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도 누군가에겐 위안이 될 수 있기에

2023.06.20 | 조회 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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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뇌리에 박혀 사라지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5월 제주도로 45일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갖은 관광 명소도 가고, SNS 속 꼭 가봐야 한다는 핫플도 방문했습니다. 온갖 인스타그래머블한 장면들을 마주했지만 결국 한달이 지난 지금, 기억에 남은 건 낮은 돌담집의 빨래 무더기입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기 일보 직전 한 카페를 찾았습니다. 바닷가 근처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2층짜리 좁은 카페에 들어가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밖을 봤습니다. 해안가와는 조금 떨어진 한적한 시골 동네였는데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눈 앞에 한 가정집이 보였습니다. 제주도의 낮은 돌담 너머로 오래된 주택이 보이고, 마당의 빨랫줄에는 흰 옷들이 걸려 바람에 나풀거리고 있었습니다.

별 거 없는 평범한 풍경인데 이상하게 시선을 떼지 못했습니다. 한창 마음이 복잡하던 찰나에 지나치게 평온한 모습을 마주했기 때문일까요. 지금 제아무리 다사다난한 한때를 보내고 있을지라도, 이렇게 한발짝 뒤로 물러나면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서일까요. 마음을 고난에 두고 온 것은 스스로인데 그걸 잊고 이 같은 상황에 내던져졌다고 착각했던 것은 깨우쳤기 때문일까요. 고요한 마을에서 나풀거리는 빨랫감들을 보는 것이 이상하게 위안이 됐습니다.

어쩌면 저도 지금 누리고 있는 일상인데, 굳이 스스로의 마음을 지옥에 둘 필요 없다는 것을 늦게나마 알게 됐습니다. 알았다고 해서 별로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그때 순간이었고, 그 뒤로 한달 간 내내 마음고생 했거든요. 그런데 요상하게도 대부분의 것들이 마무리 된 지금에서야 다시 그 풍경이 기억이 납니다. 맑은 하늘 아래 나부끼던 빨래가 마음의 불안을 잠재워줍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마음을 달래주는 풍경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저는 집 앞 어린이집에서 애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도 되게 좋아하는데요. ‘가야만하기 때문에 옮기는 발걸음 틈에서 신나게 어울려 노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듣고, 웃는 모습을 보다 보면 마음이 풀어집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줄을 잘 서서 들어가는 모습도 좋아합니다. 다들 마음은 바쁘겠지만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어쩌면 이처럼 위안이 되는 풍경들은, 제가 지향하는 지점과 닮아 있는 것도 같습니다. 마음으로 동경하고 살고 싶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누군가의 일상이 마음을 울리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제게는 너무도 평범한 저의 일상이 누군가에겐 위안이 될 수도 있겠죠. 예전에 블로그를 열심히 쓸 때, 친구들이 제 블로그를 읽는 게 취미가 됐다고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나열한 하루가 누군가에겐 재미를 준 것처럼, 또 그럴싸한 공감이 될 수도 있겠죠.

구독자님의 마음에 깊이 남아 있는 풍경은 무엇인가요? 지친 하루에 위로 삼을 수 있는 다정한 모습들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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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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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야

    0
    over 1 year 전

    늘 위안을 받는 1인입니다!!! ^__^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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