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다.
그런데 엄마만큼 편한 사람도 없다. 엄마, 나, 아이, 이렇게 가장 편한 쓰리 콤보 구성으로 며칠 전 나는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3박 4일의 짧은 여행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외출하기 싫다는 아이는 숙소에 두고 엄마와 둘이 카페에 갔다. 커피를 마시려는데 엄마가 말했다.
어제저녁에 공황이 왔어.
내가 식탁에서 책을 읽고 있었을 때 엄마는 한 20분 정도 그 상태였다고 했다. 나는 전혀 몰랐다.
엄마가 공황 장애가 있어?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죽을 것 같아서 나한테 말을 할까 하다가 다행히 조금 뒤 안정이 되길래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얼굴이 달아올라 거울을 보려 했지만 거울을 보면 귀신이 있을 것 같아서 보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내가 이렇게 일찍 죽을 건데 얼마 전에 뭐 하러 도자기를 샀지, 라는 생각도 했단다.
엄마, 건강검진 받고 있지?
엄마는 엊그제 칠순이었다. 그런데 근 5년 동안 검진을 안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요즘 추운 데 나가면 심장 조이는 느낌이 나.
왜 검진을 안 받았냐고 엄마를 몰아붙였다. 계속 안 가다 보니 이제는 가면 뭐가 나올 것 같아서 무서워서 더 못 가겠다나. 그러면서 나한테 스트레스 받으니까 그만하라고 했다.
더 이상 무거운 것도 척척 들고 에너지 넘치던 엄마가 아니었다. 엄마도 무너질 수 있었다. 엄마가 칠순인데도, 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을까. 엄마는 성당에 가고, 마트에 가고, 밥을 하고. 그렇게 계속 있을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집에 돌아온 날 밤 나는 꿈을 꿨다. 꿈에서 엄마가 내 잠옷을 들고 앞장서서 걸어가는데 뭔가 이상해 보여서 가까이 다가갔다. 엄마가 내 잠옷에 붙은 불을 맨손으로 꺼서 피부가 벌겋게 까져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고 속이 터질 것 같아서 소리쳤다.
그깟 잠옷 버리면 되는데 그걸 왜 맨손으로 꺼!
엄마를 집에 데리고 가서 찬물로 화상 부위를 식혀야겠다고 생각하고 엄마를 다시 봤는데 엄마 머리가 파란색 종이 같은 걸로 둘러싸매져 있었다. 엄마는 머리도 다친 상태였다. 그런데 그걸 병원에 가서 제대로 치료받지도 않고 임시로 아무렇게나 둘러놓은 거였다. 나는 결국 통곡을 하고 말았다.
엄마를 좋아하고 말고는 애초에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엄마 위에 선 채로 살고 있었다. 엄마가 흔들리자 나도 흔들렸다. 나는 엄마를 잃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병원이 열리자마자 전화를 걸어 엄마의 진료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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