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가 본인 사촌 동생한테 멘토링을 해줄 수 있냐고 물어왔습니다. 고등학생인데 공부도 안 하고, 딱히 열심히 하는 것도 없이 놀기만 한다고요. 이모님께서 혹시 저랑 자리 마련해줄 수 있는지, 이런저런 얘기 좀 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더라고요.
친구는 제게 말은 해줄 수 있지만 그 사촌동생이 대화하다가 울 수도 있다며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네요. 제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데 그러냐고 억울함을 호소하자 넌 냉정한 사람이라는 단호한 답이 돌아옵니다. 전 대문자 F형 인간인데 말이죠.
빛좋은 개살구같은 소리를 싫어하기는 합니다. 물론 들으면 기분은 잠시 좋지만은 그래서 딱히 달라지는 건 없잖아요. 좋은 말 백 번 듣는 것보다는 나쁜 말 98번 듣고 좋은 말 2번 듣는 게 더 좋습니다. 그렇다고 나쁜 말 백 번은 싫네요!
다만 근거 있는 비판이어야겠죠. 비난은 당연히 싫습니다. 충고와 조언을 가장해 남을 헐뜯는 것도요. 구독자님도 아시겠지만 위하는 것 같은 말 뒤에 부러 상처주려는 못난 심보를 숨겨 놓는 경우도 왕왕 있잖아요. 위한답시고 상처 줘놓고 진심은 그게 아니라며 변명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 경계가 참 모호하긴 합니다. 필연적으로 강하게 말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제 진심을 꺼내서 보여줄 수는 없으니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상대의 마음에 달려 있겠네요.
사실 전 진심이 무엇이든 간에 남을 후벼파는 말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는데, 굳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못된 소갈머리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양심에 손을 얹어보면 말이죠. 감정이 욱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도 변명에 불과합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솔직히 누구는 화 못내서 안 내나? 라는 생각이 비집고 나오기도 합니다.
머지 않아 동생 분을 만나게 되면 저도 말을 잘 골라 해야겠습니다. 조금 더 살았다고 내 말이 다 맞다고 말하지도 않아야 하고, 너가 잘못됐다고 말해서도 안 되고 (실제로 잘못되지도 않았을 거고요)... 한동안 어느 조직에서나 막내로 있다가 연장자 노릇을 해야 하니 긴장반 설렘반이네요.
아무튼 금요일입니다! 전 올해 들어 가장 바쁜 금토일을 보낼 예정인데요, 월요일날 지쳐 쓰러지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구독자님, 이번주도 고생 많으셨어요!!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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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대문자 F형, 저도저도 그런 것 같아요! ^^ 나이가 들면서 조언이나 충고의 말이 줄었습니다. 특히 나이 차이가 큰 사람들에겐 더욱... 더 오래 살았으니 더 많이 알겠지만 그 앎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
조잘조잘 (317)
/그 앎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깊이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렇게 서로 조심하다가 꼭 알려줘야 하는 것들마저 공유되지 못할까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그 간격을 아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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