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누군가의 싫은 점을 스스로에게서 발견하신 적이 있나요?
미워하는 사람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엔 이 말이 잘 이해가지 않았습니다. '저렇게는 안 해야지'라고 아득바득 생각했을 텐데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되어간다는 걸까. 상상이 안 갔죠.
그러다 문득 예전에 참 싫어하던 누군가의 사고방식을 답습하는 저를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다행이라면 그 순간이 참 짧았고 느끼자마자 '아차'했다는 것이죠.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는 방식이었는데요, 과거에 듣고는 굉장히 감정적이고 상대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느껴서 내가 만약 상사가 되면 저렇게 안 해야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저도 모르게 누군가의 잘못을 봤을 때, 같은 방식으로 머릿속으로 지적을 하고 있었던 거죠.
순간 자기혐오가 들었습니다. 예전에 얼핏 들은 누군가를 싫어하면 그 사람을 닮아가니 누군가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새삼 생각났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이에 대해 쓴 칼럼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동일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날 괴롭히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그럴 수 있겠구나'로 변질되는 것이죠. 다른 사람을 볼 때도 무의식적으로 '너는 이런 것도 못 받아들이니?'라는 사고로 흐른다고 하네요.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과도 비슷하다고 설명합니다. 위협에 반응하는 양식으로 적의 동지가 되어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죠.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는 간단한 해결책을 제안합니다. '무조건 잘 지내야해', '절대 문제 없어야 해'라는 생각을 지우라는 것이죠. 잘 지내면 좋고 못지낼 수도 있지, 절대적인 답안지를 만들지 말라고 합니다.
머리가 띵하더군요. 저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힘든 일이 닥치면 그 상황을 이해하려고 해왔습니다. 가끔은 이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래에 만난 한 코치 분도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상대를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는 것이 더 쉽기에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와 이 상황을 고치려 들지 말라고요. 내 목표는 상대에게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더 거시적인 것이기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고요. 물을 닮아 흘려보내라는 옛 선인들의 말씀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렇게 이번주도 잘 흘려 보내시길 바랍니다, 구독자님!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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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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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317)
닮기 싫은 누군가를 닮을 수 있다는 생각이 참 끔찍합니다. 그 마음을 오래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미워하다가는 무의식적으로 닮아갈지도 모르니 그냥 '저 사람은 저렇구나' 정도로만 넘기고 그 감정에 너무 오래 매몰돼 있으면 안 되겠습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참 씁쓸하고 저릿한 문장이네요. 늘 좋은 글 공유 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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