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애틋한 마음

그대의 태양이 다 지고 없을 때 말없이 찾아가 꽃이 되겠네

2024.04.12 | 조회 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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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늦은 밤 퇴근길, 창밖으로 도로 아스팔트 포장 현장이 한창입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합니다. 모두가 잠든 밤이라고 다를 바 없지요. '모두가 잠든 밤' 같은 건 애초에 없었던 걸까요? 그것이 본래 원했던 일인지 아닌지 저는 잘 모릅니다. 그저 그들은 얻을 수 있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요. 여러분이 그러한 것처럼.

꽃 피고 지는 일은 매해, 매 계절. 시시각각으로 일어납니다. 어디 꽃만 그런가요? 세상 만물 모두 그런 삶의 주기를 가집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유난히 꽃에 애틋한 감정을 투영합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가 특별한 날 꽃 선물하는 이유는 꽃 한 송이 피우기까지 정말 수많은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요. 수많은 요인을 극복하거나 순응해야 했기에 네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겪은 수고와 고통 그리고 노력을 알고 있다는 뜻이지 않겠냐고요.

 

이 계절의 꽃이 아련한 건 아마 벚꽃의 영향이 크겠죠?
이 계절의 꽃이 아련한 건 아마 벚꽃의 영향이 크겠죠?

 

문득 꽃잎과 사람이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쳐 지나갈 땐 느끼지 못했던 여린 존재들. 흐드러지게 피어나더니 이내 떠나가는. 그리고 돌고 돌아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 그런 모습을요. 여러분은 어떤 꽃의 이파리를 떠올리셨나요? 꽃 아닌 사람 떠올린 분도 계실까요?

고요한 작업실에 가끔 꽃과 함께 지냅니다. 스스로 사놓는 일은 잘 없고 드물게 선물을 받아요. 이웃 꽃집 사장님이 불쑥 쥐여주시기도 하고요. 꽃과 지내는 시간은 대체로 3~4주인데, 혼자 지내는 공간에 생물과 머무르면 그건 그것대로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물을 갈아주며 하루하루 모습을 살펴요. 아마 정성과 비슷한 개념이겠죠?

 

이웃 꽃집 사장님이 제게 빌린 물건 돌려주러 오셨는데, 제가 기계실에서 작업하고 있으니 조용히 앞치마에 꽃 꽂아놓고 가신 거 있죠. 이 풍경 보니 문득 사막에 핀 꽃 같아서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이 사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니 지인께서 MBTI 중간에 NF 냐고 묻더라고요? 정확해서 화들짝...
이웃 꽃집 사장님이 제게 빌린 물건 돌려주러 오셨는데, 제가 기계실에서 작업하고 있으니 조용히 앞치마에 꽃 꽂아놓고 가신 거 있죠. 이 풍경 보니 문득 사막에 핀 꽃 같아서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이 사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니 지인께서 MBTI 중간에 NF 냐고 묻더라고요? 정확해서 화들짝...

 

가끔 꽃에 안부를 건네기도 합니다. 간밤에 별일 없었냐고요. 저는 꽃을 집 지키는 댕댕이처럼 생각했던 걸까요? 그렇다고 아주 다를 건 또 뭔가요? 살아 숨 쉬는 것이 주는 안도와 위안은 다를 것 없으니까요.

 

그림 그리는 친구가 슥슥 그려준 그림과 선물해준 꽃
그림 그리는 친구가 슥슥 그려준 그림과 선물해준 꽃

 

꽃잎 지면 짙푸른 녹음 마주하겠지요. 그 또한 반가운 인연입니다. 어린 시절, 더위 많이 타는 탓에 괴롭기만 했던 여름을 이제는 좋아해요. 아마 지하에서 공방 꾸리며 체질이 달라진 이유가 클 거예요.

여름은 사물의 채도가 진해져 또렷하고 선명해요. (뼛속까지 문과인 관계로 과학적으로 입증하라는 말씀은 거둬주세요!) 사물뿐 아니라 사람도 짙게 와닿아요. 활동성이 커진 까닭인지, 겨우내 잔뜩 웅크리고 있던 몸의 신경이 늘어진 까닭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꽃 져서 아쉬운 마음보다는요. 기뻤던 순간을 떠올리기로 합니다. 그렇게 또 만나겠지요!

이승환의 '꽃'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오늘 메일의 부재가 노랫말이에요. 말간 날 들판에 앉으시걸랑 들어보셔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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