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의 끝에서 조잘조잘을 바라보며

2023.12.29 | 조회 1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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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올해의 마지막 편지를 부칩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마지막 편지에 어떤 말을 쓸 지 잠시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영영 마지막 편지는 아니기에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올 한 해 조잘조잘은 한 가지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바로 휴재를 한 번도 안 했다는 것인데요. 빈 시간을 채워준 객원 필자들 덕분입니다.

사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서도 가끔은 글을 쓰기 귀찮을 때도 있었고,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골머리 앓은 적도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보내야지, 하다가 깜빡하고 오후 중에 다시 편지를 보내기도 했었고요. 실은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마지막 편지에는 어떤 말을 담아야 할 지,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하는 중입니다.

부담이 될 때도 많습니다. 행여나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겐 불쾌한, 또는 상처가 되는 글이 아닐지 재차 검열합니다. 글을 쓰면서도, 보내기 전에도, 보내고 난 후에도 몇 번씩 읽는 듯합니다. 가끔 구독 취소하시는 분이 계시면 그날 보낸 글을 다시 읽으면서 혹시 어떤 점 때문이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물론 요건 이제 멈췄습니다. 별 다른 이유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 제가 상상하는 범주 밖의 이유 때문일 수도 있는데 고민하는 게 썩 현명하지는 않아서요.

힘든 점은 또 있습니다. 과거의 제가 보낸 글인데도 현재와 생각이 달라졌다면 괜히 이 글에 담긴 내 생각이 '지금'의 내 생각인 마냥 읽힐까봐 겁나기도 합니다. 글이 무서운 점은 10년, 20년이 지나더라도 사람들은 내가 10년, 20년 전에 쓴 글로 나를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어느 작가의 최근 작품이 아니라 데뷔 작품으로 여전히 그의 생각과 문체를 기억하는 것처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고 싶습니다. 일단 재미있습니다. 이래나 저래나 제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기억보단 기록이 친숙한 저는 글을 쓰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또, 혼자만 보고 끝내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소통하기도 하고, 이 편지를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위안이 됩니다. 가끔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도, 편지함을 통해 인사를 전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 그런 구절이 나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구독자님께서 읽어주시기 때문에 편지로서 조잘조잘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은 구독자님께 보내는 편지인 한편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합니다. 언젠가의 제가 2023년에 쓴 글들을 다시 추억할 수 있도록, 이 당시의 감정과 기억을 오래오래 이어갈 수 있길 바라는 욕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솔직하게, 기왕이면 지금을 담아서 쓰려고 합니다.

그래서 조잘조잘을 내년에도 쭉 이어가려고 합니다. 실은 내후년에도 쭉 이어가려고 합니다. 아마 바쁠테죠. 대학원과 직장을 병행하는 삶에 대해서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득해져옵니다. 취미로 글을 쓸 여유가 있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벽에 걸어놓을 내년 목표 3가지 중에 하나를 글쓰기로 곧장 적어두었습니다. (나머지 두 개는 운동과 영어 공부입니다^.^)

제가 정말 평생을 사랑해 온, 그리고 아마 남은 생에서도 끝끝내 사랑하고 싶은 글을 다른 핑계로 관두는 날이 오지 않길 바랍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아니라, 밥을 먹고 양치를 하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라서 감히 않을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매일 쓰는 글이, 조잘조잘로 매일을 기록하길 바랍니다. 그 과정을 함께 해주셔서 구독자님께도 감사와 사랑을 담아 편지를 보냅니다.

올 한 해,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늘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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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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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정

    0
    10 months 전

    1년 동안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가님의 새해 목표도 꼭 이뤄지길 응원합니다!

    ㄴ 답글 (1)
  • 우럭

    0
    10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나무야

    0
    10 months 전

    "밥을 먹고 양치하는 것 처럼..." 매일 아침 함께, 내년에도 쭈욱~! 늘 고맙습니다.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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