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서울살이가 익숙하지만 한때는 서울을 동경했습니다. 입시생이던 고등학생 때는 특히나 그랬는데요. 고등학교 입학 전 아빠랑 서울 구경을 온 덕에 그 열망은 더 커졌습니다. 딸래미가 열심히 공부할 원동력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인지, 혹은 원래부터 욕심 많은 딸의 소망이었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둘이 같이 서울대 투어를 떠났습니다. 당시 제일 가고 싶었던 학교 내부를 구경하면서 사회대 앞에서 사진도 찍고 3년 뒤에는 이 학교 학생으로 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다졌죠.
구석구석 살피고 점심을 먹으러 대학로로 향했습니다. 구경도 할 겸사겸사 가보자는 아빠의 제안이었죠. 그날 메뉴는 순대국밥이었습니다. 당시 서울까지 와서 왜 국밥 먹어야 하냐고 생각했는데요. 막상 고기순대는 처음이라 맛있게 먹었습니다. 뒤늦게 알았지만 유명한 맛집이더라고요.
그렇게 서울 구경 잘 마쳤고, 3년 뒤 서울대학생이 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재밌는 건 점심먹으러 온 바로 그 대학로에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인데요. 아직도 엄마는 그때 밥도 관악에서 먹었어야 했다고 말씀하십니다. 못 먹은 감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전 정말 대학로가 더 좋습니다.
아무튼 그 뒤에도 논술 시험을 치러 다닐 때, 아빠랑 서울에 또 왔었는데요. 남대문 시장에서 또 국밥을 먹었습니다. 그때는 왜 나 서울 올 때마다 국밥만 먹냐고 툴툴댔네요.
그에 대한 반대급부일까요. 이제 아빠가 서울 오실 때면 저는 이국적인 음식집으로만 모십니다. 평소 아버지께서 내돈내산 하시지 않을 것 같은 멕시코 음식점 등으로 향했죠. 물론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는 걸 즐기셔서 모두 좋아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같은 먹은 메뉴 중에 기억에 남는 건 그 국밥 두 그릇이네요. 도통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힙하다는 데를 찾아갔고 맛있게 먹었는데도 이상하게 기억에 오래 남지는 않네요. 정말 희한한 일입니다.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나무야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조잘조잘 (317)
충분히 가실 수 있으니 권하셨다고 생각해요ㅎㅎ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서울대에서 밥을 드셨지만 떨어지셨다고 하니... 지금까지 대학로에서 밥 먹은 것을 미신 아닌 미신으로 믿고 있던 마음이 차라리 위로 받네요. 저는 아직은 지금 먹는 국밥이 더 맛있는 것 같아요 ㅎㅎ 언젠가는 그 시절 먹은 국밥이 그리워지겠죠? 🥲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