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얼마 주면 먹을 수 있어요?

2026.0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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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리어카 떡볶이를 닮은 떡볶이
기억 속 리어카 떡볶이를 닮은 떡볶이

대학생 시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리어카 떡볶이 집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조부장 떡볶이’였다. 딱 회사 부장님처럼 생긴, 네모난 안경을 쓴 아저씨가 진한 고추장 양념의 길쭉한 가래떡 떡볶이를 팔았다.

 

그 시절 대부분의 떡볶이가 주황빛 밀떡이었지만, 그 집은 빨갛고 쫀득한 쌀떡이었다. 떡볶이는 양념이 속까지 잘 배어 있었다. 가래떡 하나에 천 원. 겨울 저녁, 그 리어카 앞을 그냥 지나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날도 나는 떡볶이를 주문하고 리어카 옆쪽에 서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다가왔다. 키는 꽤 컸고, 행색은 초라했으며, 어딘가 돌발 행동을 할 것 같은 기운을 풍겼다. 그는 눈짓으로 떡볶이를 가리키며 조부장에게 물었다.

 

"이거… 얼마 주면 먹을 수 있어요?"

 

평소 씩씩하고 친절했던 조부장 아저씨는 순간 굳은 표정을 지었다. 복화술을 하듯 “천 원이요.”라고 말하는데, 팔기 싫은 기색이었다. 남자가 그냥 지나가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남자는 오른쪽 주머니에서 백 원짜리 동전을 한 움큼 꺼내 왼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동전들을 일렬로 세워가며 하나하나 세기 시작했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이럴까 싶어, 내가 대신 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나를 주목하고 쳐다볼까 봐 두려웠고, 혹여나 내 얼굴을 기억하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천 원으로 무슨 거창한 호의라도 베푸는 것처럼 보일까 봐 민망하기도 했다. 몰래 조부장에게 천 원을 건넬 수도 없었다. 어쨌든 마음이 무척 불편했다.

 

내가 망설이는 사이, 그는 결국 백 원짜리 동전 열 개를 내밀었고, 조부장은 마지못해 떡볶이를 건넸다. 그가 떡볶이를 허겁지겁 먹었는지, 천천히 음미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얼마나 떡볶이를 간절히 원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의 눈에 띄지 않고 대신 내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그 순간만큼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는 “떡볶이 얼마예요?“가 아니라 

“이거... 얼마 주면 먹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직도 그 말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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