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타트업 생태계는 대기업이 주도?

2024.10.07 | 조회 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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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Insight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보내드립니다.

일본에는 몇개의 CVC가 있을까요?

일본 벤처캐피탈 협회인 JVCA 자료에 따르면, JVCA에 등록되어 있는 CVC는 무려 123개 입니다. CVC가 아닌 VC가 160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략 일본 전체 VC 중 40~50%가 CVC인 것입니다.

그리고 주목할 점은 10년전에 등록되어 있는 CVC는 단 6개였는데요, 10년동안 20배가 넘게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에 CVC가 아닌 VC는 약 3배가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10년간 CVC가 정말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 벤처캐피탈 추이(출처: JVCA)
일본 벤처캐피탈 추이(출처: JVCA)

CVC를 조금 더 넓게 보면, 아직 펀드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직접 투자를 하는 대기업도 있는데요. 이에 대한 숫자까지 포함하면 압도적인 규모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총 980개의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였으며, 이는 VC의 숫자와 비교하면 5배를 넘는 수준입니다.

투자자수의 타입별 추이 (출처: INITIAL)
투자자수의 타입별 추이 (출처: INITIAL)

실제로, 투자 금액 기준으로도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서 CVC를 포함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합니다.

2023년 기준으로, 일본 스타트업 투자는 약 8,181억엔이 이루어졌고, 이중에서 대기업이 직접 투자한 금액은 약 2,049억엔, 그리고 CVC가 투자한 금액은 316억엔으로 총 2,365억엔이었습니다. 전체 시장의 약 30%가 대기업의 직접 투자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투자자의 타입별 투자액 (출처: INITIAL)
투자자의 타입별 투자액 (출처: INITIAL)
VC 타입별 투자액 (출처: INITIAL)
VC 타입별 투자액 (출처: INITIAL)

여기에 VC가 보유한 펀드에도 상당 부분 대기업이 LP 출자를 하는 간접 투자 부분까지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일본 벤처 펀드의 LP 구성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8% 입니다. 미국의 경우 대기업이 11%인 것을 고려하면 약 3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대기업의 직접투자, 그리고 VC 펀드의 LP 출자를 통한 간접 투자까지 포함하면, 대기업 자금으로 투자된 규모는 일본 스타트업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으로 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LP 출자자 구성 (출처: 일본 내각부)
미국과 일본의 LP 출자자 구성 (출처: 일본 내각부)

일본 대기업은 왜 이렇게 스타트업 투자를 많이 하게 된 것일까요?

일본의 투자자 트렌드를 보면, 2015년쯤부터 독립계 VC가 활발해지기 시작하였고, 2017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향하는 대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일본 벤처캐피탈의 변화 (출처: JVCA)
일본 벤처캐피탈의 변화 (출처: JVCA)

일본 대기업이 CVC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First CVC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이 재무적인 리턴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전략적 리턴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 CVC의 운영목적 (출처: First CVC)
일본 CVC의 운영목적 (출처: First CVC)

전략적 투자라는 부분이 상당히 포괄적이기 때문에, 이를 조금 더 디테일하게 나누어 보면, 신규 사업을 확립하기 위하여 주변 영역에 시딩하는 목적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이외에는 스타트업 서비스와의 제휴를 통해 기존 사업을 강화하거나, 경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과 초기 단계에서부터 연계를 하는 목적이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CVC의 전략적 투자목적 이유 (출처: PwC Japan)
CVC의 전략적 투자목적 이유 (출처: PwC Japan)

90% 이상의 CVC가 펀드의 재무적인 리턴 확보를 위하여, 투자 할때의 정량적 기준을 KPI로 설정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해당 정량적 기준을 만족시키는 투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절반 이상의 펀드가 기준을 만족시키는 포트폴리오가 10% 미만). 전략적 목적이 강한 CVC의 특성 상, EXIT에 대한 IRR 등의 지표 보다는 사업 제휴 등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정량 기준을 만족시키는 포트폴리오 비율 (출처: PwC Japan)
정량 기준을 만족시키는 포트폴리오 비율 (출처: PwC Japan)

그리고 또 한가지, 일본 대기업이 펀드 조성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에는, 유보금이 사상 최대로 확대되고 있는 점도 있습니다. 특히나 최근의 엔화 약세 등의 이유로 일본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사상 최대이고, 유보금 또한 500조엔을 넘어서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본 상장기업의 순이익 및 유보금 추이
일본 상장기업의 순이익 및 유보금 추이

이렇게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직접 사내에서의 혁신을 통한 제품 개발 투자 등도 충분한 옵션이 될수 있지만 '이노베이션의 딜레마' , 즉 '대기업은 기존 제품과 고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파괴적인 혁신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라는 것처럼, 사내에만 의존하기보다 외부와의 연계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일본 CVC들은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결론적으로는 한국과 비교하였을 때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펀드도 운용하고, 투자 이후에 지원을 하거나 M&A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다른 점이 있다라고 하면, 아래 두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1. 펀드를 직접 운용하지 않고, 외부 VC에게 위임하는 모델

PwC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에서 CVC를 운용할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뽑는 것은, 첫번째로 좋은 투자조건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자신이 없는점, 그리고 좋은 스타트업을 찾기가 어려운점, 투자 리턴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점 등이 있었습니다. 즉, 전략적 투자 이외에 재무적 투자 관점에서의 부분에 대해 어려움이 있습니다.

CVC 운용시의 어려움 (출처: PwC Japan)
CVC 운용시의 어려움 (출처: PwC Japan)

또한, 일본의 많은 대기업의 경우 종합직 직군이 많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부서를 이동하게 되고, 보통 만기가 10년인 벤처 펀드의 특성 상, 10년간 펀드의 퍼포먼스를 책임지는 사람을 두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계 VC와 Co-GP의 형태를 하거나 GP 업무를 아예 외부의 VC에 위임하는 대기업들이 확대되고 있으며 일본 주요 VC인 Global Brain과 SBI Investment가 각각 약 20개의 일본 대기업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2.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상장시키는 스윙바이 IPO 모델

스윙바이 IPO는 Soracom이라는 스타트업이 일본 주요 통신회사인 KDDI에게 2017년에 인수된 이후 (지분 58% 인수), 7년 동안 더욱 성장하여, 최근 상장을 하며 화제가 되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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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acom은 IoT 디바이스용 SIM을 판매하는 곳으로, 통신회사와의 사업제휴에 대한 시너지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또한 인수된 이후 사업 외적인 부분에서도, 재무 등의 회사 운영에 대해서 KDDI의 지원을 받으며, 비지니스에만 보다 집중을 할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인수 이후에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스윙바이는 우주선이 적은 동력으로 먼 거리를 항해하기 위하여 다른 자연 천체의 중력을 이용하는 가속 방법을 말하는 용어로서,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자회사가 되었다가 대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여 상장하는 모델을 말합니다.

그 이외의 사례로는 패션 대기업인 Zozo에 인수되었다가, 최근에 상장을 한 Yutori의 사례도 있으며, 아직 상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Folio (SBI 그룹), Dely (Z Holdings) 등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많은 일본 CVC는 스타트업과의 제휴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을까요?

작년에 INITIAL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0%의 CVC가 최근 5년간 스타트업과의 제휴를 통한 서비스 런칭이 10건 이하였으며, M&A에 대한 건수도 대부분이 0건 이었습니다.

과거 5년간 스타트업과의 제휴를 통한 서비스 건수 (출처: INITIAL)
과거 5년간 스타트업과의 제휴를 통한 서비스 건수 (출처: INITIAL)
과거 5년간 스타트업 M&A 건수 (출처: INITIAL)
과거 5년간 스타트업 M&A 건수 (출처: INITIAL)

대기업과 스타트업간의 제휴가 일본에서도 쉽지는 않은 과제인 것 같습니다. 투자 이후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책으로는 사업부에 대한 소개, 고객에 대한 소개, 마케팅 지원 등 어떻게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의 매출 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지만 어려운 과제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투자 이후 CVC의 지원 항목 (출처: First CVC)
투자 이후 CVC의 지원 항목 (출처: First CVC)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더 스타트업들에게 친화적인 곳들은 어떠한 곳들이 있을까요.

일본 경제인단체연합회(케이단렌)에서 2022년부터 일본 약 20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2023년에는 아래 기업들이 선정되었습니다.

  • 1위: KDDI (통신사)
  • 2위: Dentsu (광고)
  • 3위: DeNA (게임/IT)
  • 4위: BIPROGY (IT 솔루션)
  • 5위: 미츠비시 지쇼 (부동산)
  • 6위: TOPPAN (인쇄)
  • 7위: 미츠비시 UFJ (은행)
  • 8위: 일본생명보험 (보험)
  • 9위: 도쿄해상 (보험)
  • 10위: ANA (항공)

특히, KDDI는 2년 연속 1위로 선정되었는데요, 한국에서도 채널코퍼레이션, 올거나이즈, 와이낫미디어, 모드하우스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일본 사업에 대한 제휴도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위 10개 대기업은 한국 스타트업 분들에게도 향후 일본 대기업과의 제휴를 고민하실 때 제휴하는 기업으로서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일본의 CVC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작년에도 11개의 CVC가 설립되었으며, 위에서 언급한 막대한 유보금으로 인해 당분간 이러한 트렌드는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Nikkei의 조사에 따르면, 42%의 CVC가 작년 대비 올해 투자를 더 늘린다고 답하여 작년 조사 때인 26% 보다 16% 포인트가 확대되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에서도 이러한 트렌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최근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주식을 취득할 때 투자액의 25%를 법인세에서 공제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을 더욱 확대하여, 신주 취득 이외에도 세컨더리까지도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M&A 할때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 될 것 같습니다.

반면에 투자로 인한 자금 지원 이외에, 사업 제휴 등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성장에 도움을 주는 사례도 계속 나올지는, 아직 일본 CVC 시장의 과제로 보이며 이에 대한 귀추도 주목됩니다.

재팬 인사이트 뉴스레터에서는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 현지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4명이 각자의 관심분야를 공유드리려고 하며, 저희도 더욱 공부하고 성장하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KH: 일본 VC 관점에서의 스타트업 시장, 투자, IPO 시장에 대해
  • KU: 일본 스타트업 업계 뉴스의 소개와 배경소개,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내부 이야기
  • YJ: 일본시장의 이해, 해외법인 매니지먼트, 브랜딩, 비즈니스 프로세스
  • SA: 일본 채용, 일본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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