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설계도

[ 2분생각 ]악마의 설계도 :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어요

1-3 그녀를 위해 안전하게 보호할 유리의 성을 만들었어요.

2025.05.25 | 조회 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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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poetry

문밖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다양한 스팩트럼의 지식을 나눠요.

빛과 어둠은 그 역할이 있다.
빛과 어둠은 그 역할이 있다.

개입과 계획적 구성, 내가 원하는대로 구성된 푸른수염의 성

《악마의 설계도》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선택과 감정이 어떻게 설계되고 유도되는 구조 안에 놓여 있는지 조용히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넷플릭스의 미드시리즈 너의 모든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봅니다. 《너의 모든 것(You)》이라는 시리즈를 보고 스토킹 스릴러로 여겼어요. 하지만 시즌 초반 몇 화를 보고 저는 조금 이상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조는 뉴욕의 한 서점에서 벡을 처음 만납니다. 말투는 부드럽고, 눈빛엔 특별한 감정이 담겨 있진 않았습니다. 그저 예쁘고 꿈 많은 사람이였죠. 그런데 그 짧은 인연을 시작으로, 조는 그녀에 대해 아주 빠르게 많은 것들을 알아냅니다. 이름, SNS 계정, 팔로우한 사람, 업로드 시간, 댓글의 말투, 사진의 분위기. 그리고 어느 순간, 조의 내면의 소리가 말했죠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는 본인이 원하는 인물의 정보를 본인이 호감을 느낀다는 이유로 포장해 위험하게 수집하고 자료를 기반으로 잘짜여진 자신만의 성에 가둡니다.
시즌1) 너의 모든것 
첨부 이미지

조가 하는 일은 감시이고, 개입이며, 계획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익숙한 행동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기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속의 흔적을 뒤쫓습니다.

그 사람이 취향, 어떤 말투를 쓰고, 어떤 사람과 자주 어울리는지를 사진 속, 글 속, 피드 사이에서 읽어냅니다.

그건 애정의 한 방식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알고 싶고, 가까워지고 싶고,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

하지만 《너의 모든 것》은 그런 이해가 얼마나 쉽게 ‘구성’으로 바뀌는지를 보여줍니다.

조는 그녀의 외로움을 먼저 예측하고, 그녀가 필요로 할 시점에 '우연히' 등장합니다.

대화를 건네고, 친절을 베풀고, 감정을 교환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은 조가 이전에 구성한 시나리오 위의 연출이였죠.

그는 그녀가  어떤사람인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자신이 해석한 그녀의 모습에 호감을 느꼈어요.

 

어쩐지 내가 원하는 것을 맞는 판단이라고 강요하는 모습을 스스로에게서 느끼기도 한 것 같아요.

강도는 다르지만 방향과 느낌이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지점에서 한번쯤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 감정인지, 아니면 이미 누군가 또는 내가 만들어놓은 틀 속에서 발생한 반응에 불과한 건지요.

 


첨부 이미지

조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을지모릅니다.

그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구성한 그녀의 형태를 사랑했을 뿐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는, 정말 아무런 연관이 없을까요?

조의 방식은 어쩌면  무심코 스크롤하며 누르고, 저장하고, 구글링하고, 지켜보는 방식을 가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궁금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를 해석하고, 판단하고, 구성합니다.

애정, 이해라는 의미로 포장된 행동들이

사실은 타인의 실체가 아닌 내 안의 기준과 기대를 투사하는 일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편에서 조의 유리의 성에 갇힌 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벡.

타인이 원하는 삶과 스스로 얻고자 하는 삶이 달랐던 그녀는

친구들이나 가족들과의 관계, 

그 안에서 상처 입히며 스스로를 내몰았고 그녀는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몰랐어요.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을 분석하고 바른길로 갈 수 있게 살인까지 마다않는

나만의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났지만, 어느순간 그녀의 모든 것을 잠식 한 후 

나의 모든 것을 소유하려고 해요.

나를 위한 것에 나의 주도권은 없는 채로 푸른 불길에 사로잡히는 벡.

그녀가 유리의 성에 갇혀

그녀의 삶을 돌아보며 쓴 비망록 같은 글을 남겨봅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지? 넌 동화 속에 숨었었지 마치 이불 속처럼 하지만 네가 좋아한건 차가움이었어 푸른 수염 부인들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느낀 날카로운 전율과 백마 탄 왕자님이 네 작은 발에 신긴 유리 구두 한 짝이 딱 맞았을 때 돋은 닭살 말이야 하지만 운동장 근처 가을바람에 넌 진짜 공주들을 지나쳤어 너와 부잣집 여자애들의 격차를 보고 동화를 믿지 않기로 맹세했지 하지만 동화는 너를 독처럼 잠식해갔어 백마 탄 왕자님이 진짜라 널 구해준다면 모든 부당함에서 구원받았을 텐데 그는 언제 올까? 답은 수없이 스친 잔인한 냉소 속에 스티비 스미스가 뚱뚱한 년이라 놀리며 지은 조소에 추수감사절 부엌에서 네 엉덩이를 쥔 제프 삼촌의 손에 그 일을 아빠한테 말했을 때 아빠가 보인 비난의 눈빛에 있었어 남자인 척하는 남자애를 네 몸, 네 마음에 들일 때마다 야수가 왕자가 되는 마법 따위는 없다는 걸 배웠지 볼 때마다 화나는 여자애들에 둘러싸여서 그 애들의 힘을 빌리려는 너 자신을 혐오했고 그럴수록 넌 더 작아졌지 그러다 사라져버릴까 생각하던 바로 그때 그가 널 본 거야 지나치게 완벽해서 말도 안된단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스스로를 휩쓸려 가게 뒀지 널 처음 들어 올릴 만큼 강한 사람이었으니까 이제 그의 성안에서 넌 이해하게 됐어 백마 탄 왕자님과 푸른 수염은 같은 사람이라는 걸 둘 다 사랑하지 않으면 행복한 결말도 없다는 걸 네가 원하던 바잖아 사랑받고 싶었잖아 여왕이 되고 싶었잖아 네가 바라던 바 아냐? 네가 바라던 바잖아 네가 바라던 바 아니냐고 이대로 살 수 있다고 말해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사랑을 못 돌려주면 어쩌지? 너의 모든 것 시즌 1 그가 만든 벡의 성에서 써내려간 작품. 푸른 수염의 성 ​

 


KYE INSIGHT

SNS는 연결을 유도합니다. 누군가의 일상과 표정, 말투, 감정까지도 아주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감정을 구성할 수 있는 데이터를 조용히 손에 쥐여줍니다. 우리는 피드를 넘기며 그 사람을 ‘이해했다’고 말합니다.

좋아요를 누른 게시물 몇 개, 짧은 글귀, 스토리 속 음악, 사진 속 배경, 시간대. 그 모든 단서를 조합해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일 거야”라는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판단을 우리는 ‘합리적’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그 합리성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내가 만들어낸 감정의 구조일지도 모릅니다.

한 번쯤 생각해봅니다.

내가 주었던 일상의 공유가, 잘못된 영향을 끼친 적은 없었을까.

진심이라고 믿었던 그 감정이, 사실은 내가 만든 서사의 결과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

 악의로 출발하지는 않더라도, 결론의 방향은 결국 나를 향하여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분석 가능한 시대

인공지능은 내가 어떤 감정에 오래 머무는지, 어떤 강도의 자극에 더 반응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강한 자극으로 나를 유도할 준비가 되어 있죠.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콘텐츠, 빠져든 이야기, 반복해서 보고 있는 감정선이 정말 내 취향에서 출발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알고리즘이 설계한 감정 흐름에 편안히 순응한 결과였는지, 이제는 구별이 모호해집니다. 내가 판단하고 있다고 믿는 그 감정의 기원조차 어쩌면 외부에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정보가 온라인 어딘가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은 더 큰 불안감을 남깁니다.

내가 어떤 감정을 자주 느끼는지, 어떤 이야기 구조에 쉽게 몰입하는지, 어떤 말투에 감정이 흔들리는지 와 같은 모든 정서는 내가 인식하지 못한 채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고리즘은 그 흔적을 추적하고, 정교하게 나를 구성합니다.

추천이 아니라, 감정 설계의 외주화에 가깝습니다.

 

이제는 감정을 느끼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

감정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지막 시즌, 여운이 크게 남는 멋진 마무리. 너의 모든 것

나에게 묻는 연습

 

드라마 《너의 모든 것》은 잘못된 사랑이 도달할 수 있는 수많은 결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건,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만들어낸 의도와 구조일지도 모릅니다.

《악마의 설계도》가 이번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한 걸까. 

 아니면, 내가 원하는 관계의 형태를 너라는 사람 위에 덧씌운 것일까.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정말 ‘너’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나 자신이 원하는 관계의 형태를 위해 ‘너’에게 기대를 투사한 것은 아닌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순수한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이해’라는 이름으로 상대에게 기대되는 행동을 규정하고,

그 행동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실망이나 분노로 바뀌었다면,

그건 정말 서로를 위한 감정이였을까요?

 


《악마의 설계도》는 감정이 조용히 설계되는 시대 안에서, 나의 감각을 회복하기 위한 작은 멈춤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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