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늘은 외근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편지를 보냅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일로 만나는 건 늘 적당한 긴장감이 어립니다. 그 누구도 제게 그렇게 굴라고 강요한 적은 없지만, 제가 외부 미팅으로 만나는 분들은 대개 1n년차는 훌쩍 뛰어넘는데 제가 어느 정도 초반 대화를 이끌어야 하는 역할이다보니 어른인 척 하는데는 조금 능숙해진 듯합니다. 적어도 제 연차로 봐주시는 분들이 아무도 없다는 데서 능숙해진 게 맞다고 믿고 싶습니다..^^
말실수를 하거나 대화 주제에 맞지 않은 소재를 꺼낼까봐 긴장되는 거지 대화 자체는 즐겁습니다. 일이 아니었으면 만나기 어려운 업종과 직군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제 연차나 제 또래에서는 나오기 힘든 주제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좀더 먼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게 돼요. 10년 뒤 내 모습과 그때 내가 응당 해야만 하는 역할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는 거죠. 아무리 간접 경험을 해도 직접 경험은 차원이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렴풋이'라고만 말하고 싶습니다.
요즘 참 많이 느끼는 건 바로 이,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여행지의 사진을 수백 장 보고 가도, 현장에서 바라본 풍경에 압도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남의 사랑 이야기나 남의 회사 생활 이야기를 아무리 들어도 자신이 겪는 것의 무게는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에게 완전한 공감과 이해를 바라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저도 잘 못하고 있는 거긴 한데, 그렇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나는 말이야', '우리 회사는 말이야', '그것보다 내 상황이 더'라는 말이 튀어나오는지도 모릅니다. 요즘에는 이같은 말들이 공감능력 결여라는 말로 뭉뚱그려지는데, 사실 완전한 공감이란 참 어려운 일이니까요.
모순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간접 경험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접적으로라도 겪지 않으면 자신이 당면한 상황의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거든요. 물론, '지금' '자신이' '처한' 일이 세상에사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되기 마련이기에 남의 경험을 알고 있다고 해서, 내 일이 견딜만한 것이 되는 건 아닙니다. 남보다 덜 힘들다면 힘들어하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고요.
다만 누군가 충분히 극복한 경험이 있다면 나 역시 극복해낼 수 있을 거랑 믿음을 얻을 수 있고, 또 누군가 당시 극도로 괴로워했다는 걸 안다면 나는 빠르게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는 겁니다. 이 모든 걸 알지 못하고 자의적으로, 특히 자신의 과거 경험으로만 비추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괴로움에 허덕일지도 모를 일이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언젠가의 힘이 될 경험담은 언제 어떻게 쌓일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시 콧방귀 꼈던 어느 선배의 이야기가 3년 뒤 뼈저리게 와닿을 때도 있고, 나와는 무관하다 생각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잖아요.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또, 제 일이 될리 없을 거라 믿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게 분명합니다. 사람은 반복해서 새기지 않으면 잘 잊거든요.
결론적으론 백문이 불여일견이지만 백문을 무시할 수는 없다,가 되겠네요. 요즘 결론 짓는 것에 맛들린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곧 지하철에서 내립니다. 남은 오늘 하루도 무탈하길 바라며! 구독자님, 오늘 오후도 화이팅입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