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지온서가 편집장입니다.
지난주 교토 목욕탕의 '통 큰 결단' 소식, 즐겁게 읽으셨나요? 오늘은 목욕탕 문을 열고 나와 교토 거리를 함께 걸어보려 합니다. 그런데 걷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조금 이상한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갈색 맥도날드와 무채색 편의점"
세계 어디를 가도 멀리서부터 "나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는 맥도날드의 강렬한 빨간색 간판. 그런데 교토에서는 이 빨간색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대신 차분한 갈색이나 무채색을 입은 맥도날드와 편의점들이 우리를 반기죠. 유니클로도, 세븐일레븐도 이곳에선 약속이라도 한 듯 채도를 한껏 낮췄습니다.
도시의 주인공은 '나'가 아닌 '풍경'
이 낯설고도 차분한 풍경 뒤에는 교토시의 엄격한 '경관 조례'가 있습니다. 천 년 고도의 역사적인 미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기업들에게 "가장 튀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죠.
처음엔 브랜드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겠지만, 이제 이 무채색 간판들은 교토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배려가 되었습니다. 나를 돋보이게 하기보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선택한 간판들. 어쩌면 이 도시가 천 년을 버텨온 비결은 바로 이런 '양보'에 있는 게 아닐까요?
여행자를 위한 팁
교토를 여행하신다면 익숙한 브랜드의 로고가 어떤 색으로 변해 있는지 보물찾기하듯 찾아보세요. 화려한 원색보다 낮은 채도의 간판이 주는 마음 편안한 풍경, 그게 바로 진짜 교토의 속살이니까요.
💡 지온의 한 마디
가장 빛나고 싶은 순간에 오히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주변의 색에 나를 맞추는 마음. 내 주장만 앞세우느라 주변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살았던 건 아닌지, 갈색 맥도날드 간판 앞에서 잠시 발을 멈춰 봅니다.
지혜로운 온기를 담아,
지온서가 편집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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