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발송으로 11시 50분을 맞춰두었는데 자꾸 오류가 떠서 메일이 발송 안 되는 현상이 나타나네요... 마감 맞춰서 썼는데 억울해져서 덧붙입니다🥲 휴무 아닙니다...
저녁 7시에 예약발송을 마친 사람 올림
여행을 가면 모름지기 계획을 세워야 하기 마련이다. 특히 기간이 짧을수록 계획은 더욱 촘촘해진다. 짧은 시간 내에 고효율을 올리기 위한 투쟁이다. 바쁜 일상 중 며칠을 짬내어 다녀온 여행에 더 많은 의미를 찾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나 역시 여행 할 때마다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계획적인 J 유형에 버금갈 정도는 아닐지라도, 나름 엑셀을 켠다. 특히 동선의 효율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기다리는 걸 싫어한다. (버스 기다리는 거 질색! 차라리 걷는 게 낫다!)
하지만 한 달 살기를 하러 갈 때는 그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물론 가고 싶은 장소를 카카오맵에 표시해두긴 했지만, 며칠날 어떻게 갈지, 코스는 어떻게 짤지에 대한 루트는 없었다. 모든 건 당일 FEEL에 따라 결정이 됐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짧게 동네 산책을 하고, 날씨가 안 좋으면 집에만 있는다. 특히나 제주도의 날씨는 변덕적이기 때문에 당일에 확인해야 한다. 전날에 비가 온다고 해놓고서 여행 온 날 중에 가장 해 쨍쨍한 날씨로 확 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살기를 하면 어떤 식으로 여행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루틴을 가지고서 한 달의 생활을 지속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고자 한다. 물론 나만의 개인적인 루틴이라는 사실. 그마저도 매일 지키진 않지만... 나의 이상적인 루틴이다.
나의 아침 루틴
초반에는 7시 기상하기 챌린지를 했는데, 요즘은 아예 알람을 끄고 자고 있다. 자연스럽게 눈을 뜨면 대략 9시다. 운이 좋으면 8시 반일 때도 있다. 밤에 할 일이 없어 자정부터 침대에 누워서 덩달아 기상시간도 앞당겨진 듯하다. 아직 바로 벌떡 일어나는 습관은 들이지 못했다. 전 날에 올라온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훑어보고, 오늘 요일치의 웹툰을 정주행하고, 유튜브로 볼 거 없나 훑으면서 정신을 깬다. 가장 중요한 건 오늘의 날씨이다. 오늘은 흐리다가 오후 1시부터 날씨가 갠다고 한다. 그러면 1시 이후에 천천히 나가야지, 하고 일단 시간을 정한다.
혼자서 살면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매우 무겁다. 휴대폰의 늪에서 빠질 무렵에 정신을 깨울만한 주술을 부려야 한다. 가장 간단한 건 음악이다. 숙소에 있는 텔레비전이 유튜브와 연결이 되어서 좋다. 유튜브로 아침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텔레비전과 연결하면 블루투스 스피커마냥 온 집안에 생기로운 음악이 흐른다.
간단한 루틴 :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물 한 잔 마셔주고, 이불도 정리해준다. 저녁에 방청소를 하는 건 도저히 무리더라. 저녁에는 워낙 할 게 많기도 하고, 집안일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지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아침의 힘을 빌려서 널브러진 쓰레기를 치우고, 어제 저녁에 못한 설거지를 한다.
아침일기 : "긍정의 힘이 중요해요!"라는 말을 유튜브에서 누누이 듣고 있기 때문에 아침일기를 시작했다. 20년 7월부터 시작했으니 꽤 오래된 습관이다. (꾸준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의욕에 넘쳐서 여러가지를 했다. 확언도 하고, 감사일기도 하고, 아침 컨디션도 쓰고... 점점 줄여가더니 '아침 컨디션 및 생각'과 '일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 이 두 가지만 쓰고 있다. 목표를 쓰는 건 좋은 일이다. 안 그러면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오늘 일정 확인 : 이때 오늘의 제주 계획을 세운다. 가장 가고 싶은 곳을 설정한다. 오늘은 저녁에 '고등어쌈밥'을 포장해서 먹기로 했다. 근처에 마침 성산일출봉이 있으니 또 가기로 했다. 그다음 '혼카페'가 가능할 법한 카페를 찾는다. 사실 이게 가장 수고롭다. 대형 카페나, 웨이팅이 있을 법한 카페는 혼자 있기 눈치가 보인다. 게다가 사람들의 대화소리로 시끄러우면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독서와 필사 : 나름 글을 쓰러 제주도에 간 사람인만큼 독서와 필사도 아침 루틴에 넣었다. 그런데 정작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 참고로 오늘도 못 할 예정이다. 이게 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걸까?
본격적인 여행 시작
식사에 대한 철칙 : 오늘은 점심을 알리오올리오로 간단하게 차려먹었다. 베이컨에서 신 맛이 났다. 유통기한이 지났나? 보는데 이틀이나 남았다. 아마도 남은 알리오올리오 소스(시판)에서 난 맛인 거 같다. 개봉하고서 열흘 넘게 둬서 그런가보다. 아니면 내가 조절을 잘못했나... 보통 점심을 나가서 먹고, 저녁을 집에서 해먹곤 한다. 오늘은 저녁에 '고등어쌈밥'(중요하니까 굵은 글씨 처리)을 포장해서 먹을 거니까 점심을 해먹었다. 식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한 나의 철칙이다. 대신 그 한 끼에 대한 돈은 아끼지 않기로 했다. 여행에서 먹는 건 중요하니까.
버스 루트 확인 : 제주도는 버스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동쪽 다니는 버스인 201번은 그래도 20분마다 한 대씩 오는 편이다. 하지만 버스정류장까지 왔는데 20분을 기다리라고 하면 충격적일 테니까 최대한 버스 시간에 맞춰서 나가는 편이다. 제주도의 버스를 무시하면 안 된다. 꼭 나가기 전에 카카오맵 확인!
여행 루트 : 여행 루트는 대체적으로 이렇게 짠다. 점심 - 자연관광지 - 카페이다. 이 중간에 기념품샵이나 독립서점이 낄 때도 있다. 날이 좋은 날은 자연을 보려고 한다. 제주도에서 날이 좋은 날은 얼마 없기 때문에 이 시간을 최대한 즐기고자 하는 거다. 한 달이나 있으니 무리해서 놀 필요는 없다. 맛있는 밥과, 아름다운 자연과, 조용한 카페. 삼박자가 맞으면 그날 여행은 성공한 거다.
오늘은 성산일출봉 무료 관람 루트를 갔다. 성산일출봉 절벽 아래 해변을 둘러보는 코스다. 투명한 물 아래로 파란 식물들이 너울거렸다. 오늘의 감상 포인트는 물 아래로 비치는 그림자였다. 물에 둥둥 떠다니는 산호초 조각, 먼지들이 물 아래서 그림자가 되어 헤엄치고 있었다.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사람들의 소리였다. 오늘따라 사람들이 많았는데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각자마다의 인생이 얼핏 보였다. 나중에 이 사람들의 대화를 가지고 제주 한 잔 한 편을 쓰려고 한다. 우선 오늘 들었던 것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제가 오늘 연차인데요..." 얼마나 고달픈 회사원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집으로 돌아오면 여행은 끝난다. 저녁 루틴은 다른 편으로 만들고자 한다. 제주도 저녁을 보내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이기도 하니까. 일몰 전인 6시에 집에 들어와 취침 시간인 자정까지 무얼 하면서 시간을 때울 수 있을지 알려주고자 한다.
나는 이제 고등어쌈밥을 먹으러 간다! 그것도 한라산 소주와 함께! 술을 마시고 절대로 쓸 수 없을 거 같아서 엄청 일찍 써버렸다. 이게 바로 토끼 같은 고등어쌈밥의 힘인 걸까? 오늘의 여행도 나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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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
고등어쌈밥 맛있겠어요! 잘 드시고 오셨나요~~ 저 카페 수마의 사진에 있는 베이커리류는 스콘처럼 보이는데 맞나요? 맛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오늘은 루틴을 설명해주셔서 그런가, 작가님의 하루가 눈에 그린듯 보이는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작가님 상당히 j 같으신데요? ㅋㅋㅋㅋ 오늘다 잘 읽었어요~!
제주 한 잔
저 스콘은 생크림스콘인데, 담백한 스콘에 설탕이 묻어 있어서 적당히 달고 너무 맛있었어요... 진짜 강추입니다. J랑 P의 차이는 계획을 세우고 그걸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 참고로 오늘은 저 루틴 안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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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물
역시 잘 먹고 다녀야 행복해 ㅎㅎ 작가님이 행복했다니 저도 행복해요
제주 한 잔
ㅎㅎㅎㅎ하물님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나요..? 괜시리 근황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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