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에는 무수한 글들이 떠돌아 다닙니다. 제가 구독자님께 보내는 편지도 마찬가지고요. 자작극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는 글이 판치는 가운데 가끔 주옥같은 글들도 마주하곤 합니다. 그 글의 모든 문장이 기억나지는 않아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문장이 있는데요. 오늘은 구독자님께 제가 오래도록 기억하는 인터넷에서 만난 글 한 편을 소개합니다.
너의 우울이 길다, 입니다. 황경민 시인의 '너의 우울이 길다'의 제목이자 첫 시구인데요. 아마 구독자님도 들어보셨을 유명한 문구입니다. 저는 우울감에 젖어들 때에면 번뜩 이 말을 머리에 떠올립니다. 의식하지도 않는데 파블로프의 개마냥 조금 우울해졌다 싶으면 이 문구가 머리를 강타합니다. 이상하게 그 생각만 하면 갑자기 정신이 확 듭니다.
하긴 지금 너무 오래 우울해 하긴 했어, 하면서요. 다만 가끔 이 문장을 생각할 때면 우울이 길 수도 있지 내가 더 우울하겠다는데, 하는 뾰족한 마음이 삐져나오기도 하는데요. 이 글의 전문을 보면 그런 생각이 눈녹듯 사라집니다.
흔히 첫 단의 내용만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너무 오래 흔들리고, 너무 오래 우울해 한다며 꾸짖는 내용으로만 알았고요. 그런데 전문을 읽어보니 따끔한 일갈 뒤에 따뜻한 위로가 있었습니다. 특히 심금을 울린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낙오자란 세 글자에 슬퍼하지 말고
사랑이란 두 글자에 얽매이지 말고
삶이라는 한 글자에 충실하라
아마 구독자님이라면 제가 이 중에서도 어느 문구에 마음이 넉았는지 알 것 같은데요. 첫 번째인 낙오자란 세 글자에 슬퍼하지 말라는 구절입니다🥹 스스로 낙오자라는 낙인도 찍지 말아야 하고요...🫠
우울이 길다는 일갈은 약한 마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룰 것에 비해서 너무 작은 것에 마음 쓰지 말고 담대해지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참 좋지 않나요? 늘 자주 하는 말이긴 하지만 1년 전, 아니, 당장 일주일 전 우리를 괴롭게 한 것이 무엇인지도 흐릿합니다. 지금의 일들 역시 마찬가지기에 흘러가게 놔두는 담담한 태도로 살아야겠죠.
구독자님은 인터넷에서 마주한 문구 중 어떤 글이 기억에 남으시나요. 기회가 된다면 제게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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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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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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