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더 어렸던 내가 쓴 일기

2022.12.07 | 조회 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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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2021년, 2022년 블로그에 꾸준히 일기를 썼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보내는 것과는 달리 한없이 가볍고 가볍게 썼는데요. 자아의 4할을 차지하는 까불거림이 그대로 녹아 있는 글들입니다. 기자로서 쓰는 글, 조잘조잘로 보내는 편지, 블로그 일기를 모두 보는 친구들이 가끔 다중인격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색깔이 완전히 다릅니다.

근 2년을 매일같이 쓰다가 요즘은 거의 안 씁니다. 스스로 이만하면 됐다, 싶기도 하고요.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스스로를 위해 쓴다보다는 일기를 보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신경쓰고 있더라고요. 글 쓰는 말투가 독백에서 대화로 바뀌고부터 이제 관둘 때가 됐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럴 거면 굳이 일기라는 형식을 취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당초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어 시작했는데 요즘은 나름의 의미를 찾기도 했습니다. 놓아야 할 것과 새로 잡아야 할 것 사이에서 싱숭생숭하기는 해도 방향은 확고해졌거든요. '일상'이 아닌 기록의 대상이 새로 생겼네요.

지금은 전부 비공개로 해놓은 올해 초의 일기 몇 편을 봤습니다. 새삼 1년이 정말 긴 시간이구나 싶었습니다. 지금 매일같이 보는 사람들과의 첫만남도 적혀 있고, 안본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사람들과 매일같이 보낸 일상도 적혀 있네요. 지금은 익숙하게 사용하는 물건을 처음 샀던 순간도 기록했네요. 방 구조도 달라졌네요. 새삼 놀랍네요.

쭉 읽다 보니 적어도 그때보다 감정 컨트롤을 잘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때 분노하던 것들을 지금 마주하면 적당히 귀닫고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여전히 미숙하긴 해도 발전이 있으면 충분한 거겠죠. 한편으로 서글픈 건 딱 그만큼 패기가 없어졌습니다. 좋게 말하면 차분해졌지만 사람이 덜 끓어 넘치게 됐네요. 나이 들어가는 과정이라기엔 올해 유달리 그 속도가 빨랐고 빠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서 그런지 씁쓸하네요.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 이러다가 또 끓어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면 다시 살아나겠죠. 그때의 제가 죽은 건 아니고 잠시 쉬는 것뿐일 테니까요🔥

아직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날들이라 아련해지지는 않습니다. 1년 사이에도 이렇게나 바뀌었는데 더 달라질 몇년 뒤에 보면 또 어떤 기분일까요. 어렸던 스스로를 안쓰러이 여기기보다는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고마워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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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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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야

    0
    almost 2 years 전

    "나는 나이 먹는게 재미있어!"라고 지인들에게 말하고는 합니다. 대략 마흔 이후부터였던 것 같아요. 가끔 스스로 대견해서 혼자 피식 웃기도 했습니다. 잘 익어가는, 잘 물들어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늘의 나는 과거로부터 왔음을 부정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늘이 차곡차곡 과거로 쌓이고 그렇게 쌓인 과거가 미래의 나를 있게 하는 것 같아요. 돌아보면 지금 제 마음이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고마워>라는 마음 같아요. -----------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 에린 핸슨, <아닌 것>

    ㄴ 답글 (1)
  • 머먹

    0
    almost 2 year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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