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이야기

성장의 계기 (2)

2024.03.26 | 조회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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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마음이 쓰이는 날 종종 글을 씁니다.

이어 나올 이야기에 편의상 한 친구는 바다, 한 친구는 여름이라 칭하겠다.

이어 말해보자면,

 

어릴 적 저는 소심한 와중에도 아닌 건 아닌 사람이었고, 왜 이걸 아니라고 말하면 안 되는지 잘 모르던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사회성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의 두 친구들 꽤나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었다. 약... 10년 전에 학교에서 MBTI 검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ISTJ, 두 친구들은 ENFP가 나왔으니... 당시에는 우와 우리 맞는 게 하나도 없네? 신기하다!! 라며 넘겼는데 지금와서 보면 사회에 나와서 만났더라면 더 친해지고 서로에게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어릴 적 우리들은 어렸으니까 서로에게 더 쉽게 상처 줄 수 밖에 없었을테니.

 

 한 번은 바다가 피부병에 걸린 적이 있었다. 쉽게 옮지는 않아서 특별히 조심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옮는 병이라 격리는 했었던 그런 병이었다. 아직도 정확히 기억난다. 나는 그래도 옮는 병이니 조심할 필요는 있지 않냐고 했고 바다는 꽤 상처받는 듯 어떻게 나를 병균 취급할 수 있냐고 했었다. 여름도 매한가지로 바다의 편을 들었고, 나를 꽤 질책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게 괴롭힘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때를 계기로 누군가는 단순히 사실을 말하는 것에도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누군가는 너무 늦게 깨달은 것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지역 특성상 주변에 또래가 많지 않았던 나는 그런 경험을 할만한 일이 적었다. 핑계 같지만 사실이다. 어른들 눈에는 그저 똘똘한 아이였고 운이 좋아 비슷한 특성의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 나의 말들에 상처를 받고 나쁘게 구는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내 기억 속 나의 성장을 도와준 친구들과의 첫 번째 에피소드이다.

 

-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친구들과 어울리며 제대로 말하는 법을 배우고 말과 행동에 있어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기고 난 뒤부터 급격하게 더 친해지게 되었다. 아마 같이 등교하고 같이 하교하고 모든 학원을 같이 다니고 집까지 같이 갔으니... 365일 중 아마 350일, 24시간 내내 붙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함께 다녔으니 더 쉽게, 더 많이 친해지게 되었다. (물론 나의 기준이고, 바다와 여름이는 나와의 관계보다 둘과의 관계가 더 소중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많이 닮아갔다. 나는 타인을 조금 더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둘은 조금 더 시니컬해졌다. 아마 세상에 의해 많이 깎였다는 것 이상으로 서로 닮아갔던 것 같다. 나는 타인을 아끼는 마음이 가장 가운데 들어있던 돌맹이였는데 깎이고 깎여 그 모습이 드러났고, 두 친구는 시니컬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가운데에 들어있던 돌맹이였는데 치이고 치여 그 모습이 드러난 것이겠지.

 아마 이건 다시는 할 수 없을, 그 나이대만 가능한 타인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성장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후로 만난 사람들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더더욱 타인을 경계하고 옆에 두는 사람들을 검열하고 나만의 기준을 강화시키며 그저 서로를 인정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며 살게 되겠지. 어느정도의 내가 성립된 지금은 그저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정도로 치부하고 넘기면 되는 일일테니 말이다. 그러니 분명하게도 그 두 친구는 나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그리고 고마운 성장의 계기가 되어 주었다. 단 하나도 비슷한 곳이 없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서로 닮아가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나를 부단히도 참아준 두 친구에게 여전한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 친구들의 안녕을 바라는 것처럼, 여기까지 읽어준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안녕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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