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의 끝에서 올 한 해를 돌아보며

2023.12.28 | 조회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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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연말이면 늘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공사다망하게 제 삶에서 가장 변동이 많았던 1년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2023년을 돌아보니 좋았던 기억만 남습니다. 분명 출근길에 눈물을 줄줄 흘릴만큼 출근하기 싫었던 적도 있었고, 밤새면서 공부한 적도 몇날며칠이나 있었고, 안팎으로 괴로워서 제 삶에서 가장 불안정한 시간을 보낸 나날이었는데 말이죠. 물론 이전까지 지나치게 확신에 가득 찬 삶을 살아온 까닭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얻은 것들이 상당합니다. 가장 큰 것은 새로운 꿈과 목표들이 왕왕 생긴 것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몽상이고 좋게 말하면 이상인 것들을 품고 사는 것이 제게는 참 중요한데요, 오랜만에 가슴 뛰는 꿈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마냥 되고 싶은 직업도 생기고, 직업을 벗어나 하고 싶은 일도 생기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살아보고 싶은 나라도, 살고 싶은 집도, 해 보고 싶은 취미도, 이외에도 다양한 것들이요.

특히 하고 싶은 일이 여럿 생겼는데요. 좀더 어린 시절에 꾸던 꿈들은 기한이 정해진 일이었다면 요즘 바라는 미래는 기한이 없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평생할 수 있을 일입니다. 그런 일을 꿈꾸는 데 있어서 마음에 걸림이 없다는 것도 기분이 좋습니다.

오래 연락을 않던 사람들도 올해 많이 만났습니다. 언제봐도 즐거운 인연들은 시간이 많이 흐르고 만나도 기껍습니다.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는 친구들을 만나고 나니 저 역시 잘 살아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또 살아가며 누가 언제 어디서 만나자 해도 마음에 꺼릴 것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스갯소리로 어릴 때, 성공하지 않으면 동창회에 나가기 어렵다는 말들을 나누곤 했습니다. 요즘은 그 성공이 사회적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스스로 떳떳한가가 되게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반짝반짝하더라고요.

가족들이랑도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해외여행도 다녀왔지만 국내 여행도 올해만 네 곳은 다녀왔더라고요. 어머니도 저희 집에서 일주일 가량 사셨고, 아버지도 3주 동안 사시면서 부모님 각각이랑도 서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늘 느끼지만 가족은 제 삶에서 매우 큰 영역을 차지합니다.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 저지만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늘 제 가슴 한편에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제가 받은 행복을 또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요.

이번 연말에는 본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아버지께서 어제 전화하시다가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연말에 시간이 참 빨리 갔는데 너가 온 날부터는 느리게 가면 좋겠다고. 옆에서 그 말을 들으신 어머니는 진심이 안 느껴진다며 깔깔 웃으셨고 저도 덩달아 웃었지만 그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말을 녹음해 두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남아 이렇게 글로 따로 남겨둘 만큼이요.

이렇게 말을 하고나니 올해가 참 좋았던 것 같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고통스러운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울고불면서도 어떻게든 버텨냈기 때문에 이제는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고, 또 다음번에 비슷한 일들이 닥치더라도 마음을 덜 소진하면서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를 믿고요.

작년 말, 2023년 운세를 보러 갔을 때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길흉과 성패의 관점에서 보면, 내면은 흉이겠지만 외양은 성일 것이라고. 결국 이룬 것은 있지만 그 사이 마음은 괴로울 것이라고 미리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정말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가올 2024년이 어떤 해일지는 가늠이 안 됩니다. 집, 학업, 직업 등 벌써 제가 알고 있는 영역 3가지에서나 변동이 예정돼 있는데요.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는 만큼 또 새로운 부침이 있겠죠. 내년의 어느 날, 이 글을 다시 읽으면서 그때의 어려움 역시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감사한 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구독자님,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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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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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야

    0
    10 months 전

    아주 잠깐 돌아본 2023년은 늘 그렇듯 다사다난 했습니다. 다사다난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떠오르는 것을 보니 저 역시 만족할 만한 시간들이었나 봐요. 무엇보다 <조잘조잘> 구독이 올 한 해 즐거운 일 중 상위권일겁니다. ㅎㅎㅎ 고맙습니다. 내년도 잘 부탁드려요!(부담 팍팍ㅋㅋㅋ)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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