 클래스]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당분간 틈나는 대로 말씀드릴 예정💕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인터뷰&레터'의 친구 신청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4월의 레터를 보내드립니다. :)

앞번 레터 [INTRO] 쑥스러운 마음들과🍀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레터에는 일기 한 편을 실어 보내드려요. 참, 이번 달 '인터뷰&레터'의 글쓰기 연습 4월엔 일기를 보여주자! 마감이 다가오고 있어요. 이번 주 일요일인 27일 밤 11시 59분까지 이 링크로 신청하시거나 인터뷰&레터 인스타그램 계정을 태그해주세요. (#인터뷰앤드레터 #글쓰기연습 를 넣어주시면 더욱 확실하겠습니다. 🤗) 쓰는 연습만큼 보여주기 연습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글을 써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함께 해봐요. 이왕 구독도 해주셨고.... (호호)

 


 

4월. 일기와 독립출판

지난 번 레터에서 4월의 글쓰기 연습 모티브로 '일기'를 제안드렸는데요. 제게 일기는 글쓰기의 시작이며 독립출판의 시작인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레터에선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일기

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쓸 엄두가 안 날 때면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아쉽게도 매일 쓰는 성실함은 내 것의 재능은 아니었습니다. 매일 쓰지 않는다는 건 글을 시작하기까지 예열이 오래 걸린다는 뜻이더군요. 책상 앞에는 앉았지만 쓰고 싶은 사건도, 생각도 찾아내지 못하는 '나'는 자책과 자괴감에 휩싸입니다. 너는 오늘도 내가 바라는 네가 되지 못했다. 그러면 일기를 씁니다. 한참을 씁니다. 가진 줄 몰랐던 생각과 일어난 줄 몰랐던 사건이 형체를 갖추기 시작하고, 내 어깨에 앉았던 시무룩한 감정도 갑자기 날아오르는 비둘기떼처럼 붕 떠올랐다가 저기 좀 떨어진 곳에 내려앉습니다.

 

10년전 인스타그램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정사각형 프레임만 가능했고요, 사진/영상도 1개만 올릴 수 있었답니다. 2015년 4월 30일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캡쳐.)(한 이미지를 저장.)(한 걸 발견.)
10년전 인스타그램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정사각형 프레임만 가능했고요, 사진/영상도 1개만 올릴 수 있었답니다. 2015년 4월 30일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캡쳐.)(한 이미지를 저장.)(한 걸 발견.)

 

까마귀의 모음 1집

저의 첫 독립출판 'MORI IN PROGRESS: 까마귀의 모음 1집'도 일기 모음입니다. 베를린 친구 집에 놀러갔던 이야기를 일기 형식의 에세이로 모은 책입니다. 남에게 보여줄 요량으로 쓰는 글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던 이유가 있고요, 베를린에서 보낸 한 달간의 모든 하루를 빼먹지 않고 적어두고 싶어서 채택한 형식이기도 합니다. 일기엔 모든 걸 쓸 수 있더군요. 기행문, 전시와 영화 리뷰, 맛집 방문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 망상과 공상 같은 것들. 이 모두가 일기라는 다정하도록 허술한 형식 안에서 자유롭습니다. 

 

'까마귀의 모음 1집' 판매 당시 제작한 페이퍼 카세트테이프. 김사월과 박의령의 낭독을 실었습니다.
'까마귀의 모음 1집' 판매 당시 제작한 페이퍼 카세트테이프. 김사월과 박의령의 낭독을 실었습니다.

 

까마귀의 모음 1집은 300부만 인쇄했습니다. 안 팔릴까봐 어찌나 전전긍긍했던지. 주변에 도움을 많이 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뮤지션 김사월 님에게 낭독을 의뢰했습니다. 낭독 음원을 선구매자들께 선물로 드리고 영상으로 만들어 홍보도 했고요. 이후 검색 불가 설정으로 유튜브에 올려두었는데요, 이번 레터를 통해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사월님의 2017년 목소리를 이런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 팬으로서 무척 기쁘고 뜻깊습니다. 흔쾌히 공개를 허락해주신 김사월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수잔>의 발매 10주년도 축하드립니다. 우리는 10년째 <수잔>을 사랑하고 있군요.)  

EBS 스페이스 공감 선정 -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수잔]

 

글과 낭독. '큰 것들에 대하여'

오늘 레터로 보내드리는 글의 제목은 '큰 것들에 대하여'입니다. '대하여'라고 썼군요. 지금이라면 '관하여'라고 썼을까요? 큰 것들 앞에 서서 바라보는 느낌을 의도하고 '대하여'라고 썼던 것도 같고요. 그냥 습관적으로 썼을 수도 있고요. 비디오는 대체로 아이폰6s로 찍은 것들입니다. 오래된 캐논 디카로 찍은 영상도 간혹 보입니다. 서울과 후쿠오카, 베를린, 타이난의 장면들이 담겨 있습니다. 친구들이 보이네요. 사뭇과 한강도 보이고요. 반가워라.

사월 님의 목소리를 틀어놓고 일기를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댓글은 언제나 환영이고, 이번 글에 보내주시는 댓글은 어쩐지 더 뜻깊을 듯합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MORI IN PREGRESS: 까마귀의 모음 1집』중 '큰 것들에 대하여'
- 낭독: 김사월 (2017년 녹음) 

 

큰 것들에 대하여 4월 19일 (일) 루스트가르텐 Lustgarten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주말에는 박물관이든 미술관이든 가는 법이 없는데, 관광객 신분이라 나섰다. 사실 굳이 오늘 가지 않아도 됐지만 할 일이 없었다. 날해가 어제 외출했다가 지도며 박물관 섬 홍보물을 갖다 준 탓도 있다. 이미 가본 곳이라길래 박물관은 나 혼자 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말하니, 날해는 내가 있을 때가 아니면 다시는 들를 일이 없다며 따라나서겠다고 했다. 날해는 생활 전반을 어려움 없이 처리한다. 독일말도 아주 잘한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니까 확실한 건 아니지만, 독일어로 대화할 때 상대가 못 알아듣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본인은 의외로 계획을 짜고 움직이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저녁이면 소파에 드러누운 내게 다음날 뭘 할 건지를 묻는다. 그럼 나는 그때부터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가끔은 계획이 있는 척도 해보았지만, 그런 척을 왜 했던 거지. 채근하는 법은 없다. 갈 곳을 정하고 나면 가는 법이나 팁을 알려줄 뿐이다. 동쪽에 도착하자마자 배가 고팠다. 전철이 다니는 철교 아래에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었다. 아직 날씨가 추운 데도 야외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파스타를 먹기로 하고 ‘다 빈치(Da Vinci)’라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음식점 이름 짓는 센스란 어디든 비슷한가 보다. 커다란 샹들리에, 빨간 체크무늬 테이블보, 야자수가 있는 가게였다. 전철이 지나갈 때마다 온 가게가 덜컹거렸다. 파스타 하나, 피자 하나를 시켰다. 피자가 당황스럽게 컸는데, 먹다 보니 양이 많은 건 정작 파스타였다. 맛있었던 것도 파스타여서 반 이상 남은 피자는 포장되어 날해의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날해의 가방에는 온갖 것들이 들어 있다. 막상 쓰는 건 지갑과 담배가 전부면서 필요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걸 가방에 넣는다. 이번엔 피자가 들어갔다. 강가, 잔디밭, 맥주 로고가 커다랗게 박힌 썬베드, 하여간 해가 닿는 모든 곳에서 볕을 쬐며 맥주를 마시는 독일인들을 지나 박물관 섬에 도착했다. 박물관 섬으로 통하는 돌다리 앞에 빈티지 시장도 열려 있었다. 재니스 조플린 베스트앨범 CD랑 구 동독 시절에 나온 듯한 매거진 몇 개를 샀다. 빈티지 시장에서 ‘진짜’를 사려면 새벽에 가야 한다지만, 내가 눈을 두는 곳은 애초에 별로 귀하지 않은 것들이다. 굳이 가짜로 나올 이유가 없는 것들. 우리가 간 곳은 알테 갤러리(구 국립 미술관/Alte Nationalgalerie)였다. 티켓 박스의 남자가 날해 가방 속의 피자 박스를 보고 피자를 나눠주면 티켓값을 깎아주겠다고 농을 쳤다. 박물관은 컸다. 로댕의 엄청 야한 조각이 있었는데, 제목이 ‘L'Homme et sa pensé’였다. ‘남자와 그의 생각’ 정도인 것 같다. 이렇게 야한 걸 만들어 놓고 있어 보이는 제목을 붙여놨다며 둘이서 엄청 웃었다. 하도 웃어서 웃다가 지쳐버렸다. 최소 박물관 두 개는 보겠다던 계획은 포기하고 박물관 섬에 도착하고서부터 자꾸 눈에 걸리던 베를린 돔(berliner Dom)을 확인하러 갔다. 속으론 베를린 돔이 가까우니 그걸 보고 좀 쉬다가 기운이 나면 돌아와 다른 박물관을 볼 작정이었는데, 알테 갤러리와 베를린 돔의 거리가 예상외로 멀었다. 열심히 걸어도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5분 거리 정도로밖에 안 보였는데 결국 15분은 걸었을 거다. 베를린 돔 앞에 도착한 순간부터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너무 큰 거다. 이럴 필요가 있나 싶게 커서 자꾸자꾸 웃음이 났다. 과시의 용도로 뭔가를 짓고 싶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방법이 크게 짓는 것이리라. 아름답거나 참신하다거나 하는 평가는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겠지만, 누가 봐도 크게 만들면 그건 누가 평가해도 큰 거다. 저런 큰 것들을 탄생시킨 인간 존재의 단순함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게다가 큰 것들은 귀엽게 생겼다. 인간이 크게 만들어 봤자 알프스보다 큰 걸 만들 순 없다. 웃음이 나는 것과 별개로 위를 바라볼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시선의 각도가 예상과 습관을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쯤 올려다보면 천장이겠거니 하는 지점에서 한참 더 고개를 뒤로 젖혀야 한다. 베를린 돔이 귀엽다고 말하고 다녀봤자 큰 건 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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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레터 예고. '인터뷰&레터'는 매월 1일, 이달의 작가와 책을 소개하며 시작됩니다. 5월 1일 목요일, 낮 12시 30분에 메일함을 확인해주세요.

잠시만요! 마감 필요하신 분?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개인 SNS에 한 단락 이상의 일기를 올린 후 아래 구글폼으로 링크를 보내주세요. 5월 1일 발송될 [프리뷰 매거진]에 링크 형식으로 실어드립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경우 @interview.and.letter 를 태그하시면, 따로 구글폼을 작성하지 않으셔도 제가 발견할 수 있으니, 인스타 유저들은 그 방법을 이용하셔도 좋겠습니다. !인터뷰&레터 글쓰기 연습! 1. 4월의 모티브: 남들에게 보여주는 일기 2. 분량: 한 단락 이상 3. 마감일: 4월 27일 (일) 자정까지! 4. 제출은 아래 링크에서, 혹은 인스타그램 태그: @interview.and.letter #인터뷰앤드레터 #글쓰기연습

4월 글쓰기 연습 -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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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

    0
    8 days 전

    친구의 일기를 읽는다는 건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좋아하지만, 막상 제 일기를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건 쑥쓰러워요. 하지만 이번 레터를 받고서 일기를 쓸 용기, 누군가에게 보여줄 용기를 내어 봅니다! 왜냐면 제가 유청님의 일기를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하듯이 내 일기도 누군가가 보며 좋아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어서요. 이번 레터도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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